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드기가 퇴출된 진짜 원인은?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0-08-0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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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에 처음으로 취항하였던 초음속여객기 콩코드(Concorde)는 27년간 운항해오다가, 지난 2003년 10월 고별비행을 끝으로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콩코드기가 끝내 퇴장한 이유에 대해서는 과다한 연료 사용에 비해 탑승객은 적은 데에 따른 경제성의 문제, 소음 발생 등의 환경문제, 2000년의 폭발사고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특히 모두 상당한 부유층이었을 승객들과 승무원 전원이 사망한 2000년 7월의 에어프랑스 소속 콩코드기 폭발사고는, 운항 재개 이후의 승객 감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사고는 상업용 비행선의 퇴출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던 힌덴부르크(Hindenburg)호 폭발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체펠린(Ferdinand Adolf Zeppelin; 1838-1917) 백작이 본격적으로 여객용 비행선을 개발한 이후, 독일의 129번째 체펠린식 비행선이었던 ‘힌덴부르크(Hindenburg)호’는 대형의 초호화비행선으로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37년 5월 미국의 한 공항에서 착륙 중에 큰 폭발사고를 일으켜 승객과 승무원, 지상요원 등 36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사고 당일의 악천후에 의한 뇌우, 또는 정전기 스파크 등에 의해 선체의 수소기체에 불이 붙어 폭발하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의 폭발 장면이 현장의 신문기자들에 의해 촬영, 보도되면서 세계적으로도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고 이후 독일에서 비행선의 제작과 이용이 금지되면서 여객용 비행선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공중 운송 교통수단의 자리는 ‘비행기’에게 물려주게 되었다. 그러나 힌덴부르크 폭발사고가 아니었더라도, 비행선이 계속 하늘의 왕좌 자리를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즉 수소기체로 인한 폭발, 즉 안전성이 가장 문제였다면,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안전한 헬륨 기체를 사용하면 해결되었을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여객용 비행선이 퇴출된 것은 결국 비행기와의 경쟁력이 근본적인 문제였던 셈이다. 비행기는 보다 작고 훨씬 빠르면서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등 여러 측면에서 비행선을 압도한다. 탑승 가능 승객의 수에 비해 덩치만 너무 큰 비행선은 유지 보수도 쉽지 않았다. 폭발사고가 비행선의 퇴장을 다소 앞당겼을지는 몰라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아닌 셈이다. 1912년 4월에 발생한 초호화여객선 타이타닉(Titanic)호의 침몰사고 역시 1500여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사망하는 등의 큰 충격을 안겼지만, 크루즈 선 등 대형, 호화여객선들은 지금도 여전히 세계 곳곳의 바다를 누비고 있다.
마찬가지로 콩코드기의 폭발사고 역시 콩코드기가 항공박물관에 전시되는 신세로 전락하는 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는 했겠지만, 그것이 가장 결정적이고 근본적인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요인을 요즘 유행하는 단어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른바 ‘가성비(價性比; cost-effectiveness)’의 문제, 즉 지불하는 가격에 비해 효능과 만족도는 무척 낮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항공요금은 일반석 기준으로 기존 여객기의 열 몇배 이상이면서 운항 시간은 절반 이하 정도로 단축한 상황이라면, 가성비를 별로 중시하지 않는 부유층 이외에는 선뜻 이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일등석보다 몇 배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비좁은 기체에 몸을 구겨 넣는 불편을 감수해야 할 지경이라면, 가성비는 더욱 떨어졌다고 하겠다.

