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발전 모델은 없다… 4~5년 내 심각한 위기 맞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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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worth
등록일
2010-10-25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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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향력있는 중국 10대 경제학자' 천즈우 예일대 교수
...
―최근 경제위기 동안 중국 경제는 서구와 달리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국가 주도 발전모델을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라고 부르며 칭찬합니다.

"저는 정반대라고 봅니다. 지난 30년간 중국이 보여준 경제적 성공은 베이징 컨센서스가 주장하는 것들을 정확히 반대로 했기 때문에 이뤄진 겁니다. 다시 말해 중국 경제의 역동성은 금융·무역 분야의 개방, 제조·서비스 분야의 민영화에서 나온 겁니다."

―판웨이(潘維) 베이징대 교수(국제정치학)는 "서양의 탐욕스러운 민영 금융업이 아니라 중국의 국유 금융업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모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분은 경제학자가 아니에요. 그분이 한 번이라도 제대로 경제를 공부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따르다가는 세계는 또 한 번 2차 세계대전 직후 각국이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고 말 겁니다. 역사를 보죠. 1930년대 세계 경제를 지켜봤던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대비를 목격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대공황의 혼란에 빠져 있었고, 소련은 10년 넘게 10%씩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나라가 소련의 국영기업 모델을 따랐습니다. 심지어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같은 서유럽 국가도 에너지,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국영기업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국영 은행, 기업들이 대부분 막대한 손실을 냈고, 각국 정부를 재정 위기로 몰고 갔습니다. 이런 위기는 19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 세계화와 경쟁에 직면한 국영기업들이 강제로 민영화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불과 수십년 전에 있었던 이런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됩니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민영화나 제도 개혁 없이도 경제를 어느 정도 발전시키고, 소득 수준을 올릴 수 있습니다. 중국은 막대한 노동력과 낮은 임금이라는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좋은 제도를 갖추게 된다면 사람들은 적게 일하면서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제 계산에 따르면 중국 사람들은 출근해서 매일 3시간을 질 나쁜 제도를 상쇄하는 데 소모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계속 발전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첫째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정치권력이 경제와 무관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는 강력한 징세 권한을 가지고 있고, 어떤 지역에 어떤 산업을 육성할지 결정하는 자원 분배 권한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올해 8조 위안의 세금을 거둬들였습니다. 제 계산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세금 등으로 거둬들인 부(富)의 규모는 지난 14년간 10배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도시 인구의 가처분 소득은 2.2배, 농민은 1.5~1.6배 정도 늘었습니다. 정치 개혁을 통해 정부가 너무 많은 부를 가계나 기업으로부터 가져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둘째, 민간 부문의 사유재산을 정부 기관으로부터 확실히 보호해야 합니다. 셋째, 정부가 보유한 국영기업과 국영기업의 보유 자산을 민영화해야 합니다."

―향후 중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제 예측으로는 4~5년 내에 중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겁니다. 경기 부양책으로 최근 2년 사이 4조 위안 이상의 돈이 풀렸습니다. 이중 절반 이상이 지방 정부로, 나머지의 대부분은 국영기업에 대출됐습니다. 이런 대출은 3~5년 뒤 만기가 돌아오는데, 제가 보기에 그중 상당수는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작년 출간한 《자본의 전략》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입니까?

"저는 중국 농촌에서 자랐습니다. 밭에 채소를 기르거나 돼지를 치는 일처럼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야만, 가치 있는 일이라고 배웠습니다. 반면 금융은 다른 사람의 노력과 부를 빼앗는 착취처럼 여겨졌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런 전통적인 인식은 과거 제 고향에서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도 중국, 일본, 한국 같은 아시아 사회에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서로 다른 개인과 집단이, 서로 다른 시간에 걸쳐 가치와 위험을 상호 교환하는 일인 금융의 발전이 사회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경제위기 이후 금융산업에 대한 여론이 나쁩니다. 금융 개방을 서구의 음모로 보는 시각도 대중적 인기를 끌었지요.

"저는 그 사람들(음모론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자본주의가 인간의 부와 안녕을 증진시키는 수단이라 믿는다면, 금융시장의 발전을 지지해야 한다'고요. 자본주의 아래서 금융시장의 발전 없이 경제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최소한 6세기에 걸쳐 구축된 주류 관점입니다. 음모론자들의 주장은 '사이드쇼(sideshow·서커스에서 손님을 끌기 위해 벌이는 쇼로 부차적인 일)'에 불과합니다."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0/22/2010102201069.html



역시 중국의 미래는 민주화에 달려있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다른 나라들처럼 1인당 GDP가 6천 달러 즈음에 이런 변화가 일어나게 될지 주목해 볼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출근해서 매일 3시간을 질 나쁜 제도를 상쇄하는 데 소모하고 있'다는 말이 흥미롭군요.

한편으로는 (한국, 일본, 중국에 남아 있는) 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일갈하는 것도 눈여겨볼만 한 것 같습니다.  

  • 남영우 ()

      이 분 공산당 개혁을 주장하시는군요. 다른 말로 하면 중국사회에서 공산당을 지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의 완곡한 표현정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위기 자체를 피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부실채권 이야기는 4-5년 내가 될 수도 있고, 조금 더 빠를 수도 있는데 어쨌거나 현실이 될 것입니다. 이건 중국부동산 거품 붕괴하고도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서, 제대로 위기가 폭발하면, 위안화 절상이 아니라 위안화의 휴지화가 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 남영우 ()

      금융개방에 관한 부분은 걸러서 봐야 할 것입니다. 전공분야라서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 라는 예로 적합할지 몰라도, 작금의 경제위기의 방아쇠를 당긴게 금융가의 장난질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서브 프라임 사태가 대표적인데, 이게 부동산의 유동증권화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금융가의 장난질로 인해 서브프라임 사태가 났다고 봅니다. 더구나, 요즘은 미국에서 주택압류를 [불법]으로 진행시켜서 소송걸렸다고 나옵니다. 주택가격을 일정기간 납부하지 않은 주택을 압류하는 것도 역시 금융권입니다)

    여담으로, 아시아에서 금융개방이 가장 많이 된 곳을 꼽자면, 한국도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이 금융개방을 해서 발전되었다는 이야기를 못 본 것 같습니다. 금융위기면 모를까......

  • 남영우 ()

      중국쪽은 금융개방은 어렵고요.

    부실을 까보이는 작업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부실을 뒤집어 까는 작업자체가 경제충격을 줄 가능성이 많습니다. 알아도 놀라고 몰랐으면 더 놀라니까요. 이걸 강제로 누가 먼저 까발리느냐 하는 것인데, 유럽 다음에 중국차례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스트레스 테스트 뭐니 해서 대충 넘어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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