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런 거' 왜 못 만드냐고?

글쓴이
바닐라아이스크림
등록일
2010-05-01 20:29
조회
6,5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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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건
댓글
16건
..................
당사자가 의도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기술과 사회의 관점에서 '우린 이런 거 왜 못만드냐'는 물음은 상당히 전복적인 의미를 갖는다. '우리 사회는 왜 이 꼴이냐'고 묻는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회'는 그가 몸담은 조직과 그 조직을 포함하고 국가 모두를 의미한다.
.....................

못 만드는 이유?


결론부터 말해 보자. 흔히 '질문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을 한다. 이 상황에 정확히 부합하는 말이다. '이런 거 왜 못 만드느냐'고 묻는 것은 질문자가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백하는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만들자'고 말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모두 지도자들이다. 조직에서 가장 강한 권력과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사람들 말이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거 왜 못 만드냐'고 묻는 지도자가 많을수록 그걸 만들어 낼 가능성은 낮아진다.

두 번째는 이런 질문을 태연히 던질 수 있게 하는 위계적 사회구조다. 위계 사회에서 '왜 못 만드냐'는 말은 질문이 아니라, 질타이고 추궁이며 명령이다. 여기서 자신의 책임은 빠져있다. (자기는 방법을 모르지만) '어떻게든 만들어 내라'고 요구하고 있을 따름이다.

위계적인 조직일수록 소통은 막혀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직된 소통구조 속에서 창의력이 꽃 피기를 바라는 것은 '우린 왜 못 만드냐'는 질문만큼이나 어리석다. 그런 질문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 조직이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 수 없을만큼 위계적이고 경직되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게 두 번째 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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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이 오시면 원문 찾아서 읽어보세요.

  • Wentworth ()

      네 좋은 기사네요.  문제의 근본을 파고 들어 간... 근데 요즘 중앙대 사태를 보면 한국은 참 암담하죠.

  • rabyl ()

      아아 감사합니다.

  • d.hong ()

      최근에는 공대에서도 간헐적으로 사회 저명 인사들을 초청해서 강연을 열기도 합니다. 그나마 한 두시간이라도 있으니 다행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사의 내용처럼 공대에서도 좋은 인문,사회,예술에 대한 좋은 강좌들이 개설되어 한 학기에 한 과목 정도는 수강을 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붙박이 ()

      한발 늦었군요. 저도 방금 보고는 퍼와야겠다 생각했는데...^^ 예전에 어떤 물리학자 분께서 썼던 글도 있었죠.

    <a href=http://scieng.net/zero/view.php?id=now&page=656&page_num=20&category=&sn=off&ss=on&sc=on&keyword=&prev_no=&select_arrange=hit&desc=desc&no=5472 target=_blank>http://scieng.net/zero/view.php?id=now&page=656&page_num=20&category=&sn=off&ss=on&sc=on&keyword=&prev_no=&select_arrange=hit&desc=desc&no=5472</a>

    가장 절실하고 답답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워낙에 생각없는 노친네들이 많아서...

  • BizEng ()

      이런거 만들고 싶어 하는 능력있는 사람들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정말 만들어 내려면 여러가지 사회적 여견이 조성되어야 겠죠.

    물건 만드는 사람들이 무슨 이순신 장군들도 아니고, 달랑 배 12척 주면서 200척 넘는 배 다 까부수라는 비상식적 요구를 해놓고, 전쟁에서 못 이긴다고 비난 하는 것과 다른 것이 없는거죠.

    세상사 다 상식인데.... 그나마 뭐라도 만들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격려가 아니라 줄거 주지도 않으면서 투덜대기만 하는 것은 아주 부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냥 먹고 살 만큼이라도 해주면서, 가만히 냅 두기라도 하면 신나서라도 능력발휘 해볼텐데 말입니다.

    원래 자기 가진 능력을 잘 써먹고자 하는게 사람 본성이니 말입니다.

  • Green ()

      링크한 오마이 글에서 "Liberal Arts School"을 "인문학 (주로) 가르치는 학교"라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사실과는 달라보입니다.

