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미국경제는 어디로...

글쓴이
호섭이
등록일
2003-01-16 10:2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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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살면서 요즘처럼 뭔가 잘못 돌아가는것처럼 느껴지는 건 첨이다. 정치도 정치고 전쟁도 전쟁이고...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경제가 가장 직접적인 관심사가 되는건데 이게 정말 엉망인것 같다.

부시는 무슨 큰 선물이나 되는듯이 경제 살리기 패키지랍시고 tax cut을 내놨는데 알고보면 빌 게이츠나 득이되는 이야기지 일반인들은 어쩌면 얼마 후 뒤통수 맞을 만한 내용이다.

미국은 클린턴 때의 재정 흑자는 오간데 없고, 작년에 GDP의 1.5%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tax cut으로 올해 재정적자는 작년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혹자는 이정도의 적자는 일본의 8% 독일의 3%에 비해 적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나, 이것은 무역적자를 간과한 수치이다. 작년 무역적자는 3400억불을 넘었고 총 외환수지 적자가 약 4200억인가 4400억인가에 이른다. 재정적자와 더불어 결과적으로 bond 발행이 늘었고 통화량은 증가하게되고 달러는 약세가 되는게 맞다.

문제는 달러가 약세가 되면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할때 비용이 증가하므로 당연히 다국적 기업들이 이것을 싫어하고, 월가는 월가대로 달러 약세에 의한 자산가치 하락을 예상한 외국인이 투자를 회수하게되므로 싫어한다. 결과적으로 부시 행정부에 의한 인위적인 달러강세가 계속되는것이고, 외국물자가 미국내에서 싸게 팔릴 수 있으므로 무역적자는 증가한다. 즉, 문제는 점점 악화되어가고 이것은 어느 시점에선가 큰 고통을 수반하면서 끝나게 된다.

부시는 이런 파국을 원치 않고 그래서 자꾸 금리를 내리면서 버텨보려고 하는데, 이 바람에 모기지인지 모가지인지 하는 것의 금리가 자꾸 떨어지니 사람들은 적은 월부금으로 집을 살 수 있게된다. 결과적으로 불황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자꾸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기존에 모기지를 론한 사람들도 보다 더 싼 이자로 자꾸 refinancing을 하는 방법으로 잉여금을 만들어 소비에 열중한다. 한편 집을 비싸게 판 사람, 혹은 자기 집 가치가 올라간걸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자꾸 달러를 써댄다. 심지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써댄다. 이게 바로 진짜 빚찬치에 다름 아닌데 어쨌거나 덕분에 미국의 소비는 줄지 않고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연방은행이 시중은행에 빌려주는 단기자금의 금리는 1.25%로서 더이상 내려갈 곳도 없고 더 내려봐야 연금생활자 소득만 감소해서 소비가 증가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이자 내려서 경기 부양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채권과 금리와의 관계를 보면, 채권은 액면가라는게 있고 만기까지의 예정 이자율을 고려해서 가격을 할인해서 발행하게 된다. 그러니까 100만불짜리를 10년 만기로 해서 50만불에 발행하는 그런 식이다. 그러면 10년 후에 100만불을 받게된다. 본드를 사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본드를 살 때 기대되는 이자율과 시중은행 이자율을 비교한 후, 이자가 비싼 쪽에 투자를 하게되므로 당연히 채권 수익률과 이자율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재정적자 무역적자 등으로 정부는 채권을 자꾸 발행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고 있으므로 당연히 채권 값은 떨어지는게 맞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이자가 상승해서 경기가 죽을 수도 있으므로 채권값을 높게 유지해보려는 노력을 정부가 하게 마련인데 이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채권을 남발하면 채권값은 떨어지고 시중의 이자율이 상승하게된다. 이와 동시에 통화량이 느는 효과가 발생하고 이렇게 되면 달러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원화가 상대적으로 평가절상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서 집을 사기 위해 같은 돈을 빌려도 매월 많은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경제 대폭락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부동산이 하락하면 우선 부동산을 담보로 돈 빌린 사람들이 파산할 경우 모기지 회사가 돈을 회수할 길이 없어진다. 왜냐면 10만불 가치라고 봤던 부동산이 8만불이 되면 1만불밖에 다운페이를 받아놓지 않은 모기지회사는 1만불을 손해볼 수 밖에 없다. 그러다가 금융사 몇 개 문 닫으면 경제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게 일본 경제위기의 시작이었다.

심리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지금 미국에서 길 가는 사람 10명을 붙잡고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될거 같냐고 물어보면 분명히 9명은 오를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바로 경제가 상투를 칠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불과 2-3년전 다우존스가 11700인가를 때릴 때 그것이 상투였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 90%의 사람들은 주식이 계속 오를 줄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홍콩이든 일본이든 어디든 그리고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뭐든 꼭지점에서는 이런 심리가 나타난다. 주변의 90%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나만 반대로 행동하면 돈버는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미국 사람들을 보면서 놀라운 것은 이사람들은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은 싹 지우고, 최근 10여년 간의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과 주식은 오르기만 하는 것이고, 특히 집값은 절대로 안떨어진다는 해괴한 사고를 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미국이 조만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진짜 이유다. 

마지막으로 맨 위에서 일반인은 tax cut으로 뒤통수 맞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일반인은 tax cut으로 1000불 내외 혹은 훨씬 적은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즉 자기 봉급의 1% 이내가 된다. 이사람이 연간 30000불을 물건 사는데 쓰는데, 그 중 절반이 외국산 물건이라고 치자. 그러면 15000불을 외국산 물건 사는데 쓰는셈이 된다. 이미 앞에서 이야기했던 이유로 해 tax cut이 달러 약세를 가져와서 환율이 5%가 오른다면 이미 내가 사는 15000불어치 외국물건은 15750불이 되어있다. 즉, 750불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물가가 오르니까 덩달아 다른 요금들도 조금씩 인상요인이 생기거나 혹은 인하요인이 줄어들므로 추가 비용이 생기게 된다. 결과적으로 1000불 세금 덜내고 그 이상을 더 쓰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반인들은 우선 당장 세금 덜낸다고 하니까 불평하는 사람하나 없는게 현실이다. 오로지 빌게이츠 같은 사람들만 천문학적 금액의 세금을 절감해서 은행에 쳐박아 두게 된다. 이렇게 불투명한 경기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돈을 재투자하겠는가?














  • 김덕양 ()

      옳소! 어떻게해든 2004년에는 부시를 쫓아내야할텐데, 어찌 될려나 모르겠습니다. 쯔쯔~

  • 소요유 ()

      상처입은 샘이 자신의 젖먹던 힘을 내보이고 이윽고 이건아닌데하고 느낄 때쯤이면 발이 수렁에 빠진 것을 알아챌 것 같습니다.  어쩌면 월남전 패전 이후 한판 별르는지도 모르죠.  그런데 이게 재미있는 것인데 미국과 그 이중대들 (영국, 호주, ...)은 일반국민들이 전쟁을 하자는 쪽에 많이 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느고 미국 너네들이 한판 시원하게 붙어봐 뭐 이런 느낌이더라고요. 우리나라도 그런 축에 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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