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졸업연구실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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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등록일
2003-07-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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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ntum Chemistry 님께

안녕하십니까? 일본에서 학부를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저는 일단 학부만 마치고 제약회사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곧 졸업논문 쓸 연구실을 정해야 하는데 단백질 구조해석 연구실하고 생물유기화학 연구실 중 어느것이 좋을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

그냥Quantum Chemistry님을 후배님이라고 생각하고, 이하 후배님이라고 부르고 조언을 하지요.

일단은 후배님은 어느 정도 앞으로의 갈 길을 생각해 놓으시고 어떤 전공을 선택하시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일단 미국의 제약회사에 있고 화학과 생물쪽에 관련이 있어서 말씀을 드리지요. 하지만 제 조언은 후배님의 장래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모르겠지만, 결론은 후배님 자신이 선택하셔서 후배님이 책임을 지셔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 노래 가사에도 있지요 “내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고요. 제 조언은 그저 조언일뿐이고, 그리고 제가 어느 전공을 선택하라고는 후배님께 말 할 수 없군요.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시험 성적에 맞게 학교, 학과를 선택해 주어서 들어간 학생들중 후회하는 학생들 무지 많을 겁니다. 그리고 그 원망을 고등학교 선생님에게 돌리는 경우를 제 친구들한테서 보았구요. 한국에서의 대학교와 학부 전공이 거의 그 사람을 대변한다고 생각되어서 하는 말입니다. 후배님께서 어떻게 해서 일본에서 학부를 공부하게 됬는지는 또 다른 문제겠지요.

후배님은 제약회사를 들어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일본 제약회사입니까 아니면 한국 제약회사, 그것도 아니면 글로벌 제약회사?). 학부만 마치고요. 우선 후배님이 어떤 산업체을 가기 전에 왜 그런 산업체를 선택하셨는지 자문자답해 보십시요. 그 이유가 누군가의 권유로, 아니면 그저 월급을 많이 받기에,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요?

후배님, 학부의 전공은 제약산업에서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후배님이 특별히 채용되어서 연구/개발쪽으로 제약회사에 들어가더라도 말입니다. 졸업논문 쓰려고 랩에 들어가서 얼마나 많이 배울지는 모르겠으나, 길어야 1년동안 (아마 실제로 랩에서 일하는 시간은 6개월 정도겠지요. 그리고 나서 논문쓰고 논문제출기간안에 제출해서 졸업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 랩에 있으실 것 같은데 1년동안 유기화학을 배우건, 바이오인포머틱스을 배우건 실제 산업체에서는 후배님을 그 전공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후배님께 드리는 제  조언은 technology(science), technique, tool 중에 science를 배우는 곳으로 가시라는 것입니다. 아직 뭐가 technology(science)고 technique, tool인지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 예를 들지요. (그리고 앞으로 석사, 박사과정를 하겠다면 더욱더 명심하십시요. 후배님이 들어가시려는 랩이 그냥 어떤 기계를 다루게 해 줘서, technology(science) 대신 technique과 tool 쓰는 법을 배워주는 랩인지 생각해보라는 겁니다. 하기야 학부때 technique과 tool 쓰는 법을 배워도 성공한 거라면 할 말 없습니다.)

