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직장일기 - 해외 인력?

글쓴이
관전평
등록일
2002-10-06 13:5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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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건
밑에 글을 쓴 김에 한마디만 더하려고요. 

며칠전에 웃지못할 일이 있었죠.  제 사무실에 전화가 왔습니다.  젊은 아가씨가 예뿐 목소리로 "저... 여기 한국인데요.  헤드헌팅업체입니다." 이러더라구요. 그 순간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제 내가 유명한 "해외인력"이 되어 헤드헌팅회사에서 전화가 오게 되었구나...  그런데 그 착각은 이어진 그 아가씨의 질문공세에 곧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시는 일은 무슨 분야세요.  학위는 어디에서, 언제... 한국에는 언제 돌아오실 계획... 

하도 황당해서 제가 되물었죠.  아니,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시면서 어떻게 전화를 하셨죠?
그 아가씨의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어... 모모회사에 계시다는 얘기를 듣고...  교환을 통해서 전화번호를 알아냈고요...

전화를 끊고나서 요즘 한국에서는 해외에서 사람을 데려오는 게 유행인가보다라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얼마나 유행이면 이름 석자만 가지고 달려들까요.

저도 한국에 있을 때는 미국에서 오신 분들이 높은 자리에 오길래 대단한 사람들인 줄 알았습니다.  미국의 유명회사에 2-3년 있다오면 최소한 이사급 대우를 해주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미국서 일하면서 진실을 알게 된후 쓴 웃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사급으로 한국으로 가서 지금은 전무급으로 계시는 분이 제가 있는 팀에서 아주 조그만 분야를 담당하던 직원이었고 매니저도 아니었었다는 걸 알게되었죠.  바로 밑의 글에서 매니저가 아니면 프로젝트의 전모를 파악하기힘들다고 말씀드렸던 걸 기억하시는 분은 이제 사실이 어떻게 된 건 지 짐작하시겠죠.

해외 인력도 적절하게 쓸 줄 알아야 겠죠.  하지만, 삼성과 같은 경우는 어느 대주주의 명령에 의해 해외박사 머릿수를 채우느라고 난리가 났다고 하더군요.  익지도 않은 벼를 가져다가 짚단만 세워놓는 다고 배가 불러지는 것은 아닐겁니다. 

  • 임호랑 ()

      우리는 벼 낱알수만 세지, 쌀의 질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체면중시 사회입니다. 그러니 쭉정이든 뭐든 벼 모양만 하고 있으면 달겨들죠. 대신, 잘 익은 쌀이라도 토종쌀은 배고플 때나 먹으려고 구석에 쳐박아 놓죠. ^^

  • 쉼업 ()

      해외인력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은 저도 좀 오래되었습니다. 4,5년 해외 선진국에서 공부를 하고 오면 정말 세계적인 우수인력으로 탈바꿈되어서 돌아올 수가 있단 말인가.. 얼마나 공부를 효율적으로 시키길래 숨어있던 잠재력을 그리도 일깨워주는 것일까.. 아뭏든 더 생각 좀 해봐야 겠습니다. 감이 오긴 하지만..

  • 쉼업 ()

      이제와서 느끼는 것인데, 해외인력들.. 해외에서 공부를 끝낸 사람이든 기업체에서 경력을 쌓았던 인력이든 선진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더욱이 중요한 우수인력이 되기 위해서는 '일을 제대로 옳바르게'처리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뭐가 중요하고 뭐가 덜 중요한지, 그리고 그 중요한 것을 이루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것을 알았으면, 진정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이런 것들을 확실히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봄다.

  • 사색자 ()

      오늘 삼성에서 채용설명회를 하러 옵니다. 관전평님 말씀대로 해외인력 머릿수 채우기로 그 회사가 난리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제부터 슬슬 시작될 구직인터뷰의 경험습득겸 한번 가보기로 했네요. :) 참, 그리고 외국헤드헌터들도 실수를 하더군요. 제 분야를 설명해주고, 학회 논문도 보내줬는데, A를 원하는 회사에 B를 한 저를 소개시켜주는 우를 범하다니... 그 헤드헌터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던데... 쯥... 그런데, 장장 왕복 360마일이나 제 차로 드라이빙해서 인터뷰 보고 왔는데, 인터뷰한 회사에서는 저한테 원래 출장비 안주는건가요?

  • 백수 ()

      관전평님께서 정확하게 보신 것입니다. 매니저가 되는 것은 극히 드문경우이고, 엔지니어들은 매우 지엽적인 부분에만 종사하기 때문에, 외국회사에서의 경력을 인정해주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거꾸로 돌아가죠. 이미 구조조정을 오래거친 대한민국의 기업들 중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생산성을 내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게중에는 한국적인 경영모델을 발견하고 정착시켜가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도 외국회사 경력에 꼬리내리고 달려드는 것은 요즘 유행인가 봐요.

