[re] 역시 교수는 보는 관점이 다른 것일까요...

글쓴이
정문식
등록일
2002-12-24 14:2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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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건
많은 분들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현재 이공계의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결코, never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쉽게 말해서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먼저 살겠다고 1등실로 기어가는 것이 무슨 소용 있습니까? 죽는 시간을 좀 더 유예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죽는 것 아닐까여?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헌신적입니다. 그러나 그 '헌신' 속에 대한 기대는 무엇이 있을까여? 어떤 공공선의 증진에 있을까여? 공공선(즉 구조)가 어찌 되든 그 속에서 자기 자녀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 교수님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사이엔지에서 한 가지 확실히 얻은 교훈이 있다면 이공계 문제는 결국 '구성의 오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많은 학생들이 밤을 낮삼아 '과학기술'이라는 하나의 가치를 향해 피눈물나는 노력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금 과학기술인들이 직면한 참혹한 현실이 과학기술인들의 나태에서 기인했습니까?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과학기술인들이 너무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공황 때 케인즈가 갈파했던 '저축의 역설'과 같은 논리입니다.)

전에 배성원님께서 '지나친 공부는 해롭습니다'란 말씀을 하셨는데, 저도 전에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의아해했지만, 이 게시판의 글을 읽고 나니 그 진실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제 말의 요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자 개인이라는 나무를 떠나서 '과학기술계', 더 나아가 '사회와 경제'라는 숲을 보는 안목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본의 아니게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요즘 회자되고 있는 '괴수'가 과연 천성이 '괴수'였는지, 아니면 그릇된 환경에 의해 '괴수'가 되었는지를 한 번 따져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라고 한다면 개인 윤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리 문제될 것이 없지만, 만약 후자라면 이것은 심각하게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도 그릇된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괴수'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여...

아무튼 '문돌이'들이 못 한 일까지 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사이엔지가 과학기술인들에게 사회와 경제, 정치, 교육, 문화를 예리하게 보는 눈을 뜨게 해 주게 되길 바랍니다.
 

           
 
  • 백수 ()

      최근에 '괴수'가 된 사람들은 자기발로 찾아서 그 소굴로 들어간 것이니, 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요. 대학으로 간 선후배들의 얘기는 십중팔구 '편하게 살려구' 입니다. 그런데, 들어가서 1-2년 지나면, '배고파서 못 살겠다'로 바뀌죠. 그러다가 또 몇년 지나면, 만나도 실실 웃기만 하죠. 그 웃음속에서 '괴수'의 모습을 본것이 아니었을까요?

  • 트리비어드 ()

      괴수들을 보면 정말 천성이 괴수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미국에서는 저렇게 안배웠을텐데 왜 저렇게 방사능 돌연변이처럼 변한 것인지...^^. 만약 과학기술자로서의 밝은 미래가 보장되는 시스템이라면 연구에 이 한몸 불사를 각오가 되겠지만 몸 불사르고 났는데 회사에서 좇겨나면 너무 억울하지 않습니까?

  • 트리비어드 ()

      이공계에서 유일하게 나이먹을 때까지 연구 맘 놓고 하는 사람들이 교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잘하는 사람은 많이 주고 못하는 사람은 적게 줘도 뭐라 안합니다. 왜 나이만 먹으면 무조건 매니저로 밀어 올리고 나중에는 짜르는 것인지. 3명의 신참엔지니어보다 1명의 베테랑 엔지니어가 훨씬 많은 일을 해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베테랑들을 소중히 여기고 연봉을 3배 주는 대신 가지치기를 하는가 말입니다.

  • 정문식 ()

      이것은 우리 나라 기업들이 연구 개발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지 못한 데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십 년 간 이미 외국에서는 한물 간 기술 적당히 고쳐서 물건 만들어도 그런대로 팔렸는데, 뭐하러 힘들게 기초 연구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독자 기술 개발에 나서겠습니까? 결국 자조적인 이야기지만 '사이언스 키드'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은 선전용으로 장식된 액서세리였을 뿐이었고, 이제 그것이 필요 없다고 내팽개쳐지고 있으니, 사람들이 안 오는 것일 뿐이져... 그런데 그들이 과학기술인들에게 심어 놓은 독소를 깨끗이 씻어 내려면 지금과 같은 고통을 앞으로도 오랫동안 겪고 난 다음에야, 그들이 주입한 '엘리트'니 '과학 영재'니 하는 넋두리가 허상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겠져...

  • 공대생 ()

      평범한 동네경찰에 불과 했던 사람들이 왜 유태인들을 법먹듯이 죽였을까요? 괴수 이전에는 사람..학교로 가면 괴물이 되어버리는 시스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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