물론 가성비의 문제는 콩코드기가 퇴출될 무렵이 되어서야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고, 처음 취항했을 때부터 안고있었던 문제였을 것이다. 그런데 취항 후 27년간이나 운항을 지속하고서 2003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콩코드기는 상업운항을 중단해야만 했을까?
언론인 출신으로서 유럽의 대표적 미래학자이기도 한 독일의 마티아스 호르크스(Matthias Horx)는 이에 대해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국내에도 번역되어 나온 그의 저서 ‘테크놀로지의 종말(원제 Technolution : Wie unsere Zukunft sich entwickelt)’에서 ‘노트북 컴퓨터의 출현’을 콩코드기 퇴장의 가장 큰 원인이라 언급하였다.
얼핏 전혀 관련이 없을듯한 생뚱맞은 얘기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의 설명을 잘 듣고보면 나름의 합리성과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즉 ‘시간의 경제성’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다면, 콩코드기가 처음 등장한 1970년대에는 이로 인한 시간 절약의 효과가 매우 컸다는 것이다. 일분일초가 아쉬울 정도로 바쁜 사업가나 부자의 입장에서는, 비행 소요시간을 반 이상 단축한다면 비싼 돈을 기꺼이 지불하고서라도 콩코드기를 탈만한 가치가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트북 컴퓨터 등이 대중화되면서 비행기 안에서도 얼마든지 비즈니스 관련 일 등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시간 절약이라는 예전의 장점이 크게 퇴색되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초음속기가 아닌 기존의 여객기들이 대형화되면서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호화롭게 꾸미고 보다 쾌적한 여행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콩코드기와의 경쟁에서 더욱 우위에 서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노트북이 콩코드 시대를 끝내게 했다는 그의 주장이 정말 맞는 것인지 정확히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콩코드기의 퇴장은 “발전된 과학기술을 적용하면 시장에서도 다 성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사례로서, 오늘날에도 큰 교훈을 주고 있다고 하겠다.

                                                                              By 최성우

이미지1: 초음속여객기 콩코드의 비행 모습(1986년) (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이미지2: 여객용 비행선의 퇴장 계기가 된 힌덴부르크호의 폭발사고 장면

  • Hithere ()

    비행선이 아직가지 운영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행선이 계속 있었다면, 사실 공항을 많이 줄일 수 있고, KTX니 같은 것도 조금 줄일 수 있었을 까도 싶은데, 무엇보다 사라진 비행체가 가지고 있는 낭만, 멋스러움이 아쉽니다. 아마도 어릴 때 보던 미래소년 코난의 영향인 것 같기도 하고...

  • 댓글의 댓글 최성우 ()

    지금도 기상 관측용, 교통 감시용 등의 무인 비행선이 이용은 되고 있지요...  (수소 대신 안전한 헬륨 가스를 채운...) 
    그러나 여객용으로 운영하려면 도리어 공항이 더 커져야 하는거 아닌가요? (같은 승객 기준이라면 비행선이 훨씬 덩치가 크니, 그거 보관(정박?)하려면...^^ )

  • Hithere ()

    활주로가 없으니, 도심에서 바로 출발할 수 도 있을 거고, 출발점을 롯데 타워 같은 곳에서 하면 여러모로 상상력을 자극해줄 것 도 같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면 공기를 빼서 잘 접어 놓도록 하거나 하는 것이 지금의 비행기보다는 재미있었을 듯 싶네요... 없어졌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가끔 과거 공상영화를 보면 비행선이 너무 멋졌습니다.

  • tatsache ()

    일분일초가 아쉬울 정도로 바쁜 사업가나 부자 같으면 아예 전용 비행기를 이용하겠지요.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가 실제 이륙까지는 아무리 일등석 승객이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허브공항(런던,파리-뉴욕)에서 여정이 끝나면 그나마 콩코드가 경쟁력이 있겠지만, 다른 중소 공항으로 또 이동해야한다면 환승시간때문에 경쟁력을 상실해버립니다.

    콩코드가 퇴출된 것은 주로 이용하는 승객들이 비즈니스 제트기( https://ko.wikipedia.org/wiki/%EB%B9%84%EC%A6%88%EB%8B%88%EC%8A%A4_%EC%A0%9C%ED%8A%B8%EA%B8%B0 )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기존 여객기의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이 아무리 잘 되어있다고 해도 비즈니스 제트기와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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