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와 교환법칙
- 글쓴이
- ㅋㅋ
- 등록일
- 2003-05-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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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파문'의 교환 법칙
‘삽질 개천수’. 수원 서포터들이 지난 5월 21일 울산과의 홈경기에서 들고 있던 플래카드(?) 문구이다. 이천수는 경기 도중 습관성 어깨 탈구로 교체되면서 관중석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높이 치켜드는 것으로 답례를 했다.
이천수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본인은 물론 구단과 한국 프로 축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300만원의 벌금을 냈으며, 수원구단은 엄중경고 처분을 받았다. 24일 울산에서 벌어진 양 팀의 재대결에 앞두고는 화해도 하고 사과도 했다.
이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둘 다 똑 같다"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잘 모르겠다. ‘삽질 개천수’와 '가운데 손가락'이 동일한 가치를 갖는 욕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는 법인데 어째서 원인행위와 대응행위가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일까?
사람들은 덧셈에는 항상 교환법칙이 성립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3+7이나 7+3이나 똑 같으니까.) 그러나 콩나물국을 끓일 때 콩나물을 먼저 넣는 것과 파를 먼저 넣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저녁 시간에 아이들에게 "밥 먹고 TV 보라"고 백날 말해봐야 헛일이다. 밥을 먹고 나면 재미있는 프로가 끝나버리는 것이다. 사춘기 고교생들에게 일단 대학에 들어간 후에 이성 친구를 사귀라는 말이 먹혀들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연산이기 때문이다.
이천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원 서포터들이 '삽질 개천수'란 저주에 가까운 야유로 이천수를 자극하지 않았다면 이천수의 가운데 손가락은 그들을 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천수의 가운데 손가락을 본 후에 그런 야유가 터져 나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물론 축구 선수들은 축구팬들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축구팬들도 축구 선수들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천수는 한국 축구의 현재이며 미래이다. 당장 31일에 벌어질 한일전에서도 우리는 그가 맹활약을 펼쳐 일본을 꺾어주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서포터란 자기가 좋아하는 축구팀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본분이지 상대 선수의 인격을 모독하고 조롱하는 ‘저격수’가 아니다. 다른 나라 사정이야 어찌 됐든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축구 선수와 축구팬들이 서로 진정으로 아껴주고 신뢰할 수 있는 축구 문화를 가졌으면 좋겠다.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삽질 개천수’. 수원 서포터들이 지난 5월 21일 울산과의 홈경기에서 들고 있던 플래카드(?) 문구이다. 이천수는 경기 도중 습관성 어깨 탈구로 교체되면서 관중석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높이 치켜드는 것으로 답례를 했다.
이천수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본인은 물론 구단과 한국 프로 축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300만원의 벌금을 냈으며, 수원구단은 엄중경고 처분을 받았다. 24일 울산에서 벌어진 양 팀의 재대결에 앞두고는 화해도 하고 사과도 했다.
이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둘 다 똑 같다"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잘 모르겠다. ‘삽질 개천수’와 '가운데 손가락'이 동일한 가치를 갖는 욕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는 법인데 어째서 원인행위와 대응행위가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일까?
사람들은 덧셈에는 항상 교환법칙이 성립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3+7이나 7+3이나 똑 같으니까.) 그러나 콩나물국을 끓일 때 콩나물을 먼저 넣는 것과 파를 먼저 넣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저녁 시간에 아이들에게 "밥 먹고 TV 보라"고 백날 말해봐야 헛일이다. 밥을 먹고 나면 재미있는 프로가 끝나버리는 것이다. 사춘기 고교생들에게 일단 대학에 들어간 후에 이성 친구를 사귀라는 말이 먹혀들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연산이기 때문이다.
이천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원 서포터들이 '삽질 개천수'란 저주에 가까운 야유로 이천수를 자극하지 않았다면 이천수의 가운데 손가락은 그들을 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천수의 가운데 손가락을 본 후에 그런 야유가 터져 나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물론 축구 선수들은 축구팬들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축구팬들도 축구 선수들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천수는 한국 축구의 현재이며 미래이다. 당장 31일에 벌어질 한일전에서도 우리는 그가 맹활약을 펼쳐 일본을 꺾어주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서포터란 자기가 좋아하는 축구팀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본분이지 상대 선수의 인격을 모독하고 조롱하는 ‘저격수’가 아니다. 다른 나라 사정이야 어찌 됐든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축구 선수와 축구팬들이 서로 진정으로 아껴주고 신뢰할 수 있는 축구 문화를 가졌으면 좋겠다.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다른 사람들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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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
오... 뒤늦게 읽는 거지만,
정말 괜찮은 사고의 발상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