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中 칭화대 외국인 수석입학 안지훈군의 유학일기

글쓴이
김덕양
등록일
2003-10-0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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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유학생 이야기입니다. 차별받지 않도록 군사훈련까지 시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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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삶의 채찍’이자 기회입니다
[속보, 기타] 2003년 09월 29일 (월) 13:41
 
 ◇中 칭화대 외국인 수석입학 안지훈군의 유학일기

IMF 외환위기에 떼밀려 낯선 땅 중국에 왔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시련을 기회로 바꿨다.


안지훈군(18). 올 9월 중국 최고 이공계 명문 칭화대에 외국학생 수석으로 입학한 한국인 학생이다. 학과는 컴퓨터공학과. 교수 등 대학 관계자들은 그를 ‘중국 천재’들과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유학생의 모델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개인 비밀평가서 ‘당안(●案)’은 그의 고교시절에 대해 ‘양떼를 이끄는 우두머리(帶頭羊)’라고 적고 있다. 이방인인 그가 왜 그토록 칭찬을 받고 있는가. 5년간 그가 눈물로 써내려간 유학일기를 들춰본다.


#IMF가 만든 조기유학생


1997년 겨울. IMF의 한파가 지훈이의 집을 덮쳤다. 아버지의 석재사업이 부도나고 만 것이다. 그를 끌어준 사람은 작은아버지 안영만씨(42·지린대 부교수). 지난날 생선 노점상을 하여 자신을 대학까지 졸업시킨 형님 부부의 은혜에 보답코자 나선 것이다. 중 2년생이던 지훈이는 98년 여름 경기 의정부의 집을 떠나 만주벌판에 도착했다. 쪼들리는 집안, 부모님과 동생을 뒤로 한 채였다.


지훈이의 험난한 유학생활이 시작됐다. 비좁은 아파트에서 작은아버지 부부, 사촌동생 둘과 함께 살았다. 6개월간 초등학교 중국어 교과서를 독파한 뒤, 중학교 2학년 2학기에 편입했다. 첫 월말고사에서 중국어 점수는 150점 만점에 9점.


“영하 30도의 추위도 싫고, 어려운 한자공부는 더 싫었죠. 뛰쳐나가 버리고 싶었어요”


그때마다 작은아버지 부부가 그를 다잡아 주었다. 매일 생활시간표를 상세히 적고 그대로 실천했다. 용돈기록장에는 한국 돈 1원 단위까지 적었다. 중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작은어머니는 지훈이의 학습상황을 날마다 점검했다.


#값진 결실들


2년간 노력 끝에 지훈이는 고교 합격증을 받았다. 그것도 한반도 몇배 크기인 동북3성(헤이룽장, 지린, 랴오닝성)에서 최고 명문인 동북사범대부속고의 역사상 첫 외국인 합격생이었다. 본래 지훈이는 커트라인 627점(650점 만점)에서 0.5점 모자라 불합격이었다. 하지만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지역 교육당국자들이 숙의 끝에 ‘외국학생 특별 가산점수’제도를 만들어 10점을 보태주었다.


지훈이는 고교에 진학해서도 면학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당안은 지훈이가 고교시절 내내 중국 학생들의 모범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외국인이면서도 군부대 입소훈련과 농촌 노동활동 등 학교 밖 활동에도 자진해서 앞장섰기 때문이다.


지훈이는 계속 일을 냈다. 고2 때는 베이징에 들렀다가 HSK(외국인 중국어 능력시험)를 치러, 최고 등급인 11급에 합격했다. 고3 때는 전국통일 가오카오(高考, 대입 수능시험) 모의고사에서 605점(750점 만점)을 받았다. 베이징 주민등록이 있는 중국 학생이 베이징대나 칭화대 인기학과에 너끈히 들어갈 수 있는 점수였다. 올 7월 치른 칭화대 외국학생 입시에서는 284점(300점 만점)으로 전체 응시자 400여명 중 수석을 차지했다.


“합격통보를 받고 가장 먼저 ‘어머니’를 불렀어요. 자식을 위해 식당에서 밤 10시부터 12시간씩 허드렛일을 하는 어머니를요”


이제 청년 안지훈은 또 다른 출발점에 섰다. 평소 꿈꿔온 인공지능분야의 세계적 전문가가 되기 위해.


-“어학은 늘지 않는다” 따로 시험공부 못하게-


◇지훈이 어떻게 공부했나


칭화대 외국학생 특별전형 수석합격이라는 결실이 있기까지는 지훈이의 작은아버지 안영만씨 부부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어떻게 보면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혹독하면서도 철저하게 조카를 교육시켰다.


안씨는 매주 세번씩 학교에 찾아가 교장·담임·과목별 선생님들로부터 지훈이의 학습상황을 들었다. 같은 방에서 책을 보면서 모범을 보였고 지훈이가 졸면 회초리를 들어 정신을 차리도록 했다.


또한 지훈이가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중국학생들과 똑같이 하도록 시켜 군사훈련까지 받도록 했다. HSK 시험공부는 따로 하지 않도록 했다. 따로 하면 ‘찍기 공부’가 돼 중국어 실력이 향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 실력으로 시험을 치러 최고등급인 11급을 따야 칭화대나 베이징대에 들어가도 중국학생들을 따라갈 수 있다며 작문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했다.


〈베이징/김인수기자 kis@kyunghyung.com
 

  • 준형 ()

      대단하군요.

  • 배성원 ()

      10점 가산이라... 중국 교육은 무너지지 않고 앞으로 한 50년은 갈거 같습니다. 학생을 '사람'으로 보는군요. '점수'로만 보는 나라가 바로 옆에 있는데 말입니다. 여기서 '교육당국'이 저렇게 했다가는 극성 부모들이 당장 데모 일으킬 겁니다.

  • 정문식 ()

      안군이나, 안군을 보살펴 주신 숙부모님이나 모두 대단하군여... 물론 중국 교육도 한국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병폐를 앓고 있지만 인재를 제대로 발굴, 육성, 대우해 주는 것만큼은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교육 기회의 평등을 신봉합니다만) 우리도 '될성싶은 나무'가 발견되면 그것을 뭉개거나 자기 자녀를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에 넣어 잡아 늘리는 데 쓸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키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여?

  • 김선영 ()

      중국의 저런 분위기는 아마도 옛날부터 있었던것 같습니다. 중국은 꼭 정권이 바뀔때나 개국시에는 저런 인재등용문이 아주 활발했죠. 다른 민족이라고 해서 거리끼는것도 없었고, 그들의 중화사상은 아주 흡수성이 강한 하나의 문화인듯 합니다. 아마도 이것이 교육에도 반영되어 학생이나 부모나 인재를 갈망하는 여러가지 여건을 만드는것 같습니다. 적어도 중국이 대국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군요. 씁쓸합니다. 작은 나라는 결국 소국인가 하는 자폐적인 냉소나 나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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