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엔지니어링 - 박정희 전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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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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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0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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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자공업의 가정교사 金玩熙 박사 

1968년 4월18일경 하와이 호놀룰루에 머물고 있었던 朴대통령은 李厚洛 비 서실장을 통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전자공학과 교 수로 재직중인 金玩熙(김완희·현 75세) 박사가 보낸 편지였다. 편지는 「 미국까지 오셔서 뵙고 싶었는데 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안부 편지로 대신합 니다. 조만간 보고서를 마치는 대로 귀국하여 찾아뵙겠습니다」란 내용이었다. 金玩熙 박사는 민간인 자격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 동안 朴대통령 의 전자공업 육성과 관련하여 자문 역할을 했다. 1968년 그는 트랜지스터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한국의 전자업계를 고무시키면서 한국형 전자산업 육성 방안을 제시했고 朴대통령은 전적으로 그 계획을 지원하고 있었다. 金玩熙 박사는 1926년 경기도 화성군 오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경기중학교 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이어 1953년부 터 1955년까지 미국 유타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이때 그는 「 전자공학계의 피타고라스 定理」라 할 정도로 유명한 「브루니 定理(정리) 」의 예외를 발견, 이를 박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했다.
金玩熙 박사의 이론은 전자공학계의 기초발견으로서 전자회로 설계에 중요 한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이 논문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1958 년부터 컬럼비아 대학 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金玩熙 박사가 朴대통령을 처음 본 것은 1961년 5·16 직후인 11월, 朴正熙 大將이 미국을 방문하여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장군들이 마련한 자리에 초 대받아 갔을 때였다. 金박사는 컬럼비아 대학의 유일한 한국인이란 이유로 맨 앞자리에 앉아 朴正熙 장군이 연단에 올라서서 연설하는 모습을 자세히 지켜보았다.


『朴장군이 성명서를 손에 들고 읽는데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어요. 군 복 차림의 수행원들도 시골 티가 줄줄 흘렀지요. 첫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 았습니다. 그 자리엔 아는 사람도 없었고 강의시간도 있고 해서 리셉션 중 간에 빠져 나오고 말았어요』

朴正熙 대통령과의 두 번째 만남은 1965년 5월19일, 朴대통령이 뉴욕을 방 문했을 때였다. 뉴욕 시장 와그너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朴대통령 을 위한 만찬을 열었다. 金玩熙 박사도 초청을 받아 그 자리에 참석했다.

『뉴욕시 의전관의 호명에 따라 아내와 함께 단 위에 올라가 악수를 하며 본 朴대통령은 예전같지 않고 당당해 보였어요』

두 사람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967년 8월 말, 金玩熙 박사는 朴忠勳(박충훈) 상공부 장관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 당시 金박사는 전자 및 컴퓨터공학 주임교수로 미국 정부 지원을 받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 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두 번째 교과서를 집필하느라 여름방학을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틈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뉴욕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근무하던 서기관이 찾아와 『사실은 청와대에서 초청한 겁니다』라며 귀띔 해 주었다. 한국 정부는 金박사가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도록 팬 아메리칸 항공사의 비행기 표를 미리 준비해 두기까지 했다.

마침 朴대통령은 전자공업 분야의 在美 과학자를 찾고 있었다. 韓準石(한준 석) 비서관과 秋仁錫(추인석) 비서관이 당시 창설중인 KIST(한국과학기술연 구소) 소장 崔亨燮(최형섭) 박사와 상의 끝에 金玩熙 박사를 추천했다. 1967년 9월4일 한국에 도착한 金玩熙 박사는 朴忠勳 상공부 장관으로부터 한국의 「전기기계공업」의 실정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전기기계공업」 은 일본에서 만든 용어로 「전자공업」 혹은 「전자산업」이란 말은 그때까 지 사용된 적이 없었다. 金玩熙 박사가 이 무렵 電子(전자·Electronics)란 글자와 産業(산업·Industry)이란 글자를 조합해 전자산업 혹은 전자공업 이라 쓰기 시작했고 뒤따라 일본에서도 이 단어를 사용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發電(발전)-送電(송전)-配電(배전) 등 이른바 電力(보통 强電이라 칭한다)분야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전자산업이라 칭할 만한 업종 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등을 조립하는 초보적인 제조업 수준에 머물러 있었 고 이를 「전기기계공업」이라고 분류하고 있을 뿐이었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 중반부터 반도체, 컴퓨터, 무선통신 및 데이터 통신 등과 관련된 학문과 산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전력 계통의 공업은 斜陽(사양)길로 접어들어 일류대학에서도 전기공학은 교과목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朴忠勳 장관은 金박사에게 『우리도 일본처럼 빨리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을 세우려 하니 도와주시오. 이것은 「각하의 뜻」입니다. 내일 당장 관련 연 구소와 생산공장을 직접 둘러보도록 하시지요』라고 강권했다.

『바로 그 다음날부터 상공부 李喆承(이철승) 차관과 함께 한국전력, 대한 전선, 전파연구소, 중앙공업연구소, 부산 동래에 있던 금성사 등을 돌아보 았죠. 당시로서는 그게 전부였어요. 다 보고 나니 짐작이 가더군요. 한마디 로 서구와 비교하면 원시적인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 생산되는 전자 부품은 지독하게 조잡했어요. 전자업계의 맏형이라는 금성사조차 홍콩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본따서 만드는 이른바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국산 라디오를 만들고자 노력하던 때였으니까요』金玩熙 박사는 4일간 전국을 돌며 한국 전자업계의 현황을 살펴본 뒤 보고 를 위한 차트를 준비했다. 이때 상공부 전기기계 공업과 尹禎宇(윤정우·現 전자 정보 기술인 클럽 부회장) 계장과 직원 및 李泰久(이태구) 상무 등이 金박사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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