    <a href=http://en.wikipedia.org/wiki/Liberal_arts_college target=_blank>http://en.wikipedia.org/wiki/Liberal_arts_college</a>

    A liberal arts college is one with a primary emphasis on undergraduate study in the liberal arts. The "liberal arts" in this sense are no longer the seven liberal arts of antiquity and the Middle Ages, and the term has indeed been criticized for its excessive vagueness.

    A "liberal arts" institution can be defined as a "college or university curriculum aimed at imparting general knowledge and developing general intellectual capacities, in contrast to a professional, vocational, or technical curriculum."
    ...

  • 붙박이 ()

      그래도 이런 친구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는 것이겠죠.

    "부산 청소년들이 만드는 국제 인문학잡지 '인디고' 창간"
    <a href=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004/h2010042922374284210.htm target=_blank>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004/h2010042922374284210.htm</a>

    대단한 부산 친구들이군요. ^^

  • 붙박이 ()

      Green님, Liberal Arts School의 정의가 무엇인가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랍니다.

  • Green ()

      붙박이 (2010-05-02 06:22:46)
    //

    The structure of the article is:
    1. Abstract
    2. 못 만드는 이유?
    3. 봉건적 위계사회의 비극
    4. 애플과 인문학의 관계
    5. '미국식 교육'의 중심은 인문학
    6. 인문학, 왜 중요한가
    7. 경쟁교육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Conclusion?)

    3 chapters are about 인문학 from 5 chapters (excluding Abstract,Conclusion).  All 3 chaps mentions about 인문학 in Univ.

  • 지지지 ()

      직책에 따른 위계질서, 관리자가 더 높은 직책에 있는 구조, 상명하복 등 즉 위와 아래가 있는 구조 때문에 문제가 많죠. 위에서는 책임회피하고, 아래에서는 힘들어하고, 그리고 위에서 시키는 것만 해야하는 구조이니 혁신이나 창의력은 그냥 없어지는 거고...

  • 아무나 ()

      왜 못 만드냐고요??

    회사 다녀보면 압니다.  왜 못 만드는지.

    우리나라의 군대문화가 회사에도 깊이 젖어있죠. 그게 검증된 제품을 빨리 만들어내는 데는 강점이 있지만,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기는 힘들죠. 
    또한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려면, 그 밑바탕에 깔린 기술은 어마어마하죠. 우리나라가 그만큼 두꺼운 기술층을 가지고 있는가요?

    실리콘밸리가면 깔린게 엔지니어고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죠. 그들이 이합집산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제품을 만들어내는겁니다.

    그런 제품을 만들어내고 싶으면, 그런 기술전문가들이 많이 쌓여야하는거고, 또 쌓일려면, 그들이 쌓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는거죠. 그런 전문가들이 풀뜯어먹고 사는거 아니니까요.

    그런의미에서 기술보안법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 gold digger ()

      아무나님이 말씀하는 그런 황당한 사회가 오지 않도록 중장년층들은 죽어라 모당만 지지하는거죠. 어떻게 보면 참으로 합리적인 사람들입니다.
    청년층이 죄다 백수 된다는 소소한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그너마들이 정신 못차리고 선거날 놀러가느라 그런거니 딱히 신경 쓸일은 아니죠. -,.-;;

  • 아무나 ()

      gold digger님의 말은 좀 이상하네요. 반어법이든 아니든 특정계층의 사람들을 비꼬는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

    지금 정치권은 특정정당과는 상관없이 이러한 과학기술쪽 발전에 제대로 신경쓰고 있지않죠. 모두 지들 정권잡을려고 난리들이죠. 신경을 쓴다해도 제대로가 아닌 말로만의 립서비스죠.

    개인적으로는 저 기술보안법이야말로 악법중의 악법이라 생각하는데, 저 기술 보안법은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졋죠.

    어느 특정정당이나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천국이되고, 다른 특정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지옥이 될것처럼 상상하는것이 제가 보기엔 순진한 생각으로 보입니다.

  • 바닐라아이스크림 ()

      현정권에서 유독 티가 날 뿐이지, 원래 과학기술인에 대한 인식수준은 오래전부터 안좋았습니다.
    그나마 공대는 취업 잘된다는 이유로 인기가 있었지,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저변이 확대되서 인기가 있었던게 아닙니다.
    단순히 이공계열 학과 졸업=>대기업 취업=>중산층 진입 이런 논리만 갖고 자식들 이과 선택시키고, 공대 진학시키고 했죠.

