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과에 진학하려는데요...

글쓴이
smallnation
등록일
2002-12-01 13:28
조회
6,5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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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건
안녕하세요.
이번 수능을 치른 학생입니다.
빠른 82로, 00학번-신학과에 입학해 1년간 학교를 다니다가
적성에 안맞아 의료선교를 목적으로 작년 수능을 준비했습니다.
수2, 화2를 처음으로 공부했는데, 어려움보다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화학2는 교과서를 2번 읽을만큼 관심이 갔습니다.
그런데 수능 결과가 좋지 않아 의대쪽으로 진학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 폐인으로 올해 4월까지 허송세월하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다시 수능을 준비했습니다. 공부 도중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게 무엇이고, 무엇을 할 때 '의미'있는 삶이 될 것인가,
나아가 동시대적이고 국지적인 도움에 머물고 마는 의료 선교보다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류'에게 이로움이 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화학을
공부해 나갈 때에 얻을 수는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 끝에
진로를 자연과학대 화학과 쪽으로 바꿔서 공부를 했습니다.
올해 수능결과는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게 나왔습니다.

제가 올해 공부할 때도 의대를 목표로 둔 줄 아셨기에
아버지께 화학과에 진학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놀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 하루 노동으로 생계를 연연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라고.
너만이라도 의대에 가서 떳떳이 살아보자고...
그런 아버지를 설득하기란 어려웠습니다. (아버진께는 제 꿈을 말할 만큼 자신없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제 자신에 대해 회의가 듭니다.
잘할 수 있을까? 내가 화학을 좋아하는 그런 열정은 누구나 한번쯤은 갖는 것은 아닐까?
머리도 좋은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들과 열등감에 자꾸 제 자신에 대한 신뢰을 갉아 내고 있습니다.
내가 간진하고 있는 꿈은 단지 꿈일거라는 두려움도 있구요...

요즘 면접준비하기 위해 일반화학책과 일반물리학책을 보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원리들은 재미있지만, 문제들을 풀지 못할 때마다
열등감이 물밀듯이 내 마음을 채워 한숨만 지게 합니다.
답을 본다거나 오랜 시간을 투자한 뒤라야 문제를 해결하곤 하니 이런 머리로
정말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왜이렇게 자신이 없어지는지...
처음 의대를 준비할 때의 마음과 지금 화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도
많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정말 앞뒤 문맥안맞는 엉터리 문장이지만 솔직한 제 심정을 담았습니다.
모든 결정은 제가 하는 것이지만, 조언을 받고 싶습니다..

  • 트리비어드 ()

      일단 올해 점수는 의대나 약대를 진학하실 만큼이 됩니까? 이게 먼저 분명해져야 조언이 가능할 듯 합니다.

  • smallnation ()

      네. 의대나 약대에 진학할만큼 나왔습니다.

  • 트리비어드 ()

      정말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이타적인 목적의 삶을 원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좋아한다는 것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님이 어느 한 가지를 처음엔 싫어하시더라도 계속 열심히 하면 나름대로의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익숙해져서 그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반열에 올라가면 더욱 재미있어집니다. 화학을 좋아하신다고 했지만 반드시 그리로 진학할 필요는 없습니다. 

  • 트리비어드 ()

      그리고 자신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 '의미 있는 삶'이 주가 되야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오히려 자기를 위해서 무엇이 가장 좋은지 생각하고 일단 그 포지션을 차지한 뒤에 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가 고민하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기본 고려 사항은 당연히 경제적 문제와 비전입니다. 지금 나와있는 패로 보면 의대 진학이 가장 확률적으로 유리합니다. 저도 2006년 의료 개방 이후 의대의 장래에 대해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유사 이래 의사는 사회적으로 항상 필요하고 존중받는 중간 이상의 지위를 보장받아왔습니다.

  • 트리비어드 ()

      20년, 30년이후를 볼 경우 한창 바람이 불고 있는 약대나 한의대보다는 의대 진학이 가장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의료계에서도 얼마든지 인류를 위해 살 수 있습니다. 지금 의협이 그렇게 안해서 문제이지... 하여간 일단은 개인적인 기반 확보가 우선입니다. 그리고 신학과에도 적을 두셨던 것을 보니 나름대로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을 하시는 분 같은데 위의 제 말씀을 명심하세요. 사회에 대한 공헌을 목표로 하신다면 반드시 개인의 이익과도 어느 정도는 좋은 의미에서 결부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타심만으로는 언제나가  배고픔에 못이겨 '변절' 내지는 '변질'됩니다. 이런 사람들을 이미 우리는 많이 알지 않습니까?

  • 박상욱 ()

      화학은 참 재미있는 학문이죠.. 저도 님처럼 고등학교시절 화학을 너무 좋아해서 화학과에 진학을 했습니다. 일단 조언드리고 싶은 것은, 화2나 일반화학처럼 엄청 재미있는 화학책만 보지 마시고, 상위 전공과목의 내용들을 서점에서 서서라도 좀 훑어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다 재미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한겹 더 들어가면 재미를 잃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 박상욱 ()

      화학은 물리와 더불어 자연을 자연스럽게 보게 해 주는 학문이라고 생각되며 응용분야도 매우 구체적입니다. 다만 엄청난 공부량에 비해 사회적 처우나 일반인들의 인식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도 아셔야 합니다.

  • smallnation ()

      트리비어드님 박상욱님 조언의 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김희준 ()

      네 엄청난 공부량에는 동감입니다..... 들어갈 수록 심오해지고 자연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이미돌아올수 없는길에 들어선 나 자신의 그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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