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렬 교수 2004년 2월 교수신문 기고글
- 글쓴이
- 구경꾼
- 등록일
- 2006-01-1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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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교수가 2004년 2월 교수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황우석 교수팀의 난자채취 과정에 대한 의혹, 연구성과의 지나친 과장, 그리고 박기영 보좌관이 별 다른 기여도 없이 공저자로 들어간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이후 황 교수팀의 연구윤리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 Nature의 기사에 인용되기도 했었습니다. 이에 박기영 보좌관은 2005년 5월 SCIENG에 올린 댓글에서 "이필렬 교수의 왜곡된 주장"이라고 치부했더군요. 지난 두달여간 진행된 황우석 스캔들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 생명윤리심의위원회와 서울대 조사위가 밝혀낸 사실들에 비춰볼 때 이필렬 교수의 문제제기는 모두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왜곡"이라고 치부하며 황우석 팀의 과장과 거짓에 힘을 실어줬던 박기영 보좌관의 언행은 참으로 비양심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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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2004년 2월 23일
대학 교수들이 연구비를 유용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고, 언론에 연구비 사용 실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 최초의 '획기적인' 연구결과가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다. 두 연구가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지만, 공통점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투명성이라는 점에서 모자라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연구비를 유용했다는 의심을 받는 교수들은 연구비를 투명하게 집행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세계 최초의 배아복제 연구업적을 내놓은 교수는 연구비 집행에서는 투명했겠지만, 연구에 반드시 필요한 재료의 조달에서는 투명함이 덜한 것 같다. 복제 배아를 만드는 데 필요한 난세포 240여개를 얻는 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10여명의 여성이 자발적으로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난세포를 제공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난세포가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그들이 그렇게 쉽게 제공하려 했겠는지 의문이 생긴다. 여성의 몸에서 난세포를 채취하려면 과배란 유도제를 열흘 정도 매일 주사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채취장비를 여성의 몸에 집어넣고 초음파에 의지해 조종하면서 난세포를 끄집어내야 한다. 이렇게 열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실험실에 나와서 주사를 맞고, 진단을 받고, 마지막에는 자기 몸까지 열어 줄 여성이 열명도 넘게 제발로 찾아왔다는 것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 것이다.
배아복제 연구에서 또 한가지 모자라는 투명성은 그것의 효용과 관련된 것이다. 연구자와 언론은 이 연구로 각종 난치병이 곧 치료될 것처럼 이야기한다. 난치병 환자들은 아마 그의 다음 연구결과가 나와서 자기 병이 치료될 수 있기를 애타게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치료에 사용될 줄기세포를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투여된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자라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는 걸 보면 난치병 치유는 실현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배아복제를 만들어낸 연구자는 이에 대해서 투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언론에서 난치병이 곧 치료될 것처럼 떠들어도 수정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자신이 앞장서서 희망을 불어넣어준다. 투명성과 관련해서 지적되어야 할 세 번째 부분은 공동연구자의 역할이다. 얼마 전 대통령 과학기술수석으로 임명된 교수의 전공이 배아복제와는 거리가 먼데 어떻게 공동연구자가 될 수 있는지 불투명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라 해도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과정도 투명해야 결과가 진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배아복제라는 대단히 미묘한 연구 과제를 건드릴 때에는 더욱 투명해야 할 것이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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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2004년 2월 23일
대학 교수들이 연구비를 유용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고, 언론에 연구비 사용 실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 최초의 '획기적인' 연구결과가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다. 두 연구가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지만, 공통점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투명성이라는 점에서 모자라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연구비를 유용했다는 의심을 받는 교수들은 연구비를 투명하게 집행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세계 최초의 배아복제 연구업적을 내놓은 교수는 연구비 집행에서는 투명했겠지만, 연구에 반드시 필요한 재료의 조달에서는 투명함이 덜한 것 같다. 복제 배아를 만드는 데 필요한 난세포 240여개를 얻는 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10여명의 여성이 자발적으로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난세포를 제공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난세포가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그들이 그렇게 쉽게 제공하려 했겠는지 의문이 생긴다. 여성의 몸에서 난세포를 채취하려면 과배란 유도제를 열흘 정도 매일 주사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채취장비를 여성의 몸에 집어넣고 초음파에 의지해 조종하면서 난세포를 끄집어내야 한다. 이렇게 열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실험실에 나와서 주사를 맞고, 진단을 받고, 마지막에는 자기 몸까지 열어 줄 여성이 열명도 넘게 제발로 찾아왔다는 것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 것이다.
배아복제 연구에서 또 한가지 모자라는 투명성은 그것의 효용과 관련된 것이다. 연구자와 언론은 이 연구로 각종 난치병이 곧 치료될 것처럼 이야기한다. 난치병 환자들은 아마 그의 다음 연구결과가 나와서 자기 병이 치료될 수 있기를 애타게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치료에 사용될 줄기세포를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투여된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자라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는 걸 보면 난치병 치유는 실현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배아복제를 만들어낸 연구자는 이에 대해서 투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언론에서 난치병이 곧 치료될 것처럼 떠들어도 수정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자신이 앞장서서 희망을 불어넣어준다. 투명성과 관련해서 지적되어야 할 세 번째 부분은 공동연구자의 역할이다. 얼마 전 대통령 과학기술수석으로 임명된 교수의 전공이 배아복제와는 거리가 먼데 어떻게 공동연구자가 될 수 있는지 불투명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라 해도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과정도 투명해야 결과가 진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배아복제라는 대단히 미묘한 연구 과제를 건드릴 때에는 더욱 투명해야 할 것이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