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을 때 (힘 닫는 대로)놀아 봅시다" 와 초딩이들 영어 유학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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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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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2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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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GB 데이타 백업 받으면서 일이 안되니 잡담이나 하렵니다. 오늘 중에 끝나려나 모르겠어요. ***


4월 초에 아이들 school holidays 피해서 학교 마지막 주 수업을 '띵겨 먹고'  열흘 정도 호주 동 북부 '퀸즈랜드' 해안을 중심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가족이랑 오붓하게 차를 몰고 (제가 아니고 제 와이프가 몰죠!) 말이죠. 그동안 여행다운 여행이라야 손가락 꼽을 정도 이지만 이번도 역시 여행다운 여행이라기 보다도 몸 품 팔아가면 갔다 오는 그런 극기훈련에 가까운 그런 것이었지만 말입니다.

돈이 없으니 (호주 국내선 항공 요금이 웬만한 외국 가는 것과 맞먹습니다) 집에 있는 차 (1992형 Toyota Camry, 2000cc)에 밥솥, 배낭, 침구, 주방기구, 김치 한 독, 게다가 쌀까정 '때려 싣고' 아이들 셋과 저 그리고 운전기사이자 아이들 어머니이고..  와이프 이렇게 "단촐"하게 출발했습니다. 

왕복 4000km가 넘는 여행이었는데 기특한 것이 우리 차 더군요.  울 마누하님이 여기저기 치고 받아서 상처가 곳곳에 낫지만 다행이 퍼지지 않았고,  시속 140km 정도에서 완벅한 성능을 보여주더군요. 갔다 오니까 차가 많이 부드러워 졌더구만요.

두번째 기특한 것이 아이들이었는데 지난 1월 방학때 호주 동남부 해안 7박 8일 3500km 여행에 단련되어 있어서인지 잘 참더군요.  아직 여행의 즐거움은 알만한 나이가 아니라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더군요.  큰 녀석 (초딩 6학년)은 이제 이것저것 관심이 있어지는 것 같더군요. 여행하는 동안 음악과 역사 이야기하는 아버지 (우리 집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이렇게 부르게 합니다. 3살자리 막네 놈이 아버지 어머니 하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요)를 이해하려고 하더군요.

세번째 기특한 것이 울 마누라 체력이더구만요. 우리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멋진 냄편과 아이들' 무료로 제공하는 특채에 붙은 실력대로 하루 500~700km의 주행을 잘 버티더군요. 그 덕에 여행 제반 사항 (상당히 광범위하죠!)은 제 몫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건진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호주 풍경을 보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호주가 돌아다니면서 구경할 것 보다는 죽치고 앉아서 스스로 즐기는 곳이에서 더욱 그럴 거 같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얻은 것이 많긴하지요.

이번 여행에서 최종 결론은,

"노새 노새 젊어서 놀아 늙어 지면은 못노나니"

힘들어 못 놀겠더군요. 그래서 다녀와서 일주일 앓았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초딩 (영어) 유학 이야깁니다.

뭐 요즈음 웬만한 집안 (기둥 두어개 뽑아도 괜찮은 집안)은 초딩 아이들 외국에 보내는 것이 유행인 가 봅니다. 주위에 기러기 아빠를 가장으로 둔 가족인 10집도 넘네요. 게다가 아이들만 달랑 보내는 집도 꽤 되나 봅니다.

제가 있는 호주 캔버라의 교육제도는 비영어권 학생들의 경우 학교에 배치되기 전에 영어학교를 이수해야 하는데 능력에 다라 다르지만 대개 2~3학기 (1년이 각학기 10주씩 4학기제)면 졸업할 수 있어 보통 학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 아이들이 다니는 primary는 이 두 과정이 함께 있는 곳인데 제가 도착한 2년전만 해도 전교생 200명중에 한국인이 8명 정도 였는데 지금은 25명정도 됩니다. 한국의 방학 때는 좀 더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합니다. 대략 10%가 한국인이라는 이야기죠. 2년전에는 일본인이 많았는데 대락 15명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한국 아이들이 부쩍 늘었는데 그 이유가 2년전에는 초딩이 유학 비자를 안주었었는데 작년부터 이게 해제되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작년에 아이들 때문에 고민을 좀 했습니다. 한국아이들이 늘어나니 우리 아이들이 당연히 한국아이들하고 어울리게 될텐데, 게다가 남들처럼 돈있어서 영어 유학을 보내 줄 처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영어 때문에 평생 고생하는 처지에 기회가 될 때 배우는 것이 중요하니까 다른 학교로 전학 시킬까하고 여러번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여기 온 것이 영어 배우려고 온 것이 아니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므로 "다 지 복이다, 할 넘은 하겠지'하는 심정으로 그냥 두고 있습니다.

