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 더 많이 도전하세요

글쓴이
은하수
등록일
2015-06-26 18:35
조회
9,261회
추천
0건
댓글
6건
오늘 300억유로 정도를 굴리는 사모펀드랑 인터뷰를 했습니다.

엔지니어로서나 기업의 관리자로는 상당한 경험이 있지만
금융업 분야에서는 신참이다보니 바짝 얼어서 했지요.

이 펀드의 자산 규모가 워낙 엄청나고
사모펀드가 세계적으로 가지는 위상을
생각했을 때, 이곳의 인턴십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금융인으로서의 커리어 측면상 큰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이 펀드가 인프라쪽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고
한국에 진출하고자 하기때문에 인프라 엔지니어링과 금융을
둘 다 아는 사람을 찾게되면서 저에게 기회가 온 매우 특이한
사례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공대를 나와서 건설사에서
엔지니어로 다년간 일했고 지금은 금융쪽으로 석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매우 특이한 사례입니다.


최종적으로 합격했고, Term & Condition을 논의했는데....
저는 이 오퍼를 받아들일 수 없더군요.

우선 Full Time Job으로의 전환 가능성은 안되는건 아니나
장담할 수 없다는 불투명한 이야기....그리고 근무는
본사가 있는 유럽에서 해야 한다............
뭐 이런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제가 오퍼를 받아들이면
대학원 공부를 중단해야겠더군요.

제가 엔지니어출신이다보니 학생중에 나이가 아주 많습니다.
만약 저 오퍼를 받아들이면 결국 이공계 학위만 가지고
금융업 데뷔를 하는 셈이고, 낮선 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니
당장은 좋지만 Full-Time Position을 못잡으면 난처하겠더군요.

계약기간이 끝나서 갱신이 안되는 순간
애매한 경력을 가지고 귀국해야 하는데
이공계 학위에 금융경력 1년 인턴한걸로 마켓이 알아줄까 싶고

더 나이를 먹어버리면 대학원을 다니기도 난처하고....

설렁 Full Time을 얻더라도 유럽학위 하나 없고
한국에서 한 대학원 중퇴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테고....

현실적으로 그냥 한국에서 공부를 끝까지 하는 거 말고는
별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에는 다 때가 있나 봅니다.
기회가 왔는데, 좀 아주 늦게 와버렸네요.

하도 답답해서 Full-Time을 주거나
거기서 대학원 다니게 해주면 가겠다고 했지만
역시 이러한 요구는 Reject.

차라리 졸업을 앞두고 이런 찬스가 왔다면 ㅋㅋㅋㅋ
오늘 술한잔 해야겠습니다.

  • kinetics ()

      그런거 다 보고 들어오는 겁니다. 본인 최 중요한 거를 버리고 오느냐를 보는거죠. 그 시기가 지나면 본인 가치도 줄어드는 거구요.

  • 뚱마라치 ()

      공부에 때가 있는 이유는 나이가 들 수록 현실적인 부분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 보수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는게 가장 큰 요인인 듯 합니다. 물론 이런 현실을 과감히 깨고서 나이에 상관없이 도전하는 상당한 용기를 가진 분들도 있지만 그리 많은 비율은 아니지요.

    일단 대학원 전공과 관련된 금융 분야의 인턴쉽이라면 정직원 전환 여부를 떠나 해당 분야의 실무경력을 쌓으며 대학원에서 배운 이론들과 접목하는 좋은 기회로서 휴학후에 도전해 보시는 것도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기간이 1년까지는 너무 길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보기에 6개월 정도면 적당 할 것 같긴 합니다. 실제 유럽에 있는 기업체들의 인턴쉽 기간은 보통 6개월 정도가 일반적이기도 하고요.

    유럽 기업체들의 경우 인턴쉽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인턴쉽 과제와 연계해서 졸업논문도 함께 쓸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경우가 많고 이런 테크트리를 통해 정직원 전환까지 이루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 합니다. 그만큼 유럽에서의 인턴쉽이라는 것은 단순히 해당 분야의 실무경력을 쌓는 차원을 넘어서 실제 학업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이루어지는 성향이 강합니다.

    대학원 전공과 깊이 관련되는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체에서 인턴쉽을 하는 것은 본인의 연구방향에 있어서도 실무적으로 좋은 지표를 제시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대학원 졸업 후 해당 업계로 진출시에도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본인 스스로 큰 마음먹고 새롭게 도전한 분야인 만큼, 급할 수록 돌아가는게 실제론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도 고려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은하수 ()

      아 좀 설명이 빠진것 같습니다.
    해당 기업은 포기했지만 국내 자산운용쪽에서
    추후 졸업후채용을 전제로 하는 실무수습을 하고 있습니다.
    둘 사이에 저울질하다가 해외쪽 건을 포기한 겁니다.

    그래도 아쉽긴 아쉽네요.

  • 뚱마라치 ()

      은하수// 자세한 설명 고맙습니다. 저는 다른 차선책이 없는 줄 알았는데 국내에서 정직원 채용을 전제로 하는 좋은 기회를 선택하신 사정이시라면 아쉬움은 남긴 해도 제가 보기엔 합리적인 결정을 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시면서도 차분하게 계획을 실행하시는 만큼 앞으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

  • 은하수 ()

      뚱마라치님// 감사합니다.
    오늘에서야 완전히 마음을 정리했네요
    머리로는 이게 맞다 했지만 아쉬움이 계속 컷었는데
    일단 업계에서 뭔가 이룰 수 있게 노력하는 것
    그것만 생각해야겠습니다.

  • 삐카츄 ()

      혹시 mba를 거치셨는지요... 그정도 규모의 pef에서 파이널인터뷰까지 간거면 상당한 수준이 아니라 어마어마한데요...

    저도 다른분야에서 사모펀드를 생각하고있어서.. 가능하다면 이메일좀 가르쳐주실 수 있으신가 여쭙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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