    학문을 수양하고 현업과 연구과 조화를 이뤄 무언가 세상을 놀래킬, 아니 조금이나마 기존의 것을 나아지게 만드는데 공헌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가치를 부정하는 사회에서 이공계인은 국익을 위해 희생할 공노이자 제물일 뿐.
    국제경쟁 사회에서 최전방에 선 총알받이 보병같은 존재가 바로 대한민국 이공인입니다.
    자신의 희생과 애국심(or 애사심)으로 똘똘뭉쳐 온 몸을 다바쳐 업적을 내지 않으면 흡혈귀 혹은 매국노 취급받기 일쑤.

    조선시대 중인들이 농업과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그 모든 공은 사대부가 거머쥐고 중인들은 역사속에 이름 한자 남기지 못했던 과거와 21세기 최첨단 미래기술이 인류문명에 크게 관여를 하는 현재, 이공계인들의 생활상은 달라진게 없어 보입니다.

  • 통나무 ()

      미국대학 교양교육 핵심과정과 한국에서의 인문학 공부안내 | 원제 A Student's Guide to the Core Curriculum
    <a href=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6056138 target=_blank>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6056138</a>

    원글에서 얘기하는 미국에서의 인문학교육이 우리가 이해하는식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가서 배우는 분들도 있고, 책을통해서도.
    인문학, 고전을 읽는다고 주어진 커리큘럼으로 아 공부했구나(요즘 시이오들을 위한 인문학강의들 보면 솔직히 놀고 있네라는 생각만 듭니다)라고.

    위 링크한 책에 편역자 서문에서
    "전체학생수가 1-2천명 정도로 적고, 교수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으니 학문탐구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격적인 교류까지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뭐 이렇게 얘기하는데 안가봤으니.

    중요한것은 철저하게 가르치고 이해하고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읽고 쓰고 발표하는 기본기를 계속 익힌다는것 아닐까요.

    그럼 이게 대학에서만 이루어지느냐.
    외국의 좋은 학교들은 이런교육을 개념교육이 필요할때 2-3년 꾸준히
    충분히 체화될때까지 반복적으로 익히게 한다고 하더군요.

    어짜피 잘 갈키고 잘 배워야 되는데,
    개념으로 배우기 전에서는 오감으로 받아들일수 있는것들을 충분히 받아들일수 있는 경험을
    10-14세에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개념을 충분히 다룰수 있도록 충분한 연습을. 그리고 그 이후 교육이 되어야 될텐데,
    우린 태어나서 14세때 까지 받아야 되는 교육이 거의 통째로 성적위주의 공부에만 중심이 되죠.
    이후 인문학을 깨작거린다해도 거의 개똥철학수준이 되고요.
    근데 하나도 안바뀌고.

    누가 삽질로  돈을 좀 벌었는데
    삽질을 하다보니 돈도 벌고, 어 몸도 좀 좋아지고
    힘도 쎄지고 세상 겁날게 없어지니.
    어떤 문제해결을 물어보면
    답이 삽질하세요. 이런게 한국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과거 명문고시스템에 대한 향수
    삽질에 대한 향수
    까라면 까서 뭔가 해놓긴 했는데
    삽질하느라 근육의 비균형적 발전이라든지
    삽질후 피로푼다고 술푸는 버릇도 당연한듯 받아들인다든지

    바뀔려면 하나가 바뀌는게 아니라 연쇄적인 변확 필요한데요.
    위에 인디고 서원처럼 하는경우도 있는데
    그리 어려운게 아닐수도 있는데
    지금은 개인들한테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죠.
    엄청난 세금은 믿도 끝도 없는 곳에 퍼부어지고.

  • 쉿비밀 ()

      초등학교 땐 옆에집 친구보다 공부못한다고 혼났는데 커서도 이런것도 못하냐 왜 못이기냐 혼나는군요 왜 우리는 항상 강한 억압속에서 누구를 이기면서 꾸역꾸역 살아가야되는지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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