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2018)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와 업적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8-10-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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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인 2017년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업적이었던 ‘중력파 관측’은 워낙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받았으므로,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수상자를 거의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 정도로 뚜렷한 업적이 부각되지 않았기에 과연 어느 분야에서 누가 받을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는데, 예측, 거론되었던 몇몇 세부 분야와는 달리 레이저 및 광학 분야에서 연구했던 물리학자들로 결정되었다. 미국 벨 연구소의 아서 애슈킨(Arthur Ashkin; 1922- ) 박사,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니크의 제라르 무루(Gérard Mourou; 1944- ) 교수, 그리고 캐나다 워털루대학의 도나 스트릭랜드(Donna Strickland; 1959- )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특히 이채로운 면면들이 보이는데, 먼저 최고령 노벨수상자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점이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의 고령화 경향은 필자 역시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지만, 1922년생으로서 올해 96세인 애슈킨 박사는 과학 분야뿐 아니라 노벨상의 전 분야를 통틀어 역대 최고령이다. 또한 역대 여성 노벨상 수상자가 매우 적었다는 점은 자주 지적되었는데, 특히 과학 분야 중에서는 그나마 생리의학상 여성수상자가 대다수인 반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여성은 단 2명에 불과하였다.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인지 아무튼 스트릭랜드 교수가 1903년도의 마리 퀴리(Marie Curie; 1867-1934)와 1963년도의 마리아 괴페르트마이어(Maria Goeppert-Mayer; 1906-1972)에 이어서 역대 세 번째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핵분열의 원리 발견이라는 큰 업적을 내고도 끝내 노벨상을 받지 못했던 여성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Lise Meitner; 1878-1968), 그리고 중성자별 펄서를 처음 발견하는 등 스승과 함께 큰 공적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197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대열에서 제외되었던 조셀린 벨(Jocelyn Bell; 1943- ) 등을 떠올린다면, 노벨 물리학상이 그동안 여성 차별적이었다는 비판을 반박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을 전하는 국내의 뉴스와 보도 기사들을 살펴보니, 최고령 기록과 여성 수상자라는 데에 초점을 맞춘 반면에, 이들의 업적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거나 일부 부정확한 정보들을 담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물론 수상자가 발표된 후 불과 몇시간 내에 전문적인 기사를 작성하기 쉽지 않은 고충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한 지상파 뉴스에서 명백한 오보마저 있었던 것은 문제로 지적될 만하다. 
 애슈킨 박사의 주요 업적은 이른바 ‘광학 집게(Optical Tweezer)’를 발견한 것으로서, 레이저광을 이용하여 아주 작은 입자를 포획하거나 조작하는 방식이다. 미세한 입자에 집속된 레이저빔을 비추면, 입자에 산란 또는 흡수되는 광자들에 의한 운동량 변화로 인하여 빔 초점 근처에서 입자를 붙잡아두는 힘을 생성할 수 있다. 즉 유전체인(Dielectric) 입자는 레이저빔이 형성하는 강력한 전기장에 의해 빔의 중심 쪽으로 끌리면서, 용수철의 단진자운동처럼 중심으로부터의 변위에 비례하는 힘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레이저빔을 마치 집게처럼 사용하여 작은 입자들을 붙잡거나 이동시키는 등의 조작을 할 수 있게된다.

 애슈킨 박사는 1970년 벨 연구소 재직 시에 이러한 레이저 포획(Laser Trap) 즉 광학 집게의 원리를 발견하고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나, 실제로 실현시키기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같은 벨 연구소에 재직 중이던 스티븐 추(Steven Chu; 1948- )는 이 원리를 원자물리학에 적용하고 레이저 냉각 기법을 발전시켜, 1980년대 중반에 매우 낮은 온도에서 원자를 포획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이 공로로 스티븐 추는 다른 물리학자들과 공동으로 1997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고, 오마바 정부 시절 미국 에너지부 장관으로 일한 바 있다.       
 스티븐 추의 대스승 격인 애슈킨이 1997년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에서 제외된 것이 상당히 아쉬웠을 법도 한데, 애슈킨은 원자보다 훨씬 큰 입자들을 포획하는 방법도 개발하였다. 그리고 이를 생물학 분야에도 활용하여, 1980년대 후반에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잡아내는 데에 성공하였다. 이제는 광학 집게가 여러 종류의 나노입자나 마이크로입자들을 포획하고 조작하는 데에 널리 쓰일 수 있게 되었는데, 특히 DNA나 단백질, 효소 분야의 연구 등 분자생물학의 발전에도 기여하게 되었다.

