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맥을 못 추는 이유는?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4-04-0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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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③

몇 년 전만 해도 큰 붐을 이루며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총아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메타버스(Metaverse)가 영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저커버그는 회사명까지 메타로 바꾸면서 야심 차게 사업을 추진하였지만, 그 후 2만여 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에서도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앞다퉈 메타버스를 구축하였지만, 대부분 방문자도 거의 없이 시쳇말로 파리만 날리는 실정이라고 한다. 예상과 달리 메타버스가 국내외에서 모두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대중들이 기대하는 수준을 아직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겨지는데, 콘텐츠나 소프트웨어 기술보다는 하드웨어 쪽의 문제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직 전망을 속단하기는 이를 수 있고, 메타버스의 본질이나 근본 취지와는 좀 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들은 SF영화에서처럼 가벼운 안경이나 콘텍트렌즈 정도를 착용하고서 실감 나면서도 피로감 없는 생생한 입체영상 등을 기대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를 만족시키기에는 현재의 광학기술 수준과 재료 등의 관련 분야가 기술적 병목이 되고 있다는 것이 과거 광학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했던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사업적 성공을 거두거나 널리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직접 관련되는 과학기술뿐 아니라 그를 뒷받침하는 여러 배경 기술이나 다른 관련 분야도 함께 발전해야만 한다. 역사적으로 이를 입증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경우로서 증기기관차의 대중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증기기관차의 발명자 하면 대부분 조지 스티븐슨(George Stephenson)을 떠올리겠지만, 그는 증기기관차를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하고 사업화에 크게 성공한 인물이지, 증기기관차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아니다. 그보다 앞선 증기기관차 연구의 선구자도 여럿인데, 그중에서도 실용화에 가장 다가섰던 인물로서 리처드 트레비식(Richard Trevithick)이라는 발명가가 있었다. 그러나 스티븐슨과 달리 그의 증기기관차는 대중화되지 못했고, 사업에 실패한 그는 가난하고 불행하게 지내다가 일생을 마쳤다.
트레비식이 사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그의 증기기관차 자체에 문제가 많았거나 성능이 스티븐슨의 것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기 때문은 아니었다. 발명가·기술자로서 뛰어난 자질을 갖추었던 트레비식은 고압증기 방식의 새로운 증기기관과 증기기관차를 개발하였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증기기관차의 엔진이나 차체가 아닌 그것을 지탱하는 열차 궤도, 즉 레일에 있었다. 육중한 증기기관차와 화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레일이 부서지거나 기관차가 전복되는 일이 잦았고, 사람들은 증기기관차가 위험한 것이라 생각하여 외면하고 말았던 것이다.
스티븐슨은 바로 트레비식의 실패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레일의 재료를 깨지기 쉬운 주철 대신 부드러운 연철로 바꾸고 레일의 연결 부위를 개량하였으며, 레일 궤도와 잘 접목되는 증기기관차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였다. 또한 그의 아들인 로버트 스티븐슨(Robert Stephenson)은 탁월한 토목기술자로서 아버지와 함께 철로를 개설하는 사업에 일생을 걸고 매진한 결과, 스티븐슨은 증기기관차의 아버지로 길이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인류의 생활과 산업 등에 멀지 않아 혁명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 기대되었지만 현실은 그와 동떨어졌던 근래의 사례들은 매우 많다. 지난 정부의 대표적인 과학기술 아젠다였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자체가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된 유행어에 불과하지 않았나 싶다.
이른바 포모(FOMO)증후군, 즉 새로운 트렌드나 첨단기술에 자신만 뒤처지고 소외될지 모른다는 대중들의 불안감을 자극하여 한몫을 챙기려는 태도는 대단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특정의 신기술이 곧 세상을 바꿀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그것의 본질과 향후 전망 등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차분하게 대중들에게 이해시키도록 하는 것이 지식인의 책무일 것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 교수신문 2024. 4. 2 >

이미지1 : 메타버스 박물관의 모습  ( 출처: 위키미디어 ⓒ Mirabella )
이미지2 : 스티븐슨보다 앞서서 실용화에 다가섰던 트레비식의 증기기관차 (출처: 위키미디어 ⓒ Hugh Llewely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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