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의 힘’과 자기 홀극은 과연 있을까?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8-05-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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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가설로만 존재해왔던 힉스(Higgs) 입자가 몇 년 전 실험적으로 입증되고 아인슈타인이 100여년 전에 예측했던 중력파 역시 검출되면서, 관련자들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동안 입자물리학계의 굵직한 숙제였던 것들이 해결된 셈인데, 이들에 비견되거나 또는 더욱 능가하여 기존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는 큰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이러한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는 이른바 ‘제5의 힘’과 ‘자기 홀극’의 존재 여부 등을 꼽을 수도 있을 듯하다. 이들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이지만, 물론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서 그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제5의 힘이란,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네 가지 종류의 힘 이외에 또 다른 하나가 있을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기존의 네 가지 힘이란, 가장 먼저 발견된 만유인력을 설명하는 중력, 전기와 자기가 서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전자기력, 원자핵 안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주는 강력, 방사능 붕괴를 일으키는 약력이 그것이다.

지금부터 30여년 전인 1986년, 뉴욕타임스는 제5의 힘이 존재한다는 논문 발표를 크게 보도하였고 국내 신문과 TV 뉴스에도 나온 바 있다. 당시 물리학과 학생이었던 필자 역시 관심 있게 지켜본 기억이 있다. 연구자들은 중력가속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실험을 한 끝에 제5의 힘이 있어야만 제대로 설명이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제5의 힘은 중력의 몇 분의 일 정도로 추정된다고 했는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가 “무거운 물체나 가벼운 물체나 동일한 속도로 낙하한다.”고 밝힌 근대적 역학이론의 토대가 붕괴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검증 실험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제5의 힘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하였다. 사실 물리학계에서 비슷한 해프닝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곤 한다. 예를 들어 “빛보다 빠른 것이 실험적으로 검출되었다”고 주장하여 상대성이론을 수정해야하는지 고민하다가, 결국은 실험 오류로 밝혀진 사례들이 최근까지도 가끔씩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헝가리의 아톰키(Atomki)연구소라는 곳에서 몇 년 전에 전혀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였고, 이 미지의 입자가 양성자와 전자로 붕괴한 것을 확인하였다는 내용의 논문을 저명 물리학 잡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 Letters)에 발표하였다. 또한 미국의 다른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제5의 힘에 의하여 생성되어 붕괴한 것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30여년 전 중력과 관련이 있다는 제5의 힘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아무튼 새로운 힘의 존재 가능성을 다시금 주장한 셈이다.
그러나 헝가리의 그 연구소는 예전에도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한 적이 있고, 또한 만약 그런 실험이 확실하게 이루어졌다면 세계 최대의 입자가속장치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에서는 왜 동일한 것이 검출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 등이 이어지면서, 이번 역시 아직은 해프닝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인 듯하다.

자기 홀극(Magnetic monopole)의 가능성이 거론된 것은 제5의 힘보다 훨씬 역사가 깊다. 어쩌면 맥스웰 방정식이 정립된 직후부터일 수도 있는데, 왜냐하면 물리학자들은 항상 대칭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즉 맥스웰 방정식이 보여주는 오늘날의 전자기학에 의하면, 전기(Electricity)는 ‘기본 전하량(Elementary electric charge)’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양의 전하와 음의 전하로 따로 나눌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Magnetism)는 최종적인 ‘기본 자기량’, 즉 자기 홀극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N극과 S극을 따로 분리할 수가 없다.
쿨롱의 법칙 또는 가우스의 법칙이라고 표현되는 맥스웰 방정식의 첫 번째 공식은 기본 전하의 존재를 의미하면서 전기장과 전하밀도의 관계를 나타내는 식이다. 그러나 자기 홀극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두 번째 공식에서 자기장의 다이버전스(Divergence)는 0이 된다. 세 번째 공식과 네 번째 공식은 이른바 패러데이법칙 및 암페어의 법칙을 나타내는 식이다.

따라서 아직 실험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어딘가에 자기 홀극이 존재하여 전기와 자기가 같은 속성을 지님으로써 물리학의 아름다운 대칭성(Symmetry)이 맥스웰 방정식에도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는 물리학자들이 예로부터 적지 않았다.
양자역학의 완성에 크게 공헌하고 전자방정식을 세운 바 있는 디랙(Paul Dirac; 1902-1984) 역시 일찍이 자기 홀극의 존재를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우주론에서도 빅뱅 이후 우주가 순조롭게 형성되었으려면, 자기 홀극이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는 주장들도 있다.
자기홀극을 검출하려는 실험장치는 그동안 여러 물리학자들이 선보인 바 있고, 일부는 자기 홀극을 확인했다는 성급한 오보를 낸 적도 있다. 또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에서도 가끔씩 자기 홀극을 찾으려는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자기 홀극의 존재를 주장하는 물리학자들에 따르면, 엄청난 에너지로 실험을 해야만 가까스로 자기 홀극이 발견될까 말까한 정도이므로 아직까지는 실험적으로 검출되지 못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과연 이들의 주장대로 자기 홀극의 존재가 실증되어 맥스웰 방정식을 수정해야만 하는 날이 올지 두고 볼 일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자기홀극의 존재를 부정하는 현재의 맥스웰 방정식_GNU Free
이미지2: 세계 최대의 입자가속장치인 CERN의 LHC(거대 강입자 가속기) 가속터널 (저작권자: Julian Herz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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