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막을 내린 논문 조작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7-03-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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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지난 2014년 1월말, 일본에서 30세의 젊은 여성 과학자가 ‘제3의 만능세포’라 불리는 ‘STAP(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 자극야기 다능성 획득) 세포’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녀의 연구는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에도 실렸으나 다른 생물학자들의 재현 실험 과정을 통해 논문조작 의혹이 제기되었고, 결국 부족함이 인정되어 논문은 철회되었다.
이러한 ‘일본판 황우석 사건’은 이후 논문 공동저자 중 한 사람이 자살을 하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는데, 이와 매우 유사한 사건이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발생한 적이 있었다.

< 일본판 황우석 사건 >
일본 이화학 연구소에서 연구 주임으로 근무하던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가 쥐의 실험을 통해 존재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자극야기 다능성 획득(STAP) 세포란,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이다. ‘만능세포’ 하면 배아의 발생 과정에서 추출하는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나, 역분화 기술로 체세포줄기세포를 분화 이전의 세포 단계로 되돌려서 2012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등을 떠올릴 수 있다.
STAP 세포는 기존 줄기세포들보다 훨씬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의 생물학 상식을 뛰어 넘은 것으로 평가되었으므로 수많은 생물학자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STAP 세포가 제대로 재현이 되지 않자 여러 학자들에 의해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화학연구소(RIKEN)에서도 조사위를 설치해 논문조작 여부를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조사위에서는 논문에 사용된 사진에 문제가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연구부정이 있었다고 결론짓고 논문을 자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오보카타 하루코는 ‘결코 논문조작을 한 적이 없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반박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눈물로 호소하고 조사위에 불복 신청을 내었다. 그러나 세포의 만능성에 관한 다른 논문에서도 새로운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자, 그녀는 결국 부족함을 인정하고 논문 철회에 동의했다.

‘황우석 사건’의 데자뷔를 떠올리게 하는 이 사건은 지난 2014년 상반기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 생물학계를 떠들썩하게 했으나, 사건의 여파는 논문 철회로 끝나지 않았다. ‘네이처’지가 STAP 관련 논문을 모두 철회한 후인 2014년 8월 초, 논문의 공동저자이자 오보카타 하루코의 논문 지도를 맡았던 사사이 요시키(笹井芳樹)가 자살을 하는 비극이 일어났던 것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연구센터 부소장이었던 그는 책상에 유서를 남겨놓고 연구동 계단 난간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되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화학연구소를 퇴직했던 오보카타 하루코는 와세대 대학에서 받았던 박사 학위마저 취소당했다.

< 두꺼비 표본을 조작한 캄메러 >
논문 조작 의혹을 받았던 과학자가 자살로 삶을 마감했던 사건은 지난 1926년에도 발생한 바 있는데, 파울 캄메러(Paul Kammerer; 1880-1926)가 그 장본인이다.
오늘날 생물학계에서 널리 인정되는 진화론은 다윈의 자연도태설이지만, 옛날에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 역시 만만치 않았다. 용불용설과 자연도태설의 가장 큰 차이는, ‘획득형질의 유전’ 여부인데, 현재는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므로 라마르크의 학설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자연도태설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으므로, 20세기 초반 무렵까지만 해도 라마르크의 이론대로 획득형질도 유전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생물학자들이 적지 않았다.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파울 캄메러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빈에서 태어난 그는 빈 대학을 졸업한 후 주로 양서류와 파충류를 연구했는데, 이 종류의 동물들을 사육하고 관찰하는 데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두 종류의 유럽산 불도마뱀을 표본으로 삼아 실험하여,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사육함으로써 그들의 형질을 다르게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즉, 얼룩 불도마뱀을 검은 흙에서 사육하면 노란 반점이 점점 없어져서 도마뱀의 몸이 거무칙칙하게 되고, 반대로 노란 흙에서 사육하면 노란 반점이 점점 커져서 도마뱀의  몸 색깔이 전체적으로 노랗게 된다는 것을 밝혔는데, 그는 이것을 라마르크의 이론에 유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가 더욱 강력하게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을 주장하게 된 것은 이른바 ‘두꺼비의 혼인혹’에 관한 실험인데, 이는 이후에 숱한 논란과 표본 조작 의혹을 낳게 되었다.
양서류, 즉 물뭍동물인 개구리는 대부분 물 속에서 교미를 하기 때문에, 교미할 시기가 되면 그에 적합하도록 개구리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즉, 암캐구리를 붙잡기 편리하도록 수캐구리의 앞발 끝에 검고 뿔 같은 모양의 융기가 생겨나게 되는데, 이를 ‘혼인혹’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개구리 종류 중에서도 두꺼비는 이와 다르다. 즉 물속이 아닌 땅 위에서 교미하는 두꺼비는 굳이 혼인혹 같은 것으로 암컷을 붙잡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교미할 때가 되어도 이런 것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캄메러는 작은 동물의 사육에 관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서, 두꺼비를 물 속에서 사육했고, 그렇게 하면 두꺼비에게도 혼인혹이 생겨날 것이라고 믿었다. 1919년, 그는 자신의 실험 결과 한 마리의 두꺼비 수컷에게도 혼인혹이 만들어졌다고 학계에 보고했다. 용불용설에 호의적인 생물학자들은 이것이 라마르크의 이론을 확증하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해, 세계 생물학계는 큰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특히 구소련의 생물학자들은 자신들의 ‘철학적 입장’에 근거하여 획득형질의 유전을 믿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연히 캄메러의 주장을 강력히 지지했다.
1926년 생물학자들은 별도의 위원회를 조직해, 캄메러가 사육했다는 수두꺼비 표본을 조사했는데, 몇 주간의 정밀한 조사 끝에 나온 결론은 캄메러의 실험 결과가 엉터리였을 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조작되었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개구리의 혼인혹은 가시 모양의 돌기가 있어야 하는데 캄메러가 지니고 있던 두꺼비는 그런 모양이 아니었고, 거무스름한 빛깔은 인위적으로 먹을 주입한 결과라는 것이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지 얼마 후인 1926년 9월23일, 캄메러는 오스트리아의 어느 산 속에서 머리에 권총을 쏘아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다. 캄메러가 공명심에 눈이 어두운 나머지 학자적 양심마저 내팽개친 채 스스로 두꺼비 표본을 조작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조작에 속았는지는 지금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By 최성우

이미지1 : 자신은 논문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는 오보카타 하루코  ⓒ Kimimasa Mayama
이미지2 : 네이처에 실린 STAP 세포 관련 실험 결과 ⓒ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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