80년대 한국에서는 생명공학 특히 유전공학이 유행했습니다. 유전공학으로 왠만한 질병을 정복할 수 있다는 등 무지 언론에서 띄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대학 여기저기에서 유전공학과를 세웠지요. 자연과학대에도 만들었지만, 주로 농과대학이었습니다. 의대, 치대등에서 떨어지고,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이 2, 3지망으로 농대 유전공학으로 입학하였습니다. 솔직히 유전공학이라는게 따로 유전공학과를 만들 필요는 없었지요. (제 개인 생각입니다.) 한국에서 유전공학이라고 말하면, 대다수가 유전자 시이퀀싱를 하는 것을 말합디다. 지금 현재는 유전자 순서를 알아내는 것은 기계가 합니다. 80년대만하더라도 박사급들이 했지요. 그 당시에는 대학교 교수들, 언론, 정부에서 technology(science) 라고 했던 겁니다. 지금은 그게 과학이 아니라 도구였다는 것을 압니다. 그 도구를 가지고 80년대 유전공학교수들은 자기가technology(science)를 아는듯이 말했지만 그들은 그저 도구를 쓸 줄아는 technique을 갖고 있었을 뿐입니다. 유전공학을 하는데 굳이 유전공학을 갈 필요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자연대학의 미생물학과, 생물학과, 생화학과에서도 할 수 있고, 의대, 약대등에서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공대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공대에서는 유전자 시이퀀싱하는 기계를 만드는데 기여 (기계, 전산, 컴퓨터 등등 말이죠)할 수 있고, 의대나 약대는 어떤 질병이나, 의약품을 만드는데, 그리고 농과대학에서는 식물이나 동물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자연대학의 순수학문 계통에서는 그 이론이난 가설을 증명하는데 기여할 수 있겠지요. 절대로 유전공학과에서 위에 모든 열거한 것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80년대 유전공학이 뜬 이유는, 정부, 언론, 대학, 대학교수들이 주 원인이었고, 이에 덩달아 고등학교 3학년 담임들도 일조를 했지요.
 
그리고 후배님이 학부에서 보는 교수들의 모습 (학문적으로, 인격적으로) 이 많이 틀릴 수 있답니다. 학부만 졸업하고 나간 학생들은 존경받는 교수일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대학원생들(석사, 박사, 박사후 과정 포함)로 부터 존경받는 교수님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저도 한국에서 학부와 석사를 졸업했기에 하는 말입니다). 지금 이곳과 다른 웹사이트에서 언급되는 소위 “괴수”라는 교수들이 제가 이미 경험을 했기에 말입니다. 2000년대 들어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괴수’가 아니라 우리들, 우리 선배들이 키운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괴수가 바로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거구요. 선배, 동기, 후배중에 교수된 친구들이 있기에 제가 너무 교수사회를 욕하면 안 되겠지요! 그렇다고 관행이라고 부르면서 계속 그렇게 산다면 우리나라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봅니다.

물론 한국에만 그런 ‘괴수’가 있는게 아니라 미국에도 있습니다.  한국처럼 그런 악질 ‘괴수’는 없더라고 미국에서 보면 ‘괴수’라고 불릴만 한 교수들이 있답니다. 후배님, 어떤 랩을 고를때 후배님의 장래를 생각해서 고르시라는 겁니다. 지금 당장 보이는 교수 성격이 좋아서, 교수가 후배님한테 잘 대해주어서 그 랩을 선택했다는 것은 자기 인생을 그냥 던져버리는 것입니다. 이곳 미국에서도 정치적인 교수, 무능력한 교수 (이런 교수들이 사람들에게는 잘 해주고요, 성적도 자기가 받은 것보다 잘 줍니다) 많습니다. 오히려 실력 있는 교수들이 좀 어눌하고, 어떨때는 쌀쌀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교수들과 자기 개인 얘기를 상담하면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교수들이 꽤 있습니다. 자기가 연관되면 시간상등으로도 많이 빼앗기는 데도요. 하지만 학문쪽으로 들어가면 한국처럼 인정이 통하지 않더군요.

후배님, 지금도 여러 이름의 technique 이름들이 생겨나고 있지요. Genomics, Proteomics, Bioinfomatics, Chemogenomics, Chemoinfomatics 등등 이런 이름에 현혹되지 말라는 겁니다. 이름이 팬시하고, 이런 이름들을 들먹이면서 연구하면 자신이 뭔가 새로운 학문을 하는 것처럼 자기암시가 되어 버리더군요. 실제로 아무 것도 아니데 말이죠.  그보다 저는 후배님께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학문을 배우시라고 권하고 싶습시다. 기초가 튼튼하면, 제가 위에 언급한 이름들, 아니 후배님이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그 이름의 대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어서 이럴게 장문의 글을 올립니다.

후배님께 한가지 더 부탁하고 싶은 것은, 한국 속담에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가 (이거 속담 맞아요?) 있습니다. 솔직히 똥이 무서워서 피하든, 더러워서 피하든, 후배님이 힘든것 피하고 산다면 후배님 인생은 계속 피하면서 살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똥이 더러우면 “치우고” 가십시요. 다른 사람들이 와서 치우기를 바라면서 산다면, 그 똥은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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