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노벨과학상을 종합해 보면...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9-11-0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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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노벨상 시즌’인 10월이 지나면서 올해 년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와 그들의 구체적 업적 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모아진 바 있다. 특히 최근의 노벨과학상 추세를 반영하는 몇 가지 특징들이 눈에 띄는데, 이를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2019년도 과학 분야 노벨상 중에서 특히 노벨화학상이 여러모로 주목할 부분들이 있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미국의 존 구디너프(John Goodenough; 1922- ), 영국 출신의 스탠리 휘팅엄(M. Stanley Whittingham; 1941- ), 일본의 요시노 아키라(吉野彰; 1948- )가 공동으로 수상하게 되었는데, 그들의 업적은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공동 수상자 중 한 명인 구디너프 텍사스대 교수는 올해 97세로서 역대 최고령 노벨상 수상자 기록을 갈아치우게 되었다. 기존의 최고령 수상자는 바로 작년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아서 애슈킨(Arthur Ashkin; 1922- ) 박사인데, 근소한 차이지만 구디너프 교수의 생일이 앞선다. 2년 연속으로 과학 분야 노벨상에서 최고령 기록을 갱신한 것은 최근 노벨과학상의 고령화 추세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사실 전지(電池; battery)는 1800년에 볼타(Volta) 전지가 처음 나왔을 만큼 화학에서는 오래된 분야이고 그동안 다양한 전지가 선보여왔다. 그런데 올해 리튬이온전지가 노벨상까지 받게 된 것은 바로 실용성과 함께 시대적 요청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즉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으로 지구온난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오늘날, 리튬이온전지는 이 문제의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명의 공동 수상자 중에서 휘팅엄 교수는 리튬이온전지의 핵심적 원리를 정립했고, 구디너프 교수는 보다 강력한 전지를 만들 수 있도록 난제를 해결했으며, 민간기업 연구원 출신인 요시노 박사는 소형경량화 및 양산화 등을 통하여 리튬이온전지의 상용화에 크게 공헌하였다. 물리학상 분야에서도 기초적 원리의 발견 못지않게 중요한 기술의 실용화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는 경우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데, 올해는 화학상 역시 이러한 추세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제임스 피블스(James Peebles; 1935- ), 미셸 마요르(Michel Mayor; 1942- )와 디디에 쿠엘로(Didier Queloz; 1966- )가 공동 수상하게 된 올해 노벨물리학상 역시 몇 가지 짚어볼 만한 부분들이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인 피블스는 우주 진화의 역사와 구조에 대한 이론적 해석의 공로로, 그리고 스위스 제네바대 명예교수인 마요르와 쿠엘로는 외계행성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모두 천체물리학 또는 천문학 분야이기는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약간 범주를 달리하는 두 가지의 연구 업적으로 세 명이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것은 작년도 노벨물리학상과 동일한 셈인데, 매우 유사한 점은 또 하나가 있다.
 즉 작년도 수상자인 애슈킨 박사와 마찬가지로, 피블스 교수 역시 다른 과학자가 거의 비슷한 업적으로 이들보다 앞서서 노벨물리학상을 이미 받았다는 점이다. 애슈킨은 1970년 벨 연구소 재직 시에 레이저 포획(Laser Trap)을 통한 광학 집게의 원리를 처음 발견했는데, 같은 연구소에서 일했던 그의 제자 격인 스티븐 추(Steven Chu; 1948- )는 이 원리를 원자물리학에 적용하고 레이저 냉각 기법을 발전시켜 1997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1978년도 노벨물리학상은 전파망원경에 의한 신호 수신을 통하여 3K의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한 펜지어스(Arno Allan Penzias; 1933- )와 윌슨(Robert Woodrow Wilson; 1936- ) 등이 공동으로 받았는데, 이를 통하여 입증된 우주의 기원에 관한 빅뱅이론은 바로 다름 아닌 피블스 교수 등이 일찍부터 발전시킨 것이다. 애슈킨이나 피블스처럼 비슷한 업적을 이루고도 노벨상 수상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동료들의 수상을 지켜보기만 했다가, 뒤늦게라도 본인 역시 노벨과학상을 받는 경우는 앞으로도 종종 생기지 않을까 싶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의 또 다른 업적인 외계행성의 발견, 즉 우리 태양계 밖에서도 태양 비슷한 항성 주변을 도는 행성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마요르와 쿠엘로 역시 필자가 보기에는 다소 독특한 사례로 여겨진다. 물론 천체물리학 역시 넓은 의미의 물리학에 속하므로 이 분야의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경우는 적지 않지만, 대부분이 우주와 물질의 기원이나 궁극을 밝히려는 이론입자물리학에 가까운 업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외계행성의 발견은 순수 물리학과는 다소 거리가 먼 관측천문학의 업적으로 분류할 수 있으므로, 예전 같으면 노벨물리학상을 받기가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다. 우주팽창론을 제시하여 현대 천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에드윈 허블(Edwin Powell Hubble; 1889-1953), 빅뱅이론을 창시한 저명한 과학자 조지 가모브(George Gamow; 1904-1968) 등도 노벨물리학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노벨물리학상은 수학, 천문학 등 다른 분야의 업적에도 비교적 관대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 역시 융합과학의 발전이라는 시대적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윌리엄 케일린(ᆞWilliam G. Kaelin Jr; 1957- ), 피터 랫클리프(Peter J. Ratcliffe; 1954- )  그레그 서멘자(Gregg L. Semenza; 1956- )가 공동 수상하게 된 올해의 노벨생리의학상은 물리학상이나 화학상에 비하면 뚜렷한 특징은 적어 보인다. 다만 세포의 산소 가용성(Oxygen availability) 기전을 밝힌 그들의 수상 업적은 암 치료 등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작년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업적 역시 새로운 암 치료법의 발견에 공헌한 것이었다.
 미투(Me Too) 운동 등의 여파 덕분이었는지 작년에는 55년 만에 여성 수상자를 배출한 노벨물리학상을 비롯하여 화학상에서도 여성 과학자가 포함되는 등 2명의 여성이 노벨과학상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반면에 올해는 과학 분야에는 여성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노벨과학상에도 이른바 ‘유리 천정’이 존재한다는 비판은 쉽게 가시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By 최성우

이미지1: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이 발견한 외계행성 51페가수스b의 가상적인 모습 ( ⓒ GNU General Public License )
이미지2: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업적인 세포의 산소가용성 기전 ( ⓒ Dr. Guido Hegasy )

  • 최성우 ()

    (자칫 노벨상 수상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집착으로 오해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노벨과학상에 대한 글을 자주 올리게 되었습니다만... 
    올해 과학 분야 노벨상 역시 시대적 변화의 반영 등 몇가지 특징이 있는 듯해서, 종합적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 자라 ()

    매년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댓글의 댓글 최성우 ()

    지속인 관심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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