 사제지간이기도 한 제라드 무루 교수와 도나 스트릭랜드 교수의 주요 업적은 고출력 극초단 레이저를 개발한 것이다. 1964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배출한 레이저의 발명은 광학 및 관련 과학기술 분야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획기적인 업적이다. 그후 다양한 방식의 레이저가 선보이고 이를 통해 레이저물리학, 광학 분야가 크게 발전하면서 이후 여러 차례의 노벨 물리학상이 이 분야에서 나왔고, 오늘날 레이저 기술은 워낙 사용되는 분야가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리고 레이저광의 세기, 즉 광 출력을 더욱 높이려는 연구는 계속되어 왔지만, 레이저 장치의 거대화와 함께 광 출력 증가는 일정한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왜냐하면 레이저광 출력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레이저 매질 자체가 손상될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고 획기적인 고출력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두 물리학자가 1980년대 중반부터 개발한 처프 펄스 증폭(Chirped Pulse Amplification; CPA) 기술이다.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울지 모르겠으나, 이 기술의 핵심은 매우 짧은 펄스 레이저광을 회절격자(Diffraction Grating)를 사용하여 공간적으로 넓게 퍼뜨림으로써 매질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고, 광을 증폭한 다음에 다시 회절격자로 모아서 광 출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펄스 레이저광을 처음에는 넓게 저출력으로 늘렸다가, 증폭한 후에 다시 좁게 압축을 하게 된다. 이처럼 신장(Stretching)과 증폭(Amplication), 압축(Compression)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최초의 레이저광보다 펄스폭은 극초단으로 짧아지고 펄스 출력의 첨두치(尖頭値; Peak Value)는 매우 높아지는 초고출력이 가능해진다. 최근 CPA방식 레이저의 펄스 폭은 펨토초(10^-15 Second) 이하, 최고 출력은 무려 페타와트(10^15 W) 수준이다.

 이와 같은 초고출력 극초단 레이저가 실현됨으로써, 예전에는 이론적으로만 예측하였던 극한적 환경에서 물리학의 제반 실험들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상대성이론적인 입자가속, 레이저 플라즈마 생성, 레이저 핵융합 등에 적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물리학 및 기초과학의 여러 분야가 더욱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CPA 방식의 레이저는 연속발진(CW; Continous Wave)되는 레이저가 아니라 펄스 레이저이므로, 기초과학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에 비하여 우리 주변의 일상생활에 널리 쓰이고 있지는 않다. 즉 레이저 프린터나 광통신, DVD 광픽업기기 등에 널리 사용되는 레이저 다이오드(LD), 공업 및 의료용 등으로 널리 쓰이는 CO2 레이저나 엑시머 레이저 등 다른 방식의 레이저들에 비해 아직은 사용 분야가 한정적이다. 
 그러나 산업 및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고출력, 극초단의 펄스 레이저를 필요로 하는 곳들도 더욱 늘어날 것이며, 안과의 라식수술 등에 짧은 펄스 폭의 CPA 레이저장치를 적용 가능하게 된 것도 하나의 사례이다. CPA 레이저를 활용하여 앞으로 레이저 입자가속에 의한 암치료장치의 개발이나 레이저 핵융합 장치에 의한 핵융합 발전 등에 성공한다면,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 세명의 물리학자 (출처: 노벨재단)
이미지2: 처프 펄스 증폭(Chirped Pulse Amplification; CPA)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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