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다람쥐가 된 시골다람쥐

글쓴이
임춘택
등록일
2008-02-29 08:23
조회
2,6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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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건
오늘 미국 서울 워싱톤에는 다람쥐 수가 한마리 더 늘었습니다.

저희 집에 와서 주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집 천정에는 다람쥐들이 살림차리고 살면서 밤이되면 자기네 세상 만난 것처럼 조심성없이 뛰어놀고는 하지요.

생태학적으로 면밀히 말하자면 저희가 다람쥐 동네에 와서 집을 짓고 살고 있는 것이지만, 저희 집 건물밖에서 처마 밑에 구멍을 뚫고 시도 때도없이 천장을 들락날락하면서 제가 혼자 잠못이루는 밤에 억지로 눈을 붙여볼라치면 방해를 하고는 합니다.

마당에서 애들이 놀 때 수줍어서 멀리서 뛰어다니는 다람쥐를 보면 "Look Squirrel!" 하면서 좋아하고 귀엽다고 하지만, 천장에서 여기저기 닥치는대로 날카로운 이빨로 구멍을 뚫고 다니며 전기줄까지도 껍질을 벗겨놓으며 집에 피해를 주는 다람쥐가 제 눈에는 골치거리로 밖에는 안 보입니다.

워싱톤을 찾는 관광객들은 어디를 가나 많이 보이는 다람쥐들을 신기해하며 먹이를 던져주고는 하지만 제마음 같아서는 집주변에 있는 다람쥐는 다 잡아 없애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희동네에서는 규정상 총기를 발포하지 못하게 되어있어서 유일하게 허용된 방법이 덫을 놓아 생포해서 멀리 갖다가 풀어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약 5마일(8.5 km) 떨어진 곳에 데리고 가서 풀어주면 자기 집을 못찾아온다고 합니다.


오늘 일주일만에 두번째 다람쥐를 생포했습니다. 마침 출근시간 바로 전에 덫에 걸려서 소란을 피우고있어서 차에 태워서 같이 워싱톤에 갔습니다. 백악관 앞 일립스 공원과 초대대통령 워싱톤 기념비 사이를 지날 때 적당한 데 차를 세워서 다람쥐를 풀어주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정확히 20 마일 떨어진 곳에서 끊임없이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으라고 말하고는 덫을 풀어줬더니 꽁지가 빠지게 잔디밭을 뛰어가서는 나무 하나를 선택해서 올라갔습니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처음 찾은 서울에서 잘 적응할지 궁금합니다.

지난 주에는 생포한 다람쥐를 저희 집에서 9 마일(14.5 km) 떨어진 곳에 데려가서 풀어주고 왔더니, 성호가 하는말 "귀여운 다람쥐를 애완동물로 키우지않고 왜 갖다 버렸어요?"

두마리 뺀 우리집 다람쥐,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 로이터통신 강형원 기자, 2008년 2월 28일
  • 임춘택 ()

      강형원 기자가 지인들에게 30년된 자신의 미국 삶을 적어서 가끔 편지로 보내고 있습니다. 본인의 동의를 받아, 아주 약간의 편집을 거쳐 싸이엔지에 게재합니다.

    참고로, 강형원기자는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어려서 저하고 같이 '과학자'의 꿈을 꿨고, 실제로 이 친구는 미국 대학에서 물리학과로 진학했습니다.

    정치와 토론에 지친 과학기술인들께 삶의 여유를 갖는데 도움이 되시길... 

  • 돌아온백수 ()

      고양이를 키우면 되는데.....

    저희집에는 다람쥐도 없고 두더쥐도 없어요. 고양이가 세마리 눌러사니까요. 다람쥐라기 보다 청솔뫼라고 하더군요. 하여간, 가끔 고양이들이 사냥을 해서는 잘 보이는 곳에 자랑한다고 과시를 해서, 골치가 아프고요. 사체들은 숲에다 던져놓으면, 새들이 깔끔하게 청소를 합니다. 새가 아닐 수도 있는데, 하여간 며칠지나면 흔적도 없어지죠.

  • 임춘택 ()

      한번 알려줘야겠군요. 그런 상식적인 해답도 알기 전에는 어렵죠. ㅠ.ㅠ
    다람"쥐"도 일종의 쥐니... ^^

  • 돌아온백수 ()

      다람쥐도 그렇지만, 두더쥐도 골치거리입니다.
    잔디밭과 정원이 엉망이 되거든요.
    두더쥐 지나간 자리는 보기가 흉하고요.
    땅속에 있으니 잡기도 어렵죠.
    두더쥐용 덫을 많이 팔고 있는데, 저희 집은 아직은 괜찮습니다.
    우리는 고양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분은 집이 바위위에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하고..... 그렇다고 진짜 바위가 있다는 게 아니고, 지반이 그럴거라는.....

  • 돌아온백수 ()

      저희집은 집앞과 뒤에 집보다 더 키가 큰 나무들이 있어요.
    집이 나무사이에 끼어있는 모양이죠.
    다람쥐가 있으면, 아마 천국이었으리라 생각 되는데.....

