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구름까지 만들어내는 산불의 위력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0-07-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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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적으로 빈도와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산불은 나라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산불에 취약하고 인명피해의 우려가 큰 곳이 있다. 이른바 산림인접지(Wildland-urban interface)라 부르는 지역으로서, 자연과 인간의 개발구역이 인접해 있는 곳이다. 즉 예전에는 사람이 살지 않던 야생의 지역으로부터 인간의 주거지로 바뀌어 가는 곳인데, 인구가 늘고 도시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이러한 산림인접지도 크게 늘고 있다. 산림인접지는 토지의 종류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면적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곳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산불이 자연적으로 발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산불은 인간이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산림인접지는 산불이 발생할 위험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더구나 불에 잘 타는 나무와 산림이 사람의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산불이 나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인명피해의 가능성도 매우 높다. 해마다 대형 산불이 빈발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인구의 4분의 1가량인 천만 명 이상이 산불 위험구역인 산림인접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산불이 자주 나는 지중해성 기후에 드넓은 산림인접지를 포함하는 도시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역시 산불에 매우 취약한 곳인데, 국립보호구역이며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테이블 마운틴에서도 최근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 더구나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개발도상국으로서 산림인접지에 무허가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차서 산불에 더욱 치명적이라 한다. 
 이와 같은 산림인접지 등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이를 진압하기 위한 소방관들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산불이 워낙 빠른 속도로 번지기 때문에, 순식간에 주택과 산림을 불태우고 소방관들마저 희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불의 확산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산불의 복사열(Radiated heat) 때문이다. 즉 산불이 내뿜는 극히 뜨거운 복사열로 인하여 에너지가 파동의 형태로 멀리까지 전달되기 때문에, 상당히 떨어져 있는 산림마저도 불길에 직접 닿지 않고도 산불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산불이 위험한 복사열을 내뿜는 치명적 범위를 ‘킬링 존(Killing zone)’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복사열이 방출되는 영역이다. 산불 및 화재 사고에서 소방관을 포함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바로 킬링 존의 복사열 때문이라 한다.   
 이처럼 놀라운 위력을 지닌 산불은 급기야 기상의 변화마저 초래하곤 한다. 최근의 산불은 기후변화, 즉 심각한 지구온난화 현상에 크게 영향을 받아 규모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역으로 산불이 기상의 변화와 기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산불이 발생하는 곳의 상공에서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의 구름이 나타나곤 하는데, 때로는 섬뜩하고 기괴한 형상이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특히 몇 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의 남부에서 며칠간 지속된 산불과 함께 나타난 거대한 회색 구름은,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듯한 형상에 하늘을 뒤덮어버릴 듯한 모습이어서 이를 지켜본 주민들은 몸서리치며 두려워했다고 한다.

 산불에 의해 발생하는 구름을 예전에는 화재 적운(Pyrocumulus cloud)이라고 지칭하였다. 일반적으로 적운(積雲; Cumulus)은 기본적인 구름 형태의 하나로서, 비교적 평평한 기저부에 윗부분은 볼록한 돔 모양으로 솟아 있는 모습이다. ‘쌓이다’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쿠물로(Cumulo)’에서 기원한 용어로서 우리말로는 뭉게구름이라 부르기도 한다. 적운은 일반적으로는 강수를 동반하지 않지만, 대기가 불안정할 경우 적란운(積亂雲; Cumulonimbus)으로 발달하여 천둥 번개 등을 동반한 소나기를 내리기도 한다.
 화재 적운은 과거에는 적운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비행운(Contrail)처럼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구름의 하나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빈발하는 산불과 함께 화재 적운도 워낙 자주 발생하다 보니 2017년 3월 세계기상기구는 구름도감을 30년 만에 개정하면서, 이 구름에 ‘플라마제니투스(Flammagenitus)’라는 명칭을 붙이고 새로운 유형의 구름으로 공식 인정하였다,
 플라마제니투스는 매우 뜨거운 열기가 공기를 빠르게 밀어 올리면서 만들어지는 구름이다. 즉 산불은 주변의 공기를 섭씨 800도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초목을 불태우며 그 안에 있던 물이 증발해 위로 올라간 후, 수증기는 공기 중의 연기 입자와 결합해 응결되면서 구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구름이 생성되면 불길은 더욱 맹렬해지고 불이 사방으로 예측 불가능하게 퍼져 나기도 한다. 뜨거운 공기의 상승 기류가 더 많은 산소를 아래쪽의 산불에 공급해주기 때문에, 산불은 더욱 가속화되면서 진압하기도 어려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산불에 의한 구름은 적운에서 적란운으로 발달하듯이, 화재 적운이 변모하여 뇌우를 동반하는 화재 적란운(Pyrocumulonimbus)이 되기도 한다. 화재 적란운이 폭풍우를 일으키면 산불을 끄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너무 건조하면 비가 내리지 않고 마른번개가 쳐서 또 다른 산불을 일으킬 수도 있다. 산불이 신종 구름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기상마저 예측 불가능하게 변화시키는 셈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산불에 의해 발생하는 화재적운(플라마제니투스) ( ⓒ Eric Neitzel )
이미지2: 산림인접지에서 발생한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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