뭐 이야기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고, 중요한 이야기는 여기 '양식 있는 교민들'을 만나면 듣는 이야기가 있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여기에 한국에서 모 대학 교수를 하고 있는 분의 사모님이 한국에서 자기 아이 또래 초딩이 10여명을 데리고 와서 제 아이 다니는 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자선 사업은 아니고 영업인 거죠.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 아이들이 '대단한 집' 아이들 이랍니다. 일산 쯤에 사는 돈 많은 집안  이라는 이야기죠. 문제는 이게 아니라 그 아이들을 돌 보는 것을 보는 말 많은 '엄마'로서의 여기 아줌마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이야기가 초딩 유학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주된 이야기는 여기 아줌마들이 애들을 갖고 있는 어머니로서 보는 눈이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한국에서의 영어과외 합숙'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정도라면 한국에서 하는 것이 훨신 낫다는 결론 들이더군요.

두번째로 초딩 아이들을 영어를 배운다는 이유만으로 떼어 놓는 부모들의 '대담함'에 대한 찬사가 입방아의 단골이더군요. 도대체 아이들에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가에 대한 한탄입니다. 호주 교육의 특징은 혼자 자립하게 하는 교육으로서 여러가지 장점들이 있는 점을 못 배운다는 이야기지요. 호주 교육이 겉으로 보기에는 허술해 보입니다만 안을 들여다보면 교육의 목표가 두렷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세번째, 혹시 아이들을 외국에서 전적으로 혹은 일정기간만  교육시키겠다는 생각이라면 두가지를 생각하라고 충고하더군요. 어는 경우나 정체성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 하더군요. 여기 호주 교육자들이 비영어권 아이들의 부모 면담에서 첫번째 요구하는 것이 정체성에 대한 교육이더군요. 한국인이면 집에서 한국어를 쓰고, 한국어 학교를 정기적으로 보내는 것을 권장하더군요. 두번째는  부모와 같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네번째는 어차피 초딩 영어 연수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경우에 대하여 일정 부분 기대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만약 그래도 아이들을 씩씩하게 키우고 국제적인 역량을 갖추도록 키우겠다고라고 생각하는 대담한 부부라면 적어도 아이들을 수용하는 곳을 한번쯤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업자의 편리함을 위하여 한 학교에 아이들 모두를 집어 넣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을적당히 분산시켜놓고 있는 지, 업자의 아이들과 같이 학교를 보내는 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잘 해주리라고 기대한다는 것 자체를 일정부분 포기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안 보고 모르는 것이 현명한지도 모르지요.

초딩 고학년 아이들이면 대개 눈치가 빤해서 이상한 쪽으로 갈 가능성도 있고, 한편 학교의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과 같은 과외활동이나 생일 초대와 같은 '사교'를 동경하고 좋아할 때 입니다. 사실 영어 연수에서 이런 것을 만족시키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아무리 '연수'라지만 교육이고 생활이란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요새 좀 찜찜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커서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오는군요.     

 

  • 사색자 ()

      *^^* 장거리 한번 뛰고 나서 차가 부드러워졌다는 것은 소요유님도 여유없이 사심을 내비치는거 같네요. 저도 그래요. 유럽에서 살면서 여행 한번 변변히 가보질 못해서 집사람에게 미안한 맘이고... 지금은 여유가 남아도는데 경제적 문제때문에 못가고... 이래저래 안가는 핑계는 항상 나오더라고요. 저도 좋은 남편, 아빠가 되기에는 글렀나 봅니다. *^^*

  • 관전평 ()

      초딩 유학은 저도 극렬 반대하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살면 얼마나 산다고 10년 15년이면 다들 머리가 커서 부모들과 놀려고 하지도 않을텐데, 그 좋은 시절을 버리다니요.  전 요즘 제 딸애와 집에서 딩굴딩굴 노느라고 사이엔지에도 뜸했거든요. 

  • 구두운 ()

      저도 빨리 장가가서 딸이나 아들이랑 같이 집에서 뒹굴고 싶네요.흑흑...

  • 배성원 ()

      역시 장거리 여행엔 마누라 운전교육이 필수이겠죠? 아직 스틱을 못 몰아서 어디 간다하면 저만 파김치 됩니다. 마누라는 애들이랑 뒷자리 퍼질러서 자고요. 휴게소 들르면 쌩쌩해지죠. 얼마나 미운지....^^;

  • 준형 ()

      저도 여행 가고 싶네요.

  • 소요유 ()

      배성원님 댓글 보니깐 생각나는 것이  '담배 빈대의 에티켓'입니다. 담배를 빌려 피더라도 불은 꼭 갖고 댕기자, 뭐 이거죠. 전 '조수'의 기본 매너로 절대 잠 안자야하고, 운저자가 졸리지 않게 끊임없이 재롱"던다 입니다. 7시간 이상 차를 타면 조수가 더 피곤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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