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과학영재/이렇게 키운다]독립심이 영재를 만든다-美 일리노이수학과학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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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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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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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kooki.com/culture/200301/h2003011310205316030.htm

규칙은 단 하나…"질문을 멈추지말라"

"일리노이주가 인류의 미래에 준 선물”(천문학자 칼 세이건) “미국 교육의 희망이자 흥분”(스미소니언연구소 앤 베이 교육부장) “교사 혼자만 모든 것을 다 아는 그런 교실은 없다.”(CNN 뉴스)

미국인들은 일리노이수학과학학교(IMSA)를 이렇게 말한다. 시카고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일리노이주 오로라시. 고속도로변 허허벌판에 덜렁 지어진 학교 모습만 봐선 이 같은 찬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 열린 학교 IMSA의 하루

IMSA를 방문한 지난해 11월19일 사자자리 유성우가 있었다. 이날 새벽 40~50명의 학생들은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교정에 모여 유성우를 관찰했다. 물리 교사와 학생들이 마음을 맞춰 ‘유성우 번개모임’을 가진 것이다.

몇 시간 뒤 수학 수업. 학생 너댓명이 칠판 앞에 서 있고, 책상에 걸터앉기도 한 교실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교사는 교실 뒤쪽에 앉아 연신 “왜 그럴까”라고 묻고 있었다. 교과서를 꺼내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칠판에 문제가 적혀있고 교사의 질문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짠 수학 커리큘럼은 기존의 커리큘럼을 대부분 배제한 대신 수학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추론하도록 했습니다.

중요한 건 학생들이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수학자의 사고방식, 과학자의 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겁니다.” 에릭 맥라렌 교장의 설명이다.

학교 분위기는 이렇듯 자유분방하다. 650명 전원이 기숙사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자기 시간표에 맞춰 등교하고, 교무실 휴게실 컴퓨터실 등 어디서든 내키는 대로 공부를 한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는 아인슈타인 말 이상의 규칙은 없다.

● 성적을 매기지 않는 학교

IMSA에 없는 것은 교과서만이 아니다. 학생들의 등수를 매긴 내신성적이 없다. 연구수업이나, 6학점을 초과해 수강하는 과목은 통과-낙제로만 평가한다.

필수과목은 점수를 매기지만 이를 종합한 등수는 없다. 맥라렌 교장은 “시험이라는 획일적 평가가 다양한 수업에서 학업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더러, 학생들간 경쟁보다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교 때부터 이 정책을 밀고 왔다”고 설명한다.

성적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학생들은 창의적 시도에 겁을 내지 않는다.

학생 수준을 보면 평가에 엄격하지 않은 이유가 명백해진다. 2002년 IMSA 학생들의 대입자격시험(SAT) 성적은 언어 664점, 수학 710점으로 일리노이의 대학 합격자 평균(각각 578점, 596점)보다 월등히 높다.

자연히 일반 고교 과정에 얽매일 필요 없이 과학연구의 실전을 맛보게 하는데 중점을 둔다. IMSA는 교육 임무를 ‘수학, 과학, 예술, 인문과학의 대내외적인 관련성을 즐겁게 발견하고 연마하는 윤리적 리더 양성’이라고 규정한다.

● 고등학생 과학자 키워야

리더 양성의 대표적 프로그램이 매주 수요일 학생 탐구(Sutdent Inquiry & Research)의 날. 이날은 수업이 없다.

외부 연구인 멘토십에 참여하는 80여명의 학생들은 페르미연구소, 일리노이공대 등으로 멘토(지도교사)를 찾아가고, 교내 연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교사를 만나거나 실험실로 향한다.

생명공학 수업에서 학생 탐구를 수행한 학생들은 파리와 효모에서 ‘룩스 유전자’를 분리하고, 효모의 형질전환 실험을 해 포스터를 만들어 발표했다.

고교 수준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과학계의 연구는 어디까지 왔는지 논문을 검색하거나, 실험이 환경에 끼칠 위해성은 없는지를 검토하는 것도 학생들이 직접 한다.

