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 관련 경영전략 컨설턴트가 쓴 글

글쓴이
정선욱
등록일
2004-12-17 13:57
조회
3,802회
추천
11건
댓글
3건
다음은 이공계 기피와 관련해서 공대출신 UC 버클리MBA가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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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내 가방끈에 대해 얘기하자면... 좀 긴편이긴 하다. 설대 공대를
졸업했고 미국 명문 주립대 공학 석사를 마친 후 직장 생활을 하다
UC Berkeley MBA (Haas school) 과정을 끝낸후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애들도 아니고 스스로 스펙을 밝히면서 잘난체 하려는 이유는 한국은
간판이 없으면 뭔 소리를 해도 안먹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저렇게
간판을 걸어놓으면 내 글을 끝까지 읽어줄 사람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총 GDP 예상액이 6500억 달러가 좀 못된다. 총 수출
2500억불, 수입 2200억불이다. 겉으로 보면 괜찮다. 맨날 조중동이
노정권 깍아내리려고 5%성장율을 무시하고 못산다느니 IMF가 낫다느니
하면서 징징 거리지만 내실을 보면 과거 부채만 끌어다 7%성장을
이루었던 시절보다 백배는 낫다고 볼수있다.

수출 2500억불중 전기전자, 소위 IT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다.
내가 전자과를 나온고로 한마디 하자면 IT업종은 워낙 기술발전속도가
빨라서 기술력이 조금이라도 뒤쳐지게 되거나 가격 경쟁력이 조금이라도
딸리게 되면 급속하게 market share를 잃게 된다. 사실 기초학문이나
기반 기술력에서 압도적인 일본이 우리나라의 공정/상업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경계하는 이유가 아무리 기반기술에서 앞서더라도 한번 market
share를 잃으면 다시 역전하기가 아주 힘들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LG에 특허 침해 소송을 냈던 마쓰시타의 PDP 사업부이다.
과거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브라운관과 디지털 TV분야를 제패하던 소니,
파나소닉, 마쓰시타, 후치쯔 등등.. 이 갑자기 치고 올라온 LG와 삼성
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직도 기술력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일본의 인건비가 평균 2.5배인 마당에 품질은 1.5배가 차이난다면 위기
의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할수있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이공계기피.
이공계 기피의 심각성은 상위 1%의 인재들이 이공계로 오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과거 내가 입학할 당시 우리과의 평균 학력고사 점수는 전국
상위 0.2% 안쪽이었다. 요새는 들리는 바로는 저 멀리 해외 (제주도)
수의학과와 비교된다고 하니.. 아마 과 수석이 2%정도이지 않나.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다. 삼성의 이건희가 핵심인재, 핵심인재
외치는 이유는 아날로그 시대와 달리 디지털 시대에 한명의 천재로 인한
기술혁신이 얼마의 가치를 창조하는지를 보면 안다. 우리나라 IMF당시의 IT
수출액은 300억달러가 못되었다. 불과 6년만에 3배를 넘었다.. 이것을
이루어낸 주역이 누구인가.. 우리 세대 공부 잘하던 운 없는 공돌이들이다.

2%의 인재와 0.1%의 인재의 차이... 뭐 물론 학력고사가 그 사람의 모든것을
말하는것은 아니지만 편의상 정량적으로만 따지자면 0.1%의 인재는 기술을
선도하고 연구해 내는 한편 2%짜리는 그것을 익히고 응용해서 잘 포장하는
차이라 할수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2%의 인재가 하는 일에 촞점이 맞춰져
있지만 0.1%의 인재가 하는일로 산업이 재편되지 않으면 중국에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이며 market share를 놓칠경우 수출액이 반토막 나는것은
순식간이다. 반토막이면 500억 달러.. 단지 IT에서 국한해서 말이다.

80년대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돈이 없으면 병 걸려서 죽어가던 사람이
내가 알기로만 수명이다. 그것도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도 아니었는데
수술비를 대지못해.. 지금처럼 의료보험이 있는것도 아니고.
의사, 판사 변호사.. 다 좋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수출액에서 500억불만
빠져도 80년대로 돌아간다. 즉, 위에서 말한 그 액수. 우리나라 일년 원유
수입액이 얼마인지 아는가? 200억 달러다. 즉, 일년 원유 수입액 두배 반을
못번다는 말이지..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가는 사람들이 태반이 되고 소송이 있어도 변호사
선임을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 된다. 그나마 남은 부자들은 가진돈 챙겨서
이민간다. 의사, 변호사들 답해 보라. 그때도 다들 일년에 몇억씩 벌수 있을것이라
생각하는가? 500억불의 차이는 우리나라를 20년 전으로 돌려놓기에 충분한
액수다. 아마 반 이상은 의사 변호사 자격증 껴안은 실업자가 될것이다.

내가 함께 일하는 모건 스탠리의 국가 기술 평가회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이공계기피를 상당히 중시하고있다. 비교적 일본은 그래도 인구가 많은데다가
외국 엔지니어의 수입이 원활하므로 수월한 편이다. 한국의 착각중 하나가
많은면에서 일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면인데, 한숨만 나온다.. 외국에서
보기에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독일과 폴란드/헝가리의 차이와 비슷하다.
내가 글로벌 컨설턴트라는것 잊지마라.

흔히들 발전하다 도태되어버린 본보기로 남미를 많이 드는데.. 사실 조금 우리나라
의 상황과는 많이 다른 편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열과 활발한
경제활동, 신분이동과 상대적으로 적은 빈부격차 때문에 훨씬 낫긴 하지만
기술의 공백이 가져다 줄 대란이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비슷한 결과를 낳을수
있다. 즉 5%의 절대 부층과 95%의 절대 빈층.. 남미 사람들은 낙천적이라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살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불평등을 못참는 민족이
그것을 보고만 있을것인가? 장담컨대, 북한이 그때쯤 니캉내캉 꼬라지 서로
비슷하니 합의하여 반반의 권리를 가지고 통일하자고 친근하게 제시할 것이다.

이제 심각성을 깨달았나? 내가 이공계 출신이라 이런말 한다고 생각하면 그냥
이글 읽느라 시간 낭비했다고 생각하라. 나는 경력으로는 이공계 발판을 삼았지만
이젠 한국과도 상관없는 미국 영주권 있는 컨설턴트다. 이렇게 손가락 아프게
한국 이공계를 걱정해 줄 필요없는.. 판단은 알아서 해라.
내가 보기엔 IMF와 같은 breakthrough 가 아니라면 현재의 상황은 나아지기
힘들다고 본다. 
 
 

 
 
 
 
 
 
 

  • clinamen ()

      글은 좋은데요, 다른곳에서 퍼온글을 다시 퍼오신 듯 합니다. 사람에 따라선 갑작스런 반말투에 '선배'라는 단어 등으로 인해 오해를 살수도 있겠네요. 수정 부탁드립니다.

  • Timecansolve ()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은 글이네요. 하지만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이공계 기피가 점차 한국 기피로 이어지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실제로 가능하다면, 윗분과 같이 해외에서 컨설팅업체나 기타 다른 일을 택하는 것이 점차 많아지는것 같습니다.

  • 김선영 ()

      반말조의 글이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렇게 틀린말만은 아니죠.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한다는것 자체가 좀 우습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기업구조는 일본과 비교할만 합니다. 윗분처럼 외국에 나가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그래서 머리가 부실한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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