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일본대학원 연구실에 2달씩 3번 출장 갓다 오니 느끼는게 많네요.

글쓴이
갈아만든공돌이주스
등록일
2015-06-07 17:01
조회
8,6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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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건
신상털리니 자세히는 못 쓰구요.
명문 사학 대학교 공과 대학원 다니는 중이고.

잠시 연구차 일본 도호쿠대학교에 왔습니다. 작년 포함해서 2달씩 3번 왔네요.
 현재 석사중이고 박사는 도호쿠에서 할려고 합니다.

확실히 일본 TOP10에 들어가는 구 제국대학이라 시설이 참 좋습니다. 캠퍼스에 조그만 공용 클린룸 1 + class 높은 클린룸을 갖춘 대형 건물 2채를 운영중이더군요.

계다가 여기 대학원이 연구실 답게 운영된다고 할까.

기업 프로젝트나 정부 프로젝트 하청받아서 개발, 연구하는 게 아닌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학부와 코스웍때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fab에 들어가서 만들고 논문 쓰는 그런 진짜 연구를 주로하더라구요.

학부생이 그럭 저럭 쓰는 애들은 JJAP에 투고하고 똑똑한 애들은 학부때부터 자기 스스로 교수님, 조교수님 들들들 볶아서 열심히 배우고 IEEE sensor and actuator 분야로 논문 투고하는거 보면 참 많이 부럽더군요.

교수님도 직접 방진복 입고 fab에 들어가서 소자 만들고 측정하고 그걸로 논문 쭉쭉쓰시고 꼭 일주일에 한번씩은 학생들과 1:1 면담을 해서 현제 진행 상황이나 어려운점이 있으면 상담도 해주고 하시더군요.

또 여기서 MEMS 박사 받으신 분이 포닥으로 스핀트로닉스 랩 가니까. 그쪽 교수님이 욕심이 많아서 스핀트로닉스와 MEMS를 합친 신소자 개발을 위해 고해상도 FIB, 고성능 RIE 등등 시가 몇억 짜리 장비 마구 사다가 클린룸에 신규 연구 환경을 구축하는걸 보고 놀랐습니다. 그 분이 "아 이렇게 까지 부담주시면 아니되는데" 라고 하더군요.

한국에서는 재단이 연구실에 돈을 쥐똥만큼도 안줘서 있는 클린룸도(MEMS나 다른 용도가 아닌 magnetic memory용입니다.) 관리가 안되서 먼지가 소복히 쌓이더군요. 계다가 클린룸으로 설계 한것도 아닌 일반 건물에 조립식 판넬이랑 에어 워셔 설치하고 억지로 억지로 클린룸을 만든거라 아주 열악합니다.

그리고 하이닉스에서 돈 받아서 새로 만든 300mm 웨이퍼를 사용할 수 있는 최신 기기를 갖춘 fab을 구축했지만 정작 대학교 연구실은 사용금지이고 회사 연구원과 오직 교수님만 출입 가능하더군요.

한국에 있을때는 연구실이 이건뭐 삼성, 하이닉스, 기타 정부기관 하청에 하청 연구소 처럼 일하고 맨날 ANSYS나 Cadence virtuoso, HSPICE로 시뮬레이션만 뺑뺑이 돌리는 시간 때우기식으로 보냈습니다.
프로그램도 1인 1 copy도 못줘서 가상머신으로 돌려막기 했고 ANSYS는 크랙판을 잠깐 썻죠.

제일 회의감이 많이 든건 교수님께서 박사 들어올 형이 있는데 프로젝트를 못따서 어쩔 수 없이 취업전선으로 보낼려고 하시더군요.
다행이 궁하면 통한다고 다른 프로젝트로 낑겨서 해결했지만.
또 연구실 운영할려고 연구자가 아닌 영업맨 처럼 회의 다니고 프로젝트 딴다고 서류속에 파뭍혀 있는걸 보면. 내가 중소기업, 스타트업 회사에 있는건지 공부하러 온건지 헷갈리더군요.
제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교수님도 이 현실에 정말 개탄하시더라구요.

여기 중국, 일본 박사형들이랑 이야기 해보면 서울, 포공, 카이스트는 잘 알고 논문 질이 아주 좋다고 극찬을 하더군요. 물론 제가 다니는 학교는 당연히 모르더군요.
이런걸 보면 연구시설 좋고 돈 걱정이 덜한 서울, 포공, 카이스트나 국책연구소 같은 곳에서 석박사 받는거 빼고는 나머지 대학에서 대학원가는건 솔직히 시간낭비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니면 아예 한국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공부나 연구를 하던가요.

좀 있으면 한국 들어가야 하는데 참 가기 싫네요.

  • 修盡 ()

      그런 점 때문에 오래전부터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생각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요지경세상 ()

      어느정도 선에서 공감하고 갑니다 .... ㅠㅠ

  • cocacola ()

      방사능 걱정은 안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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