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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기술자'인가 'Engineers&Scientists'인가? - 임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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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작성일2002-07-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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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잘 하셨습니다.
이공인이라지만, 이학과 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죠.

굳이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일반인들, 심지어는 이공계 내부에서도, 이학=士, 공학=工이라는 의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공학자>기술자'라는 부등식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죠. 이렇게 보면 어쩌면 이공인 차별문제는 이공인 내부에서부터 시작된다고도 볼 수 있죠.

다 맞는진 모르겠지만 광범위한 '인문학>사회학>이학,의학>공학>농학'식의 서열의식이 뿌리깊게 있다는 것이 이공계 문제의 사상적 배경이라고 봅니다, 저는.  같은 학위를 가져도 이러니, 고졸, 대졸, 대학원졸로 이어지는 학력차별('학력구분' 정도가 아니라)은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됩니다.

그런데 차별주의의 폐해를 하나 지적하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자꾸 남과 차별하다보면 결국 혼자만 남는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내부적으로 자꾸 차별을 하여, '자만'과 '자학'이라는 극단에 빠져 중용인 '자신'을 상실합니다. 또한 이러한 차별주의를 적용하다보면 이공인 연합 회원들 각자가 다 다르다는 사실, 나아가서 자기자신도 아침다르고 저녁다른 사실만 부각되겠지요? 

사실 어떠한 모임이든 이러한 측면이 부각될 수도 있기에 모임을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이 이슈는 가급적 안 다루려고 합니다. 그래서 전체와 동질성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일정한 의식을 가진 모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바로 싸이엔지가 그런 모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의식수준이 높은 모임에서는 회원마다 서로 다른 측면을 인식하고 이를 이해해줍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이 오히려 시너지를 발휘할 수도 있죠.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은 데도 차별한다는 것은, 거의 정반대의 길입니다.

따라서 이공인 연합회는 이런 차별문제에 대해 눈감고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문제같지만, 이런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중 하나로, IEEE의 경우, Engineers&Scientists 라고 부릅니다. 즉 우리처럼 '과학기술자'가 아니고 '기술과학자'인 셈이죠. 이게 별거 아닌것 같지만, 아무리 평등한 마음과 의식을 갖고 있어도 표현될 때 차별이 되어버리면 소용이 없기에, 이런 노력은 중요합니다.

이공계 기피문제를 사상적으로 극복하려면, 이런 운동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계, 인문계', '공학, 이학', '농대, 공대, 법대, 상대, 의대', '기술인, 과학자', '상공농사'로 바꿔부르는 것입니다. 물론 뒤가 높은 것도 있죠. '초중고', '석박사'....

오랫동안 고착화된 모든 차별의식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사회를 보다 민주화하는데 큰 동기는 됩니다.  그리고 순서를 바꿔 자꾸 부르다보면 생각도 바뀝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교육부를 통해 교육정책등을 발표할 때 '국공립사립대', 학교순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도 할 수 있는 일이, 해마다 입시때 대학 순서, 계열, 전공 소개할 때 순서를 바꾸는 것입니다.

한 때 '군관민'이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민관군'이죠? 이게 한국을 민주화 시켰습니다. 물론 민주화가 되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고.... 그리고 '산학연'협동이 되면서 기업체 취업기피 풍조가 많이 줄었죠?  하기사 이 문제도 '산연학관'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 같지만....

일단 내 자신에게 먼저 물어봅시다.
나는 '과학기술자'인가 아니면, 'Engineers&Scientists'인가를.....

06/05/2002 자유게시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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