멘토십에 대해 스테파니 P 마샬 재단이사장은 “IMSA 학생들은 과학의 진보에 기여하기 위해 대학졸업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연구결과는 네이처, 신경과학연구, 바이올로지 오브 리프로덕션 등 학술지에 실렸다. 로욜라대학병원에는 ‘앤디 테크닉’이라는 세포감염 진단 프로그램이 있는데 멘토십 과정중 이를 개발한 앤드류 토러스라는 학생 이름을 딴 것이다.

루안 스미스 연구ㆍ입학 담당 디렉터는 “멘토가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봉급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 박사급 교사들 몰려

질 높은 교사는 이런 교육 실험의 중요한 축이다. IMSA의 교사는 공립학교로선 예외적으로 교사자격증이 불필요한 대신 석사학위가 필수다.

교사의 39%는 박사학위 소지자. IMSA는 전국에서 교사를 모집하는데 한 자리에 50~70명이 지원한다. 학위에 비하면 봉급이 약한 편인데도 “열정적인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고 실험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좀처럼 이직하지도 않는다.

교사를 뽑는 데에는 학생들도 참여한다. 인터뷰를 거친 후보들이 모의 수업을 갖고 학생과 상호작용을 평가받는데 학생들도 1~5점의 점수를 매긴다.

리처드 행크 인적자원 담당 디렉터는 “학생들은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고 말했다.

미국 중서부에선 아이비 리그를 따지는 성향이 약해 IMSA의 졸업생들이 소위 동부 명문대에 진학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맥라렌 교장은 “학생들은 자기에게 가장 맞는 대학을 찾아간다. 다만 어디를 가든 스스로 문제를 돌파할 줄 안다”고 말한다.

김희원기자
  • 음... ()

      맨 마지막에 있는 "어디를 가든 스스로 문제를 돌파할 줄 안다" 이 말은 진짜 가슴에 와닿는 말인거 같습니다.

  • 회전목마 ()

      외국에서 생각하는 영재, 천재:  같은 시작점에서 뛰게 하면 유달리 혼자 치고 나가는 아이, 그 잠재력이 무지막지해서 입이 벌어지는 아이들.  우리나라 영재, 천재:  (물론 그중에 정말 천재도 어느정도 있을것은 분명하지만) 어린시절부터 엄마의 협박에 의해 무지막지한 량의 쓸데없는 지식을 머리에 넣은 아이들!  또래 아이들이 당연히 모를테니 남들은 정말 영재인줄 아는 아이들.  정말이지 우리나라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많은 나라인것 같단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영재들이 그 재능을 못살리고 어딘가에서 평범히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의 영재들에 대해서 다시금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 회전목마 ()

      우리나라의 영재라...... 저같은 일반인은 잘 모르겠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빛을 발하는 재능에 의해 영재라 불리우기 보다는, 영재라 키워지기 때문에 그리 불려지는게 아닌가 합니다.  언젠가 Y 대 송XX 라는 심리학 교수님이 그러더군요.  "애기때 부터 영어시키면 왜 영어를 잘하는지 아냐?  그나이때부터 시작하면 영어 뿐만 아니라 어느것을 하던지 순식간에 받아들인다."  그리고 한가지 더!  그동안의 우리 교육제도!  도대체 그렇게 모두 똑같은 잣대를 가진 교육으로 무한한 다양성을 가진 천재들을 어떻게 골라내겠다는 걸까요?  조금 이상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바보 취급을 받곤하죠, 애들한테나 선생님 한테나......

  • 달려라토끼 ()

      단순히 그 분야의 지식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학문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꼈던 사람이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눈여겨 볼 만한 일인듯 합니다. 그 학문의 아름다움과 진리에 다가가는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다면 교육의 질이 높아지겠지요. 석박사 이상의 고학력 교사가 가르치는 학교란 정말 좋은 시도인듯 합니다. 그런 교육을 받았으면 좀 더 일찍 학문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그걸 이십대가 되서야 알게 되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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