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위기 극복을 위하여 - 2.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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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2
등록일
2003-06-2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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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컬럼] 이공계 위기 극복을 위하여 - 2. 산업계
 
2. 산업계


산업 시스템 역시 이윤과 가치의 창출 및 연속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런데, 이 부문의 개혁과 향후 나아갈 길에 관해 어설프게 논하는 것은 해당 분야 전문가에 대한 모욕이다. 따라서, 다음에 기술한 것은 지극히 편협한 경험에 토대를 둔 글쓴이의  제언(suggestion)이자 아이디어(an idea)에 지나지 않음을 미리 일러둔다.

첫째, 우리 문화에 맞는 합리적 시스템을 구축하자.

당신네 기업이 기술-기반 회사이면 해당 분야 선진업체들의 좋은 것을 배우라. 기술은 해외 업체에서 모방하고 시스템은 계속 “유교식 권위주의와 어정쩡한 연봉제로 포장된 또 다른 연공서열”을 고집하는 것이 “바람직한 한국식”은 결단코 아닐 것이다. 엔지니어링과 테크니션들이 주축이 되어야할 회사는 그들을 지휘하는 중간 간부와 핵심 임원 역시 그들 중에 나와야 한다.서양 또는 선진 기업들이 잘하는 점을 배워가며 당신 뒤에 올 후배들이 당신이 겪은 어려움을 “얼마나 더 덜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 당신네 조직 문화에 맞는 합리적 시스템이 세워질 수 있다. 미국/일본식의 단순 모방으로부터 당신네 시스템을 창의적으로 변형시키라.

둘째, 가진 자가 먼저 모범을 보이라.

이윤의 사회 환원 및 기부, 그리고 상속세는 사주와 가족 그리고 후세 경영인의 안녕을 위해 뿌려지는 것이 아니라, 사원들과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정”되는 것이라는 믿음을 줘라. 이런 신뢰를 쌓은 기업이 우리에게 많지 않은 것은 불행이다. 더 많아지고 그 수가 증가하리라 염원한다. 그러기 위해, 10년 – 20년 후 먹고 살 미래 산업을 찾아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임은 자명하다. 당장 죽게 생겼는데 사주에게 솔선수범을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문제를 풀 열쇠는 누가 쥐고 있는가? 지식 및 기술 집약적 분야, 즉 이공계 아닌가? 그렇다면, 가진 자는 무얼 해야 하나? 어떡해서든 이공계 인력 값싸게 소모할 궁리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까? Techno-management는 빚좋은 개살구가 아니라는 확신을 줘라.

세째, 이공계 출신이 Manager와 Specialist 중 하나의 path로 성장해 갈 길을 닦으라.

이공계 출신으로 경영자 또는 성공한 관료가 된 경우가 예외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여전히 절대 다수의 업체와 (준)국영 기업에서는 ‘관리자’로 적당한 시기에 전환하거나 ‘낙점’당한 소수만이 성공한 샐러리맨으로 평가받는다. 기존의 폐쇄적이고 낙후한 진로(career path)로부터 일취월장, 이공계 출신이면서 경영 및 관리자에 오르거나 영속적으로 이공계 전문가로서의 삶을 살 수 있는 두 진로(path) 공히 상호 버금가는 ‘성공한 직업군’에 속할 수 있게 모색하라. 다분히 미국적인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것은 적극적 도입이 절실히 필요한 고려사항으로 여겨진다.

네째, 이너써클의 반경을 넓히고 출입구를 항상 열어두라.

우리 산업계 이너써클은 혈연과 학벌, 그리고 지연으로 구성된다. 세 경로 모두 당장 해체하라고 주장할 수 없다. 엄연히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벽’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혈연에서 조금, 학벌에서 좀 더, 지연에서 일부 여력을 남겨두고 그 문을 비혈연, 상대적 빈곤 학벌, 그리고 지연관계가 없는 이들이 더 많이 공유할 수 있도록 써클의 반경을 넓혀라. 사주가 제기할 ‘의심’과 ‘이전 사례의 불충분’이 이유라면 명민한 견제자 또는 견제 시스템의 구축으로 극복될 수 있다. 그렇게 까지 하면서 이너써클의 출입구를 열어 둘 가치가 있을 지 없을 지 가늠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다섯째, ‘돈’ 앞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강변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라.

대표적인 좋은 예가 우리 인터넷 언론 매체 중 하나가 있다고 알려진다. 결코 칠 수 없는 큰 바위와 대적한 이 작은 계란의 선전을 특별히 당부한다. 다만, 현재와 같은 자본숭상주의의 흐름 속에 “돈” 앞에 무릎을 꿇지 않는 것은 오히려 ‘낙오자’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이것은 “공정 경쟁 및 적정 분배”와 “일정 수준의 납득할 만한 보상”을 전제로한 제안이다.

여섯째, 과학적 마인드가 없는 선임자는 퇴출시켜라.

선임자가 후임에 비해 과학적이지 못하고 비논리적이라 그저 권위(authority)에 의해 다스리려 한다면 어느 시스템을 불문하고 그것 만큼 불행한 것이 없다. Evidence (근거, 증거, 특히 과학적으로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논쟁이 있어야할 진화론(evolutionism) 수업 시간에 “창조(creation)”에 관해  신(神)의 권위를 내세워 타당성을 역설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과학적 마인드는 “권위”보다 신뢰성 있는 “근거”와 “타당한 논리”를 의사 결정의 최우선에 둔다.

일곱째,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 문화와 언어에 능통한 이공계 인재를 각각 키워라.

과연 얼마나 많은 회사 또는산업계에서 이것을 실천하는 중인지 확인할 수 없으나, 지극히 상식적인 제안이므로 누누이 언급할 필요성 조차 느끼지 않는다. 다만, 제안의 말미에 “이공계 인재”라는 용어가 포함된 점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드린다.

끝으로, 위기 시 가장 먼저 칼을 댈 곳은 인사 부서와 HR Manager들임을 명심하라.

지난 IMF와 같은 불행은 우리 국민에게 없어야 하고, 특히 이공계 인력에게 들이 대었던 칼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바란다. 누가 먼저 칼을 받았으니 다음 차례는 비이공계이다…식의 논리가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공계 기피, 학원 공동화, 그리고 과학기술 부문의 준 패닉상태가 오게 된 큰 요인 중 하나는 일단 치고 한 숨 돌리고자 빼 들었던 1997년 전후의 R&D 부문 인력 및 예산 대폭 삭감 조치라는 '단칼'이다. 그런 위기를 자초한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먼저 책임을 추궁당해야 할 부문 중 하나는 사주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위기가 오도록 예상하지 못한 무능한 간부들의 영입에 1차적 책임이 있는 HR(Human Resources) 부문 인력과 책임자임을 명심하라. 그들은 사주를 대리하여 사람을 선발하는 이들이다. 상위 3 %만 뽑고 나면 책임을 다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고야 말로 근시안적이며 비난 받아 마땅하다. 사주 자신은 물론 기업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질 인력 중에 기민한 이공계 인력이 많아진다면, 그곳은 틀림없이 성공할 수 밖에 없다. 그런 회사에 위기는 있을 수 없다.

과학기술정책/칼럼 게시판에서  5/19/2003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science&page=2&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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