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 가설이 증명되면 과연 암호가 다 뚫릴까?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8-10-0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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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의 공감의 과학] 리만 가설 증명되면 암호가 다 뚫린다?
최근 영국의 한 원로 수학자가 증명했다고 주장한 ‘리만 가설’이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되었다. 그는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 메달과 아벨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낸 저명한 수학자이지만, 올해 90세에 가까운 고령이다 보니 수학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듯하다.   
리만 가설은 1과 그 수 자신으로만 나누어떨어지는 수인 소수(素數)들의 분포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리만의 1859년 발표 논문에서 비롯되었다. 이 가설에는 복소함수론 등의 전문 수학지식이 포함되므로 일반 대중들이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수학자들이 오랫동안 해결하려 노력해온 유명한 문제이다. 지난 2000년 미국 클레이수학연구소가 증명에 100만 달러씩의 상금을 내걸고 선정한 이른바 ‘밀레니엄 7대 수학 난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수학에서 소수 관련 분야는 여전히 미해결 부분들이 적지 않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표시할 수 있다”는 ‘골드바흐의 추측’은 리만 가설과 달리 초등학생도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지만,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이를 완벽히 증명한 수학자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리만 가설이 완전히 증명되면 현재의 암호체계가 모두 뚫려서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곤 하는데 과연 그럴까? 신용카드나 온라인 인증 등에서 알게 모르게 숱하게 사용되는 현행 암호체계는 소인수분해와 관련이 깊다. RSA 암호라 불리는 대표적 암호방식은 두 개의 수를 곱하는 것은 쉽지만, 역으로 매우 커다란 자연수를 두 개의 소수로 소인수분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무척 많이 걸린다는 데에서 착안된 것이다.
그러나 설령 소수 분포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소인수분해를 실시간으로 매우 빨리 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이다. 따라서 리만 가설의 증명으로 암호체계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괴담은 지나친 비약이다. 그보다는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가 상용화된다면 암호체계가 위협받을 가능성은 크다. 현재의 수퍼컴퓨터로 수백 년 이상 걸리는 계산을 고성능의 양자컴퓨터라면 단 몇분 내에 풀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날이 온다면 현행 암호체계 역시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 크립토 ()

    안녕하세요? 리만가설과 암호 관련한 많은 글들이 있어왔지만, 대부분이 “리만가설이 증명되면, 암호체계가 당장 깨진다.” 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접근해 보고 싶습니다.
    리만가설의 공식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공식이 맞다고 하고, 이미 현재의 암호체계는 깰 수 있습니다. 어차피 현대의 암호(예. RSA-2048, 3072, 4098 소인수분해의 어려움에 근거한 알고리즘 등) 체계는 모든 소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고, 1024, 1536, 2048비트급의 소수들만을 쓰고 있기 때문에, 더 큰 소수의 분포는 당장(최소 수년~20년)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즉, 리만가설이 모든(무한히 많은) 소수에 관한 규칙이므로, 굳이 현대의 암호체계를 깬다고 엄포를 놓기 전에, 이미 그 공식을 가져다 RSA를 깨면 될 것입니다.

    소수의 분포보다 더 쉽고 간단한 정리는 아주 오랜기간 동안 사용하고 있는 “2이상의 모든 자연수는 소수거나, 소수들의 곱으로 유일하게(?) 표현된다.” 라는 연산의 기본정리(The Fundamental Theorem of Arithmetics)가 있습니다. 즉, RSA 등 현대의 암호체계는 소인수분해가 항상 가능할까? 라는 문제가 아닌, 어떻게(!) 소인수분해를 할까? 하는 문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DNA를 밝혔다고, 당장 만병통치약이 나왔을까요?  결국, 양자컴퓨터의 출현도 막상 현재의 암호체계를 위협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소인수분해의 어려움에 그 안전성을 의존하지 않는 암호체계도 많습니다.(난수발생기, 블록암호, 해시함수, 키교환(DH, ECDH), 전자서명(ECDSA) 등)

    “리만가설의 증명이 현재의 모든 암호체계를 깬다는 것은 지구 한 곳에 태풍이 났다고 해서 지구가 당장 멸망한다.”는 곡학아세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제 생각입니다.

    결국, 앞으로의 10년 이상은 현재의 암호체계를 더 잘 쓰려는 연구와 노력이 시급합니다. 그러나 국내에 암호연구인력이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거의 없습니다. 그러고도 암호선진국이 될 수는 없겠지요?

    현재의 상황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댓글의 댓글 세아 ()

    곡학아세까진 아니고, 저런 문제가 왜 중요하냐고, 더 나아가 순수수학 문제 푸는게 뭐에 이롭냐고 물어보면 할 수 있는 말들이 별로 없어 하는 소리지요.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는 공학도 아니고, 우리가 내딛고 살고 있는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것도 아니니, 일반인들을 설득하려면 저런 소리를 양념 삼아 끼워 넣어야 하거든요. 대개는 세금으로 연구비 지원받기에.

  • 최성우 ()

    전문가 회원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언급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수학 전공은 아니지만, (크립토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리만 가설 증명으로 RSA암호를 뚫을 것 같으면, 그걸 참이라 생각하고 지금 바로 뚫으면 되지 굳이 증명이 되기까지 기다려야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증명 과정에서 소수 분포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그걸로 바로 실시간 소인수분해가 가능할 것이라 가정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자 비약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리만가설 암호 괴담은, 지난 2000년이 되기 직전에 떠돌던, (두자리에서 네자리로 바꿔야만 하는 컴퓨터 연도인식 오류인) "밀레니엄 버그를 완벽히 해결하지 못하면 핵미사일이 오작동되어 발사되고 원자력발전소가 터져서 큰 재앙이 오고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괴담만큼이나 터무니없고 황당한 비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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