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들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다.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9-02-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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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고등학교 교과서를 비롯하여, 모든 화학교과서의 표지 안쪽 첫 면에는 ‘원소주기율표’라는 것이 예외 없이 소개되어 있다. 수많은 원소들의 이름이 가로 세로로 배열된 이 익숙한 그림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부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화학시간에 이 주기율표의 원소들을 외우느라 꽤 힘들었던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와 같이 원소의 주기적인 특성을 파악하여 원소주기율표를 처음으로 작성한 사람은 멘델레예프(Dmitri Ivanovich Mendeleev; 1834-1907)라는 러시아의 과학자이다. 현대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원자의 구조가 철저히 밝혀지고 원소들의 특성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된 오늘날에는 이런 주기율표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멘델레예프가 처음으로 원소주기율표를 작성하여 발표한 것은 1869년의 일로서, 당시에는 원소를 구성하는 원자의 구조를 알기는커녕, 원자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조차 많은 과학자들이 의심하고 있었던 형편이었다.
더구나 110개 이상의 원소가 밝혀진 오늘날과는 달리, 당시에는 고작 63개의 원소밖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원자번호 92인 우라늄 이상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원소들은 오늘날에도 자연 상태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자연 상태 원소에서도 30개에 가까운 ‘공백’이 있었던 그 당시에 상당히 정확한 원소주기율표를 만들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멘델레예프의 시대를 앞선 과학적 식견과 예리한 통찰력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멘델레예프 이전에도 여러 원소들 사이의 유사한 특성과 규칙성 등을 일부 발견한 화학자들이 더러 있기는 했으나, 멘델레예프처럼 체계적으로 밝혀서 주기율표를 고안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처음에 원소주기율표를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원소들을 원자량의 순서에 따라 늘어놓아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가장 가벼운 수소부터 시작하여 차례로 원소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배열한 결과, 원소들의 성질이 주기적으로 놀랄 만큼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 후 멘델레예프는 여러 연구와 각고의 노력 끝에 원소 주기율표를 작성하여 학회에서 발표하였다. 그의 주기율표는 당시까지 발견된 63개의 원소들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원소들의 위치까지 미리 비워서 ‘지정’해 두었고, 미발견 원소들의 원자량이나 여러 특성 등도 예측하였다. 그는 미발견 원소들을 같은 족의 다른 원소 이름을 따서 ‘에카 붕소’, ‘에카 알루미늄’과 같은 식으로 불렀으나, 그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멋대로 예언을 하는 것은 과학자가 아닌 점쟁이들이나 할 일”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수년 후부터 그가 에카 알루미늄이라 불렀던 갈륨(Ga), 에카 규소라 지칭했던 게르마늄(Ge) 등이 잇달아 발견되고 그 성질도 멘델레예프의 예측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였으므로, 사람들은 그의 뛰어난 과학적 통찰력에 모두 다시금 놀라게 되었다. 그 후로도 새로운 원소들의 발견이 뒤를 이어 드디어 모든 빈자리가 채워지고, 헬륨을 비롯한 불활성기체들도 추가되어,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원소주기율표가 완성되었다.
원자의 구조도 알지 못했던 시대에 원소 주기율표를 고안해서 발표하고 미발견 원소들마저 정확히 예언했던 멘델레예프는 화학의 발전을 수십 년, 아니 백 년 이상 앞당긴 선구자로서 앞으로도 길이 기억될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1871년에 제작된 원소 주기율표
이미지2: 러시아의 과학자 디미트리 멘델레예프

  • 최성우 ()

    올해인 2019년은 멘델레예프의 원소 주기율 발견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UN이 정한 '세계 주기율표의 해' 입니다...

  • 짜이한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화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주기율표는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몇 일전 같이 공부하는 동료와 농담삼아...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주기율표 만큼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죠. 물론 새로운 원소들이 많이 추가 되긴했지만 멘델레예프가 만들어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화학 연구가 주기율표에 기반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끝이 어딜지 궁금합니다.

  • 댓글의 댓글 최성우 ()

    관심에 감사 드립니다. 
    최근 '네이처'지 표지에도 주기율표가 나왔더군요.  'Beyond the periodic table'이라는 제목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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