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이라는 애인과 현실이라는 조강지처 사이의 갈등...

글쓴이
다모
등록일
2002-10-23 23:42
조회
6,936회
추천
1건
댓글
7건
소요유님과 백수님의 충고 고맙게 들었습니다.
특히 소요유님의 "연구자로서의 본질을 지키면 길은 언제든 열린다"는 말씀은, 시간이 지날 수록 나태해지고 안일해져만 가는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구요...
사실은 저도 소요유님의 말씀을 진실이라 믿으며 살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녀석들 다들 말리기만 하는 자연대를 그것도 지방대를 진학한것이며, 동기들 취직시험에 바쁠 때에도, 전공책만 볼때에도, 석사정도면 되었다고 더 해봐야 깡통차기 쉽상이라고 주변에서 말릴때에도, 그래도, 그냥 제가 선택한 길이 좋아서 지금까지 살아 왔다 믿습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사이언스 키드의 비애?"를 읽으며, 정말 무릅을 치며 웃었고 또 쓸쓸함을 느꼈었습니다).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그래도 비유하자면 제가 선택한 "공부하는 사람으로의 삶"이란건 결국 "평생의 애인"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지난 수년간의 외국생활에서, 제가 더이상은 몇몇 삶의 중요한 선택을 잘못한, 정말 억세게 운없는 불행한 천재가 아님을 뼈져리게 알게 되고, 이제 겨우 걸음마 배우구, 또 기어 다니는걸 배우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또 하루 하루 목소리에 힘이 사그러져가는 부모님들의 음성을 들으며, 삶의 거의 모든 즐거움을 포기한채 타국땅에서 가족만 바라보고 고생하는 아내를 보며, 또 22년을 학생으로 지내왔으면서 또 몇년을 기약없이 이길에 매달려야하는 저 자신의 미래를 생가하며, 이젠 이 현실이라는 조강지처를 인정하고, 제대로된 가장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취업 사이트들을 뒤졌고, 정부 출연 연구소(원)의 연구원으로 취업 할 수 있다면 저에겐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까해서 질문을 드렸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생각들이 나약한 자의 자기 변명이나 현실 안주책일 뿐일 수도 있겠지만, 한살 한살 나이가 들수록, 현실이란 녀석은 더더욱 안착하고픈 조강지처일 수 밖에 없네요...
이제 겨우 햇병아리 과학자(?) 주제에, 패배주의에 찌든 냄새만 피웠다면 여러 선배님들과 동료, 후배님들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과학이 가진자들의 지적 유희에 지나지 않았던 시대가 아닌 현재에, 저와 같은 고민은 결국 계속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고등학교, 대학교, 석사 또 박사 졸업예정자들 모두에게 말입니다)...
다시한번 소유요님과 백수님의 충고에 감사드리며, 다른 선배님들이나 동료 후배님들의 충고도 들을 수 있었으면 고맙겠습니다.

  • 소요유 ()

      이해됩니다. 왜냐하면 그 현실 때문에 전 국내에 주저않았었거든요.  제가 현실에 따른 정출연 15년 경험은 결국 연구자의 본질인 '실력'을 품고 살면 자신의 활동공간이 좀 넓어 집니다. 이 실력과 경험은 연구자로 남는다고 한다면 평생 자산입니다.  참고로 전 세아이의 아버지로 '좀 늦은 나이' (마흔 좀 넘은 것에 전 나이가 많다고 생각지는 않지만....)에  포닥나와 있습니다. 타이틀이야 research fellow지만 내용은 postdoctoral fellow입니다.  저 스스로도 학문적으로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하나하나 쌓아 가고 있습니다. 정출연도 나름대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실력이되고 의지가 있다면 '대부분의 대학'보다 여러가지 기회도 많이 주어지고요. 

  • 소요유 ()

      다른 분들이 더 좋은 조언을 기대하면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정보' 몇가지 드립니다.  첫째, 외국에서 학위 후에 귀국하여 2년내에 permanant job을 못잡으면 어려워 진다고 흔희들 말합니다. 그 이유는 2년이 지나면 '아무도' 신경 안써준다는 뜻일 겁니다.  둘째, 국내에 무작정 들어오기보다는 사전 '공작'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관련 기관에서 talk을 한다든가, 학회에서 발표한다든가, 국내학회지에 논문을 투고한다든가 하는 자신을 알리는 노력을 하여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국내에서 대학은 이미 그렇고, 정출연 조차 '검증된 외국박사'를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이 검증이란 국내 기관이 아닌 외국기관에서 '포닥 경험', 다시말하면 외국넘들이 실력을 인정한  박사학위자를 선호한다

  • 소요유 ()

      는 점입니다.  기업 연구소는 어떤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의 기업 행태로는 그런 것을 별로 따지지 않고 출신학교의 '네임 밸류'를 따지는 것 같았습니다.

