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물질로 우주를 밝힌다.

글쓴이
불만이
등록일
2004-04-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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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Belle 실험에서 B 중간자 쌍의 생성을 monitoring 한 사진)

이 글은 과학신문 (4월 12일)에 개재된 글입니다.

(원문보기)


반물질에 대해 많은 사람이 들어 봤을 것이다.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들 우리 주변의 원소들을 이루는 단위를 "입자"라고 부른다면 이와는 반대되는 성질을 지니는 "반입자"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반대가 된다면 무엇이 반대가 된다는 것일까. 어떤 입자에 대해 반대의 전하를 가지지만 질량은 동일한 (거의 비슷한) 입자를 반입자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1의 전하량을 가지는 전자의 반입자인 양전자는 +1의 전하량을 가지지만 전자와 질량은 동일하다. 양성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반양성자라는 것이 존재하고 이건은 (양성자가 가지는 +1의 전하와는 반대로) -1의 전하량을 가진다. 우리주변에서 반입자를 경험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완전히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물리하는 사람들"만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방사능 붕괴 현상중 하나인 베타붕괴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중성자가 전자, 양성자, "반"중성미자로 붕괴하는 현상이며, 매우 드문 현상이긴 하지만 양성자가 양전자, 중성자, 중성미자로 붕괴하는 현상도 존재한다.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입자들 중에도(이런 입자를 우주서 (Cosmic ray)라고 부른다) 양전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1933년에 밝혀졌다. 또 에너지가 높은 감마선은 금속과 같은 물질 속에서 (높은 비율로) 쌍생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전자와 양전자를 하나씩 만들며 소멸한다. 쌍생성은 물질과 에너지 사이의 관계를 보인 유명한 E=mc2 이라는 공식으로 설명된다. 물론 반대과정도 존재해서 입자와 반입자가 반응하면 고에너지의 광자(빛 = 감마선)를 만들며 없어지는데 이를 쌍소멸이라고 부른다. 현재 입자물리학에서 반입자의 존재는 입자인 전자, 중성자, 양성자 등의 존재만큼이나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왜 우리 주변에 반입자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입자만 보이는가 하는 것이다. 우주 초기에는 말 그대로 "빛", 즉 광자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광자는 쌍생성과 같은 과정을 통해 물질을 만들었고, 그렇다면 우주에는 입자와 같은 양의 반입자가 있어야 한다. 반입자가 우리 주변에 입자와 같은 양으로 존재한다면 쌍소멸에 의해 모두 빛으로 없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에 반입자는 우주 어딘가에 따로 모여 있든가 아니면 우주에 반입자가 입자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존재해야 한다. 천문학자들은 이미 반입자 은하를 관측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으나 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우리 우주에는 입자만 많은 것이 틀림없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대폭발 이론에 의하면 현재 우리가 관측하는 정도의 비율로 반입자가 존재하려면 물질이 생성되던 당시에 입자와 반입자 10억 개 당 입자가 한 개정도 높은 비율로 생성되었어야 한다. 이 말은 입자와 반입자 사이에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차이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1960년대에 미국의 Brookhaven 국립연구소 (BNL) 의 물리학자들은 K 중간자 (중간자 : 쿼크 두개로 이루어진 입자계)이라는 입자와 그 반입자의 자발적 붕괴 현상에 대한 연구에서, K 중간자와 그 반입자가 붕괴하는 방식이 약간의 차이를 보임을 밝혀내었고, 이것이 "CP 대칭성 깨짐"을 보여주는 증거로 파악하게 되었다. "CP" 란 "Charge-conjugation, parity" 를 의미하는 것으로 Charge-conjugation이란 입자의 전하가 반대가 되는 변환, 즉 입자를 반입자로, 반입자를 입자로 바꾸는 변환을 의미하고, Parity는 입자의 운동을 거울대칭 시키는 변환을 의미한다. 어떤 입자에 적용되는 물리를 CP 변환하면, 입자에 쌍이 되는 반입자의 물리가 되는 것이다. 만약 입자와 반입자가 다른 차이가 없다면 둘에 적용되는 물리 현상은 동일해야 하는 데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 하는 것이 "CP 대칭성 깨짐"이라는 현상이 된다. 1967년에 러시아의 물리학자 Andrei Sakharov는, CP 대칭성 깨짐 현상이 존재한다면 우주의 입자-반입자 비대칭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음을 밝혀내었다. 그러므로 CP 대칭성 깨짐에 대한 연구는 우주에 반입자 보다 입자가 훨씬 많은 이유를 설명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CP 대칭성 깨짐 현상을 보다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중간자 계에서도 CP 대칭성 깨짐이 발견되어야 한다. 그러나 약 30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K 중간자에서 발견된 CP 대칭성 깨짐 현상은 다른 입자-반입자 쌍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CP 대칭성 깨짐 현상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90년대 중반으로, 미국 Stanford 대학의 SLAC 이라는 가속기에서 "BaBar"라는 이름으로, 일본 고에너지물리연구소 (KEK)에서 "Belle" 이라는 이름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 연구들은 K 중간자가 아니라 B 중간자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B 중간자를 대량 생산하는 시설이라는 의미에서 "B factory"라고도 불린다. Belle 실험의 경우 전자와 양전자를 서로 다른 에너지를 가지게 하여 충돌시켜 대량의 B 중간자와 그 반입자를 만들며, 만들어진 B 중간자 계에 대해서 붕괴 현상을 관찰하여 CP 대칭성 깨짐 현상을 연구하게 된다.
이중 Belle 실험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50여 개 국가의 300여명의 물리학자가 참가하는 국제 공동연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이 참가하고 있다. Belle실험은 지난 1999년부터 데이터를 받기 시작하여 4년여 동안 약 60여개에 달하는 많은 중요한 입자물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였는데, 특히 B 중간자 계에서 발생하는 CP 대칭성 깨짐 현상을 최초로 발견하는 등 가장 앞서가는 결과를 얻고 있다. BaBar와 Belle 은 서로 경쟁관계에서 근래에 들어 그 결실을 보고 있다.
CP 대칭성 깨짐 현상이 중요한 것은 우주의 입자-반입자 비대칭을 설명하는 것 이외에도 입자물리학 자체에 중요한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입자물리의 표준이론에 의하여 CP 대칭성 깨짐 현상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CP 대칭성 깨짐에 대한 실험이 이 예측 범위에 들어갈 것인가 하는 것은 현재 받아들여지는 표준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현재 Belle 실험 등에서 측정된 CP 대칭성 깨짐은 표준이론이 예측하는 범위를 넘어가는 것으로 이제 물리학자들은 표준이론 넘어서의 이론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입자물리학 실험은 대부분 표준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1994년 top 쿼크의 발견으로 정점에 올랐으며 이제 남은 것은 입자에 질량을 주는 것으로 생각되는 Higgs 입자만을 발견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었다. 성공적인 검증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CP 대칭성 깨짐 현상에 대한 실험을 비롯하여 많은 실험이 표준이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이론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아직 우리가 우주의 본질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으며 입자물리학의 더욱 큰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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