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대학에로의 인력 집중현상 완화가 필요는 합니다만... - 이웅

글쓴이
sysop2
등록일
2004-03-2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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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인재 지방으로 보내자' 라는 기사글에 대한 답변달기 글입니다. 원 기사는 아래 링크를 따라 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옮긴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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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웅 (2004/03/13, Hit : 84, Vote : 1) 
 
제목  수도권과 대학에로의 인력 집중현상 완화가 필요는 합니다만...
 
 

다 좋은데 걸핏하면 들먹이는 박사의 대학편중현상에 대해서는 몇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박사인력의 70%가 대학에 있어서 문제라는 논리. 박사급 인력의 대학집중 또는 편중... 물론 수치상 나타나는 현상적으로는 맞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박사들이 많이 모여있다는 대학의 현실을 봅시다. 우리나라 대학의 교수 1명당 학생 비율은 어떻습니까?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 교수들도 제가 알기로는 3명 있으면 전임교수 1명 있은 것으로 셈해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통계상 나온 교원 1명당 학생수는 정규직 전임교원 1명당 학생수가 아닙니다. 그렇게 박사들 많이 몰려있는 대학 교육여건이 좋던가요? 현재의 인력을 가지고 인력 편중현상을 완화하고자 어떤 수치상의 목표를 정해놓고 강제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면 대학교수들도 그 직을 박탈하고 기업으로 보내자는 얘기가 부분적으로 성립하고 그렇게 된다면 대학교육은 더 황폐화 할 것입니다. 오히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전임교원의 수가 2배가 되어도 선진국 수준을 못따라갑니다. 다시 얘기하자면 대학교육 제대로 하려면 지금 있는 박사들 똥박사들까지 포함해서 다 대학에 투입해도 모자란다는 얘깁니다.

다음으로 대학에 있는 박사급 연구원들. 이들은 비정규직 연구원의 형태로 대학에 많이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선택에 의해 더 많은 월급을 받고 고용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기업 연구소나 현장을 마다하고 대학에 남아 있는 것입니까? 대학의 비정규직 연구원들은 대개 박사학위를 갖고 취업할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나마 월급 100만원이라도 주는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것입니다. 기업에는 연구인력이 없다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R&D에 많은 투자를 해야할 그리고 입으로는 고급 연구인력을 다수 필요로하고 앞으로 수만명이 모자랄거라고 떠들어대는 대기업들 조차도 정작 박사학위 소지자를 연구원으로 채용하기를 꺼립니다. 설령 채용하다고 하더라도 박사급에 맞는 일을 시키는 곳은 극히 드뭅니다. 사실은 기업부설 연구소의 대부분에서 연구인력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직무분석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진짜 연구보다는 남의 것을 모방해서 당장 생산, 판매하기에 급급한게 기업의 현실이다 보니 이런데서 박사 연구원들이 일의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박사들 기껏 채용했더니 도망간다고 기업경영하시는 분들이 박사욕을 많이 합니다. 우리 속담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하죠. 중 떠난다고 욕하지 말고 중이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절을 만들어 주면 좋지 않겠습니까?

대기업이 힘들면 눈높이를 낮춰서 중소기업으로 가라고들 하지요? 그러면서 정부출연연구소나 대기업 연구소 그리고 대학교수 자리만 찾는 박사들의 정신자세를 은근히 비난도 해줍니다. 중소기업에 연구소 간판을 내건 곳은 많으나 R&D를 제대로 하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될까요? 중소기업쪽은 R&D가 무엇인지 개념조차 못잡고 있는 곳들이 수두룩합니다. 설령 R&D를 제대로 하려는 마인드들이 있어도 연구를 위한 기본적인 시설조차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곳이 거의 다라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중소기업에서 단 1주, 아니 하루만 일해봐도 중소기업으로 가라는 둥 박사들이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서 그런다는 둥 하는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 것입니다. 이 말하는 저 자신은 중소기업에서 일해본적 있냐고 물으시겠지요? 예 있습니다. 상당기간 대기업 대리급 만큼도 안되는 월급 받아가면서 아주아주 열심히 일했습니다. R&D좀 제대로 하려고 뛰어다니다 사장하고 자주 충돌하고 그러다 잘렸습니다. 중소기업 경영하는 기업인들 적지 않은 수가 건전한 기업가 정신을 안 갖고 있습니다. 기업가라기 보다는 장사꾼에 가깝습니다. 당연히 연구자들이 기업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지 못합니다. 가끔씩 폼재려고 박사들 모셔가려는 경우는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박사는 고사하고 석사조차 필요하지 않은 회사들이 대부분입니다.

박사들이 대학에 편중되어 있는 현상을 마치 박사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인양 호도하는 의견은 그 의견 자체가 심각한 논리적 모순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에 앞서 채용을 하지도 않고 채용하더라도 제대로 활용 못하는 기업의 R&D 시스템상의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규모에 맞는 R&D 활동이 활성화 되어야 하고 또 지식기반 서비스업이 육성되어야합니다. 중급 생산기술로 해외모델 도입해다 단순 조립가공만 하고 인건비와 납품단가를 낮춰서 간신히 채산성을 유지하는 현재의 경영방식은 우리 경제 규모에 더이상 맞지 않음을 자각해야합니다.

적절한 시스템의 마련 없이 박사들의 의식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이공계 인력에 대해 정당한 처우없이 사명감과 희생만을 강요하는 그래서 과학기술을 국가발전의 주체가 아닌 도구로만 보려는 논리의 또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2004년 3월 13일 회원자유게시판에서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5&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001


기사, '과학인재 지방으로 보내자'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5&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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