  • 백수 ()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바닥에는 문돌이들의 무식이 큰 원인입니다. 경영이라는 것을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배우려고 하지 않고, 순간순간 위기를 모면하고 기회를 포착하며 생존하는 것이 최대사명이라고 생각하는 넘들의 지나친 장난질이 만들어내는 코미디이죠. 엔지니어들이 생산성향상을 위해 고민하는 동안, 어떻게 인건비 깍아서, 일하는 척하려는 넘들이 있는 한, 이 상황이 호전되기를 바라긴 어렵습니다. 경영에도 전문분야, 예를 들면, 오퍼레이션, 회계, 투자, 인력관리 등등,들이 있고, 문돌이들이 스스로 전문분야를 찾아내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세상이 오지 않는 한, 이런 블랙 코미디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 이공계2 ()

      제가 줏어 듣기로는 주식의 50% 이상이 외국인 소유이기 때문에도 해외인력을 쓰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도 관전평님이 말씀하신 그런 경우가 많다고 들었었는데, 그런 분들이 우리나라에 돌아가셔서 매우 퍼포먼스가 좋았던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IBM Watson 출신이라면, "IBM 도 이렇게 하니까 그냥 내말 들어" 하지까 교통정리도 잘되고 밑에 직원들도 한 방향으로 가기가 쉬웠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런 분들이 전체그림를 꿴 경지에서 우리나라기업에 들어간 것은 아니라고 그 분야 사람들도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크게 보면 안타깝긴 하지만 어쨋던 지금까지는 잘 되온 것 같습니다.

  • 백수 ()

      글쎄요. 외국인 지분과 이 코미디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경영에 관심이 거의 없고, 특히 엔지니어들의 구성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그들의 관심은 현금흐름과 시장비교우위입니다. 그들은 투자한 기업이 영업이 계속되는 한, 임금 착취를 하든, 불법행위를 하든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 zecks ()

      외국회사요? 물론 척하니 합리적이고 좋아 보이죠..좋은거 맞는거 같습디다..하지만 엔지니어를 서포트하는 주변 여건들이 정말 잘 갖춰진 상황에서는 정말 그 시스템이 좋죠..거기에 견주어 그런 서포팅 시스템이 제대로 잘 갖춰지지도 않은 국내 대기업 R&D에 무턱대고 외국 회사 흉내내고, 외국 시스템 좀 보고 온 인간들 중요 보직에 올리고, 글쎄요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런지..

  • 이공계2 ()

      음.. 제 이야기는 예전에 특정회사의 해외인력 사용의 예가 어떻게 되었나를 기술한 것입니다.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이다란 뜻이 아니고 그 밑에서 계시던 국내박사분들 몇몇분들의 의견중에 생각난 것을 적어본 것입니다. 여하간 그 당시 미국회사에서의 경력은 참으로 말발이 먹혔고, 일을 일사천리로 밀고나가는데는 좋은 말발이 되었답니다. 저 자신도 예전에 이런 경력의 효율성이 궁금했었는데, 어쨌던 제가 듣게 된 이야기중에 하나였습니다.

  • 이공계2 ()

      물론 외국회사중에 우리나라 특정기업보다 기술력이 못하다고 생각되는 회사에서 커리어는 말발에 도움이 안되고, 그럴 경우 특정기업에서도 해외인력으로 관심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헤드헌터나 기업의 타깃이 되는 해외인력은 상당한 기술력의 유명회사에 근무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논의에 신참박사들은 물론 제외입니다.

  • 안기현 ()

      똑같은 논리의 합당한 의견도 그사람의 간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니깐요. 선진국, 과학분야의 노벨상 한첨 멀었슴다. -_-;

  • 김용국 ()

      요즘 제 주변에 관전평님의 경우와 같은 일을 당한(?)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접촉을 하고 차차 알아가려는 곳이 있는가 하면, 나를 통해 다른 사람을 소개받으려는 사람도 있고 참 다양하더군요. 우리나라가 정말 헌팅해야하는 것은 시스템입니다. 물론 시스템을 도입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겠지만요...그런데 그게 단순히 한두명만으로 가능한 것인지가 의문입니다. 상당히 외부인력에 대해 배타적인 국내 기업들의 생리상 힘든 현실이라고 봅니다.

  • 김용국 ()

      반면에 이공계2님이 말씀하신것처럼 유명 회사에서의 뛰어난 경력에 실력이 겸비되어 '나를 따르라' 하는 것이 적용이 되는 것을 꽤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것을 노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요. 그런 부분은 간부급 인력에 해당하겠지만서도요.

  • 제영신 ()

      관전평님의 말에 동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와 같이 한국과 미국 두 곳에서 일해보신 분은 알 것입니다. 미국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프로세스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구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인력의 수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한 개인에 의해 움직이는 시스템구조부터 바꾸어져야 할 것입니다. 물론 미국에서 일해본 사람들을 수입해서 높은 자리에 앉혀놓으면 어느정도 그런 시스템으로 조금씩 움직여질 수도 있겠지만, 시스템이란 것이 한두사람의 개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교육과 마인셑이 바뀌지 않고는 항상 제자리를 반복할 수 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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