  • 소요유 ()

      뱀다리 :  항상 그렇듯이 인생에서 '파이팅'이 중요합니다.  어려움은 누구나 다에게 다가오지만 이 어려움을 잘 넘어가는 사람들은 '삶에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힘내시가 바랍니다.  '금의환향'이라는 환상은 미국에 남겨두시고, 박사학위가 또다른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 다모 ()

      소요유님의 충고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조언이나 충고라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이란걸 알아가고 있는 요즘에, 더더욱 소요유님의 충고는 제게 큰힘이 되었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직접 뵐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더욱 좋겠네요... 혹시라도 시카고 근처에 계신다면 더욱 좋겠지만... 다시 한번 좋은 말씀들 감사 드립니다.

  • 정문식 ()

      다모님의 갈등에 공감합니다. 저는 과학자-_-는 아니지만, 한때 다모님과 같은 고민 때문에 엄청난 방황을 한 적이 있었거든여... 사람의 삶은 고민과 갈등의 연속이라지만, 사실 지금 사이엔지에서 나오는 고민들은 제대로 된 사회라면 애초부터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어느 곳에서건 하시는 일에 대한 보람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소요유님께서 너무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 제가 드릴 말은 별로 없는 것 같군여... 아무튼 우리 사이엔지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백수 ()

      저는 미국에서 포닥으로 행복하게 사시는 분을 보았습니다. 미국 포닥이 국내 출연연보다 훨씬 좋은 조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적인 관점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미국 포닥으로 영주권나올때 까지 버티세요. 그러시다가 운이 맞으면, 미국 기업이나 큰 연구소로 가실 수 있는 기회가 올거에요. 한국은 그 후에 들어와도 늦지 않습니다. 미국생활이 저축하기 힘들다고들 하지만, 한국서 생활해 보니 물가가 비슷합니다. 다만, 한국에 집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텐데, 직장근처에 집을 구하는게 쉽지는 않겠지요. 하여간, 현실을 생각하신다면, 미국에서 정착하는 쪽으로 결정하시는 것이 후회가 적을 것입니다.

목록
이전
산업기능요원의 경력
다음
공대에 대해서...


진학/학업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286 답변글 [re] 광촉매 ............촉매 정영민 10-26 7518 1
285 의대 대학원에 대해 궁금해여... 댓글 4 키티 10-26 7155 1
284 병역특례로 구조해석,유동해석..... 댓글 1 CFD 10-25 6493 0
283 촉매분야,,,,,,, 이상민 10-25 6498 3
282 현재 상황에서 할수 있는 선택... 댓글 13 최성훈 10-24 7244 1
281 전자전기.취직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은...어떤게 있을까요? 댓글 2 낫츠 10-25 6511 1
280 현재 ... 댓글 7 최성훈 10-25 6343 1
279 [질문]학과 선택에 대해서. 댓글 10 어딘가. 10-24 6036 2
278 유학에 대해 질문... 댓글 3 한정우 10-24 6220 2
277 제 진로에대한 상담이여 댓글 1 학생 10-24 6151 0
276 토목분야에서 질문이요..대학원및 취업.. 댓글 1 박병훈 10-24 6824 0
275 산업기능요원의 경력 댓글 4 LVTTL 10-24 7394 2
열람중 학문이라는 애인과 현실이라는 조강지처 사이의 갈등... 댓글 7 다모 10-23 6937 1
273 공대에 대해서... 댓글 24 Who? 10-23 8115 1
272 [진로] 방황하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댓글 3 김준재 10-23 7877 3
271 국립 혹은 정부 출연 연구소(원)들의 채용 조건이 궁금합니다. 댓글 10 다모 10-23 10226 3
270 [진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습니다... 댓글 9 윤성준 10-23 7399 0
269 기계공학과에 대해서 댓글 4 김두한 10-23 8060 0
268 CAD/CAM 관련 진로는 어떤게 있을까요? 댓글 6 이유진 10-22 8424 0
267 군대 빨리 갈 수는 없나요? 댓글 3 노력파 10-21 7272 3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