    오늘 고양이들 특식 돌려야 겠다.

  • 임춘택 ()

      특식... ㅋㅋㅋ
    타산지석?

  • CA 룬 ()

      저분 심정 너무나 이해됩니다. 저도 지금 집 이사오기 전에 다람쥐만 보면 와~~~이쁘다...귀엽다 라고 탄성을 질렀는데 지금은 다람쥐만 보면 "으이그" 소리가 나옵니다.

    뒷마당에 와인을 담글수 있는 와인포도 나무 10 그루랑 5가지 다른 종이 열리는 자두나무가 한그루 있거든요...2년전에 이집으로 이사 온 후 한번도 맛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놈의 다람쥐 갱단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영글기도 전에 다 해치워 버리거든요. 지가 사냥꾼인줄 알고 있는 저의 둘째 강아지가  첨에는 다람쥐를 쫓았지만 결국은 야자나무에 몸을 찢겨 비명을 지른후 다람쥐들만 보면 피해요...
    다람쥐들이 얼마나 성격이 괴팍한지 동네 고양이들도 떼거지로 몰려오면 몸을 사리고 피합니다. -..-

    한번은 지 남편이 너무 열받아서 자두 나무에 있는 다람쥐한테 가서 한마디 했거든요...
    근데 이 놈이 도망갈 생각도 안하고 남편을 째려보면서
    한입 가득 자두를 넣고 우물 우물 씹고 있더래요.
    나뭇가지를 툭 쳤더니 "까약 까약" 하면서 고함도 치더랍니다.

    저희 가족은 다람쥐가 무서버요...^ ^

  • CA 룬 ()

      두더쥐도 두더쥐지만 들쥐도 무시 못하죠...-..-
    벌써 잔디밭에 흉칙한 구멍이 10개도 넘게 생겼어요...
    이쁜 꽃들은 다 먹어치워 버리고...
    덫을 놓자니 우리 강아지들이 걸릴까봐 걱정되서 못하겠고...

    가끔은 멧돼지랑 사슴들도 나타나서
    울타리 바깥쪽으로 부터 고개 내밀어서 포도 다 먹어치워버리고...
    산토끼들도 가끔 나타나서 깽판치고...흑흑흑...
    한밤중에는 코요테들이 나타나서 지들끼리 노래 부른다고
    우우~~~거리는 바람에 분위기 삭막하게 만들고...
    야생칠면조들도 가끔 울타리 훌쩍 뛰어 넘어
    뒷마당에 들어와서 춤추다 나가고...   
    무서운 뒷마당 입니다. ^ ^
                                         

  • 임춘택 ()

      저자도 얘기하지만, 생태학적으로는 우리가 걔들이 사는 곳에 얹혀사는 마당에, 큰 소리 치니 다람쥐 입장에서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반응을 보인게지요. ^^

  • CA 룬 ()

      그렇죠..."적반하장도 유분수"죠...^ ^
    저희집 짖기전엔 아무도 오지 않는 자연 상태 그대로 였다고 그러던데...
    늦게 온 세입자들인 저희들이 참아야겠죠....

  • 준형 ()

      돌백님이 사시는 곳이나 CA 룬님이 사시는곳에서는 비버 피해는 없으신가봐요? 중부에 있는 제 처가댁은 뒷마당에 자주 놀러 오는 비버 가족 때문에, 창고에 종종 물리 들어 오곤 한답니다.

    그때 마다, 장인어른 하고, 저 하고, 사냥 연습하러가죠. 그냥 지켜만 보다가는 집이 물에 잠길수도 있으니깐요. :-)

    그리고서 주 정부에 신고 합니다. 이러이러 해서 안타깝게 비버를 처지 했다고요. ㅋㅋ

  • 돌아온백수 ()

      ㅋㅋ... 호수가 좀 떨어져 있어요. 한 5마일 정도....
    주립공원이 있는데, 거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 CA 룬 ()

      산호세가 워낙 물이 귀한 곳이기에 다행히 비버 피해는 없습니다.
    집 앞으로 Creek 이라고 떡하니 물길이 지나가는데
    말이 Creek 이지 평소에는 진흙에 물이 조금 고여 있는게 다죠.
    우기인 겨울이 되야 조금 물이 불어날까...

    근데 비버 너무 귀여운데...^ ^

  • 돌아온백수 ()

      여기는 파썸이 있어요. 고양이 먹이를 바깥에 놓아두면, 그넘이 슬금슬금.... 어이구... 생긴것도 아주 기분나빠서....

    터마이이트 라고 집 갉아먹는 개미는 한국서는 신경도 안쓰던건데, 그 넘도 신경써야 하고요.

    로컬뉴스를 자주 확인해야 하는데,
    살인거미도 가끔 나타나기도 합니다. 집밖에 신발을 벗어두면 위험하죠.

    집안의 거미들은 역시 고양이들이 깔끔하게.....

  • Wentworth ()

      돌백님은 데이빗 헨리 소로우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엘리트임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벗하며 사시는 모습이며 사이엔지를 통해 시민 불복종 운동을 나름대ㄹ 실천하시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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