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신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1)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0-02-1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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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웃 일본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때마다 부러움과 함께 아직 노벨상을 배출하지 못한 우리 과학계의 현실에 대한 반성 등이 거론되곤 한다. 반면에 중국 출신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에 대한 관심을 상대적으로 적은 듯하다.
 물론 일본에 비해 중국에서 노벨과학상을 배출한 사례가 적기는 하지만, 그중에는 과학의 발전에 획기적인 공헌을 한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 노벨과학상을 수상한 중국 출신의 과학자들 및 그들의 연구 업적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과학분야 노벨상을 수상한 중국 출신의 과학자로는 1957년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받은 양전닝(楊振寧, Yang Zhenning; 1922- )과 리정다오(李政道, Li Zhengdao; 1926- )를 꼽을 수 있다. 두 사람은 중국에서 출생하였지만 대학 졸업 전후에 미국으로 유학하여, 그곳에서 여러 연구업적을 쌓은 물리학자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노벨물리학상 수상 업적 역시 엄밀히 중국 과학계의 업적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이들은 미국시민권을 취득하여 이후에도 미국 여러 대학의 교수로서 주로 일하였다. 
 그러나 중국인 출신의 첫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임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들의 수상 업적 역시 물리학, 특히 이론소립자물리학의 발전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의 경우와 비교하자면 한국인 출신으로서 노벨물리학상에 가장 근접했다고 평가되는 이휘소(李輝昭; 1935-1977) 박사와 일견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양전닝은 중국 안후이성 허베이에서 태어나서 시난연합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시카고 대학으로 유학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 등과 함께 연구를 하였다. 리정다오는 중국 상하이에서 출생하여 저장대학, 시난연합대학에서 공부한 후, 역시 미국 시카고 대학으로 유학하여 페르미에게서 박사학위를 받고 여러 연구를 진행하였다.
 양전닝과 리정다오는 통계역학, 물성론, 소립자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업적을 쌓았으나,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1956년부터 두 사람이 함께 연구하여 제창한 이른바 ‘약한 상호작용에 의한 패리티(parity) 비보존 이론’이 꼽힌다. 이들은 이 업적으로 이듬해인 1957년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는데, 당시 양전닝이 35세, 리정다오가 31세로 다들 젊은 나이였다.       

 중국 출신의 젊은 물리학자들에게 곧바로 노벨상을 안겨준 패리티 비보존 이론이란, 약력(弱力)에서 좌우 대칭성이 깨지는 현상을 밝힌 것이다. 난해하기 그지 없는 소립자물리학이론에 속하므로 대중들이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나, 물리학에서는 매우 근본적이며 중요한 문제의 하나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물리학에서는 줄곧 대칭성(對稱性; symmetry)을 매우 중시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대칭성을 거의 신념에 가까울 정도로 추구해온 이유는, 자연과 우주의 모든 것이 결국은 간단한 근본적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그동안 물리학의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입증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즉 맥스웰 방정식이 기술하는 전자기이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극미세계의 양자역학 등 근본적인 이론의 핵심에는 모두 대칭성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빛의 존재에 대해 예를 들자면, 맥스웰의 전자기이론이 이른바 ‘게이지(Guage) 대칭성’이라는 매우 수학적인 대칭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빛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궁극의 힘에는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의 네 가지가 있다. 이 중 중력, 전자기력, 강력의 세 가지 힘은 좌우 대칭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유독 약력이 관련된 입자물리학의 실험 결과는 모순적이면서 설명하기 극히 어려운 경우가 생기곤 하였는데, 두 사람은 이 문제를 이론적으로 해결한 것이었다. 즉 세 가지 힘과는 달리 약력에서 좌우 대칭성이 깨져 있다고 가정하면, 그동안 이해하기 힘든 수수께끼와 모순으로 비쳤던 여러 문제들이 풀릴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양전닝과 리정다오의 이론을 실험을 통하여 입증한 사람은 같은 중국인 출신의 여성 실험물리학자였던 우젠슝(吳健雄; 1912-1997)이다. 그녀는 극저온에서 스핀을 맞춘 코발트-60 (60Co)의 베타(β)붕괴 실험을 통하여, 약한 상호작용에서의 패리티 비보존을 명확히 증명하였다. 
 이 실험 결과는 기존 물리학의 관념을 깨뜨리는 것이므로, 물리학계뿐 아니라 거의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면서 언론에도 대서특필될 정도였다. 거시세계에서 좌우가 동등하게 보이는 것과는 달리, 미시세계에서는 왼쪽과 오른쪽이 근본적으로 다르며, 따라서 좌와 우를 바꾸면 법칙이 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파울리의 배타원리로 잘 알려진 물리학자 파울리 (Wolfgang Ernst Pauli; 1900-1958)는 이에 대해 큰 충격을 받으면서 ‘맙소사, 하느님이 왼손잡이라니!’ 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양전닝 박사는 몇 년 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다시 중국 국적을 취득하였으며, 그 이전인 2004년 54세 연하의 젊은 20대 여성과 재혼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By 최성우

이미지1: 우젠슝의 패리티비보존 입증실험 ( ⓒ Bleckneuhaus )
이미지2: 1957년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던 양전닝 박사 ( ⓒ 和平奮鬥救地球 )

  • 묵공 ()

    대단한 양자역학적 발견이었군요.
    과학은 국적이 없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댓글의 댓글 최성우 ()

    그런데 실험을 통해 양전닝과 리정다오의 이론을 입증한 우젠슝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지 못한 것은 여전히 큰 의문의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과학분야 노벨상은 3인까지 공동수상이 가능하므로, 양-리-우 세 사람이 받았어야 마땅한데, 여성 차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이유 등이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우젠슝의 시할머니가 바로 위안스카이의 부인 중 한명이었던 조선 여인이었습니다. (중화민국/제국 대총통과 황제를 지냈던 위안스카이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 비호감 인물이긴 합니다만... )  즉 우젠슝 남편의 생조모가 안동 김씨 가문의 여인이었는데, 위안스카이가 임오군란 이후 조선에 간섭하러 머물던 시절에 부인(측실)을 삼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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