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엔지니어에 관한 평판

글쓴이
포닥
등록일
2002-03-02 11:30
조회
6,595회
추천
1건
댓글
2건
( 요즘 글 쓰는 재미가 솔솔해서...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 줄 모른다는 옛말이 있죠? ^.^)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많은 사람들과 공동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일 중의 하나가 MURI 라고 미 육군에서 주는 프로젝트의 하나입니다.
5 개 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죠.
그리고 실험이 주로 가속기를 이용하는 것이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실험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죠.
거기다, 이 분야의 특징이 외국인이 적다는 것입니다.
국방관련된 것이라 거의 백인들의 전유물이다 시피 합니다.

가속기 실험이라는 것이, 8 시간짜리 쉬프트를 하나 받으면,
화장실가고 피자시켜먹는 시간 빼면 옆에 지키고 앉아서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얘기를 많이 하게 되죠.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됩니다.
원래 이넘들이 듣기 싫은 얘기는 안한다는 것을 충분히 감안한다 하더라도,
한국 얘기는 늘 저를 자랑스럽게 만듭니다.

우선, 한국을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놀랍죠.
가 보았다는 사람들도 가끔 만나구요.
하지만, 이들이 한국을 알게된 것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엔지니어들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보고 들은 한국 엔지니어들은 대개 두가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스마트하다는 것이죠.
아... 위대한 한국의 고등교육.... (요즘은 달라졌다는게 안타깝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보는 외국인 대학원생들은 예전에 제가 보던 선후배들에 비하면, 참 보잘것 없는 능력을 보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유학을 권장하는 듯 얘기하는 것도, 사실은 배가 아파서 입니다. 한국 공대생들이 이곳에 오면, 완죤히 땅집고 헤엄치기 입니다.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을 이 지경으로 몰아 붙이다니....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픕니다.

두번째는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아.... 위대한 한국의 고등교육.... (너무나 안타까운 요즘의 세태입니다)
사실은 이보다 더 좋고 독특한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어찌 극동의 조그마한 나라에서 책임감을 키웠냈을까요?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하는 습관이 좋은 인상을 주는 것입니다. 일하다가 시간되면 가버리는 이곳 사람들과 차별되는 것이죠. 결과를 확인하고 일을 끝내는 습관은 우리가 버려서는 안되리라고 봅니다.

현대 자동차의 꾸준한 성장과 삼성전자의 활약이 당연히 우리나라의 평판에 도움이 되었겠지요. 그리고, 미국에서 활약중인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흘린 땀 또한 우리나라의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그만 바램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국 엔지니어들이 적극적이란 평판이 듣고 싶습니다.
저도 그렇게 행동하려고 늘 노력합니다.

미국에서의 처세는 한국에서 하듯이만 한다면 쉬운일입니다.
한국에서 하듯이 어른에게 공경하고, 후배들에게 자상하게 하면,
더 이상 바랄게 없지요.

이곳에서 성공적인 정착을 하는 엔지니어들은 의외로 한국적인 생활자세를 버리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미국인인척 하지 않고, 예의바르고 어른 앞에서 조심하는 사람들이 더 쉽게 정착합니다.

미국은 어찌보면 한국보다 더 심한 인맥사회입니다. 상사에게 잘 보여서 해로울 이유가 전혀 없죠. 그렇다고 비굴해지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비굴해질 상황도 잘 일어나지 않는 곳이기도 하죠.

가끔 부딪히는 다른 과의 나이어린 유학생들에게 저는 늘 같은 얘기를 합니다. 한국에서 하듯이만 교수에게 잘하고, 실험실에 헌신하라구요. 그렇게 하면, 정당한 보상을 받게 된다구요. 미국 학생들이나 중국, 인도학생들 따라하려고 하지말라고 꼭 얘기합니다.

다행 스러운 것은,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술먹고 개기는 문화가 없고, 그리고 약한 사람 등쳐먹으며 강한 척하는 넘들이 없기 때문에, 한국인의 장점이 고스란히 부각됩니다. 이점을 꼭 명심하세요.

또 하나 제가 주로 충고하는 것은 가능하면 한국의 잘난 유학생들을 멀리하라는 것이죠. 미국이니까, 성골,진골 무시해도 탈없잖아요. 땅덩어리가 넓어서 충분히 안 부딪히고 살 수 있거든요. 그래서 교회를 가더라도 미국인 교회를 가기를 추천합니다. 물론 가난한 한국이민자들이 모이는 교회라면 괜찮죠. 저도 스스로 거들먹 거리는 어글리 코리안들을 피해 다닙니다. 이것은 그들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자신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죠. 언제 어디서 저의 분노가 폭발하게 될지 모르거든요. 어차피 인생 막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먼 이국 땅에서 무슨 짓을 할지 저도 제 자신이 두려워 질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다닙니다.






  • 유익한글에감사. ()

      근데 포닥님 가속기로 실험하는 공학도이시면 전공이 몬지요??? 무식한 학부생이.. ^^;

  • 포닥 ()

      너무 자세한 것은 지면 관계상.... 그냥 군사적인 목적이란 정도 밖에는....



타분야진출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47 유학에 대해 질문입니다. 댓글 4 유학준비생 03-03 4523 0
46 [질문] 외국에서 물리전공하시는분들 좀 봐주세요~ 댓글 2 이공학도.. 03-02 4754 1
열람중 한국 엔지니어에 관한 평판 댓글 2 포닥 03-02 6596 1
44 답변글 [re] 한국 엔지니어에 관한 평판 배성원 03-04 5388 0
43 답변글 미국에서도 한국식으로만 하면 성공한다? 댓글 2 관전평 03-04 4625 1
42 답변글 [re] 미국에서도 한국식으로만 하면 성공한다? 댓글 3 포닥 03-07 4726 1
41 외국 학생들의 태도 댓글 2 포닥 03-01 6436 3
40 답변글 저는 두 쪽 다 찬성입니다. 관전평 03-02 5405 0
39 답변글 [re] 외국 학생들의 태도 김덕양 03-01 5183 1
38 답변글 저도 disagree 미국 유학생 03-01 5227 0
37 답변글 [re] I disagree!!! 심준완 03-01 5227 0
36 답변글 의외의 반응이군요 ^.^ 댓글 3 포닥 03-02 5712 0
35 공대졸업하고 MBA받으면 어떤길로 나갈수 있고 얼마나 갈 수 있을까요? 댓글 2 min 03-01 5795 0
34 유학에 대해서 조언듣고 싶습니다. 댓글 1 김혜영 03-01 4731 1
33 답변글 [re] 유학에 대해서 조언듣고 싶습니다. JI-JOON SONG 03-02 4664 0
32 답변글 [re] 유학에 대해서 조언듣고 싶습니다. 댓글 2 포닥 03-01 4764 2
31 미국 회사와 한국회사 댓글 4 관전평 02-28 5601 0
30 student worker 제도.... 댓글 2 이공계2 02-28 6099 0
29 답변글 [re] student worker 제도.... 김덕양 02-28 4951 4
28 답변글 [re] student worker 제도.... 김진구 02-28 4815 2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