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참여한 과학자들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6-07-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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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과학자가 레지스탕스”  - 과학자와 정치,혁명 -
                                       
우리 사회에서 과학자와 정치가는 그다지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아직도 많은 듯하다. 즉 과학자는 정치 등 세속(?)의 일들과는 떨어져서 오로지 연구에만 전념해야 마땅하다는 편견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대중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저명한 과학자 중에서 정치가, 행정가로서도 이름을 떨친 인물들이 적지 않으며, 정치적 격변기마다 상당수의 과학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 프랑스 대혁명 과정에 적극 참여한 과학자들 >
역사적으로 프랑스 대혁명 전후로부터 나폴레옹 시대를 거쳐 부르봉 왕정 복귀에 이르는 시기는, 프랑스에서 정치적, 사회적 격변기일 뿐 아니라 과학기술 부문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혁을 몰고 왔던 중요한 시기이다.
위대한 화학자 라부와지에(Antoine Laurent de Lavoisier; 1743-1794)가 자코뱅 급진파에 의해 ‘시민들의 적’으로 몰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일이 있었는가 하면, 미터법의 제정에 힘입은 도량형의 통일, 전문 과학기술교육기관인 에콜 폴리테크닉의 설립 등의 교육제도의 개혁, 군사기술을 포함한 여러 기술 분야의 급속한 발전 등 주목할 만한 변화들이 매우 많다.

특히 이 시기에 수많은 프랑스의 과학자, 수학자들이 대혁명에 적극 참여하고, 이후 나폴레옹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열전도 이론과 푸리에 급수로 유명한 수리물리학자 푸리에(Jean Baptiste Joseph Fourier; 1768-1830), 화법기하학의 창시자 몽주(Gaspard Monge; 1746-1818), 수학자이자 군인이었던 카르노(Lazare Nicolas Marguerite Carnot; 1753-1823)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특히 몽주는 수학의 제도화에 큰 공헌을 하였고, 나폴레옹 시대에 그의 핵심적인 과학참모 역할을 했던 중요한 인물이다. 1746년 프랑스의 한 시골 읍에서 가난한 행상의 아들로 태어난 몽주는 공병사관학교에 진학하여 입체를 몇 개의 평면에 투영하여 표현하는 화법기하학을 고안하였고, 능력을 인정받아 이후 공병학교의 조교수로 채용되고 파리 과학아카데미의 회원이 되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자 그는 곧 자코뱅당에 가입하여 혁명과정에 열렬히 참여하였고, 혁명정부와 나폴레옹 정권 아래서 해군장관, 에콜 폴리테크닉 교장 등을 지냈다. 그는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에 공직에서 추방되고도 끝까지 나폴레옹에게 충성을 다했다고 한다.
카르노 역시 나폴레옹 정부 아래서 육군장관, 내무장관 등을 지내면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나폴레옹 정권이 끝나고 왕정이 복고된 후에 역시 추방되어 독일에서 망명생활을 하였다. 열역학에서 ‘카르노 사이클’로 유명한 사디 카르노(Nicolas Léonard Sadi Carnot; 1796-1832)가 바로 그의 아들이다.

혁명정부와 나폴레옹에 끝까지 충성을 하고 지조를 잃지 않은 몽주와 카르노와는 달리, 라플라스(Pierre Simon Laplace; 1749-1827)처럼 왕정복고 이후 변절을 한 인물도 있다. 뉴턴의 고전역학을 계승, 발전시켜 흔히 ‘프랑스의 뉴턴’이라고도 불리는 라플라스는 나폴레옹 정권에서 내무장관, 상원의원 등 요직을 역임했지만, 나폴레옹이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패하고 유럽동맹군이 파리로 입성하자 그는 재빠르게 나폴레옹의 퇴위에 찬성하였다.
이후 부르봉 왕조가 부활하자 라플라스는 루이18세의 무릎 아래 엎드려 충성을 맹세하고 높은 지위를 유지하였으나, 그의 변절과 배반은 후세 사람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 프랭클린, 졸리오 퀴리, 아라고... >
과학자이자 저명한 정치가로서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인물로서, 피뢰침의 발명자이자 미국의 독립에도 크게 기여한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1706년에 보스턴에서 양초와 비누를 만들어 파는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던 집안에서 태어나서, 정규 교육도 그다지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프랭클린은 1752년 연날리기 실험을 통하여 번개와 전기의 방전은 동일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피뢰침을 고안하였다. 뿐만 아니라, 효율 높은 난로, 사다리 의자, 다초점 안경 등 유용한 물건들을 다수 발명하였고, 지진의 원인을 연구하는 등 다른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기여를 하였다.
그는 식민지 대표로서 영국에 파견되어 식민지에 부과한 인지세법을 철폐하고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하는 등, 미국의 독립에 앞장서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프랭클린은 신문사를 경영하기도 했고 저술가이면서 다양한 교육문화 활동을 펼친 바 있으므로, 그를 단순히 ‘과학자 출신의 정치가’라고만 규정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를 평생 과학을 연구, 존중하면서도 자유를 사랑하고 실천한 지식인으로 본다면, 오늘날의 과학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프랑스는 1789년의 대혁명을 비롯해서 19세기 후반까지도 지속적으로 혁명과 변혁을 거친 나라라서 그런지, 앞에서 언급한 대혁명기의 수학자, 과학자 이외에도 정치적인 활동을 한 과학자들이 많은 편이다.
퀴리부인의 사위인 프레더릭 졸리오-퀴리(Jean Frederic Joliot-Curie; 1900-1958)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나치 치하의 프랑스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인 바 있다. 노벨상까지 받은 저명한 과학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 쉽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이다. 또한 그는 전후에는 프랑스의 과학 장관, 원자력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행정가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아라고(Dominique-François-Jean Arago; 1786-1853) 역시 정치가로서 많은 족적을 남긴 프랑스의 과학자이다. 에콜 폴리테크닉에서 공부한 그는 편광의 연구, 맴돌이전류 현상의 발견 등 광학과 전자기학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고, 그에 앞서 지구 자오선의 길이 측정을 위한 원정대장을 맡아서 미터법의 제정에 크게 공헌하였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열렬한 공화주의자로서 1830년 7월혁명 이후 하원의원이 되었고, 1848년의 2월혁명에도 깊숙이 관여하여 육해군장관에 올랐으나, 1852년 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로 실각하였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과학은 정치와 멀수록 바람직하다.’는 그릇된 편견이 불식되기를 기대해 본다.

By 최성우

* 이미지1 : 피뢰침의 발명자 벤저민 프랭클린
* 이미지2 : 프랑스 과학기술의 요람 에콜 폴리테크닉 (저작권자 : Ecole Polytechnique Paris-Sac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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