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펀더멘털 - 정우성

글쓴이
sysop2
등록일
2004-06-13 09:26
조회
5,1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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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정우성 (2004/05/17, Hit : 872, Vote : 39) 
 
 
제목  경제의 펀더멘털
 
 

이번 주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은 2주째 ‘블랙 먼데이’를 연출했다. 소위 삼재(三災)라 할 수 있는 유가 급등,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중국의 긴축정책의 폭탄에 세계 증시가 불안한 가운데 우리 주식시장도 폭풍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얼마 전만 해도 주식시장은 종합주가지수 1,000시대의 재개막을 노렸고,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점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광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97년의 외환위기를 겪은 국민들은 작은 경제 적신호에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최근의 상황은 그렇지 않아도 살얼음판의 경제를 걱정하는 우리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특히 그동안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주던 수출 시장이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긴축정책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 노사 문제를 비롯한 내부 갈등 요소도 앞길이 밝지만은 않다.

이런 경제 위기의 원인은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투기 열풍, 과다한 비정규직 문제, 기업경영의 불투명성에서부터 주식시장의 기초체력 부실,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등. 각자 제각각의 원인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신용카드 등 금융 부실과 신용불량자 문제도 해결해야 하며, 청년 실업 문제도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이렇듯 우리 경제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매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97년 외화위기 직전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기초경제여건)은 튼튼하기 때문에 걱정 없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지금도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경제의 기초를 무엇이라고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중요한 펀더멘털 하나가 빠진 채 위기 탈출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바로 과학기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1,600억 달러가 넘는다. 경상수지도 흑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니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환보유고가 지금의 수십배가 된다 한들 진정한 펀더멘털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외환보유고는 홍수에 무너진 둑을 응급복구하기 위해 비축해둔 모래주머니에 지나지 않는다. 외환위기 직후 우리 경제는 잠시 고공 흑자 행진을 펼쳤다. 그러나 그것이 경제 회복이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세계 일류기업이라고 손꼽히는 삼성전자의 위상은 대단하다. 그러나 아직 미국, 일본의 유수 전자 산업체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부분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원천기술이다. 이런 원천기술이야말로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튼튼하게 쌓는 법을 연구하는 것이며, 기상 예측 능력을 배양하여 미리 홍수에 대비할 수 있게 만드는 비책이다. 비단 원천기술 뿐 아니라 생산․공정 기술을 비롯한 전반적인 과학기술 능력 향상이야말로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닐까 한다.

물론 과학기술이 경제의 모든 주춧돌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금융 시스템을 확립하고 다양한 방면의 인재를 양성하여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등, 모든 톱니바퀴가 잘 돌아가는 것이 진정한 펀더멘털일 것이다. 다만 이런 펀더멘털 중에서 인재 양성과 더불어 긴 안목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며, 보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것이 과학기술이지 않을까 한다.

지난 외환위기 당시 각 기업체들은 연구개발인력을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렇게 거리로 쏟아져 나온 과학기술인을 보며 서서히 이공계 기피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직도 이공계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당장 1,600억 달러로 외환위기를 막고, 자본을 유치하여 경기를 부양한다 해도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면 건강한 펀더멘털은 없다. 단지 튼튼해 보이고 일류인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을 불러올 뿐이다.



 
 

 
 
소요유 (2004-05-18 08:55:27) 
 
동감입니다.

'장사꾼' 마인드에서 '기술자' 마인드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술자 마인드 없이 장사꾼 마인드 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하원 (2004-05-18 10:45:35) 
 
또하나는 과학기술력이 국가 브랜드가 된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일본이 그 후진적인 금융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를 겪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cantab (2004-05-18 12:53:25) 
 
펀더멘탈이라 하는 것은 자기가 살고있는 집값처럼 숫자의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쉽상이죠. 진짜 펀더멘탈은 외부환경이 아무리 적대적으로 바뀌더라도 우리를 살아남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야 하지 않을까요? 아주 좋은 글입니다. 언론기고에 백만스물네표. 
 
 
 
김창구 (2004-05-18 13:29:07) 
 
눈앞에 이익만 쫓지말고 장기적인 설계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특히 자연과학과 첨단기술의 동시에 발전시키는... 
 
 
 
김준모 (2004-05-27 02:29:46) 
 
저도 동감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원천 기술이니 선행 연구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기술은 외국에서 사오고, 개발 인력을 헐값에 쥐어 짜서 흑자 행진을 유지하고 있는데... 
 
 
 
김준모 (2004-05-27 02:33:43) 
 
게다가 한국 기업들은 현재 이공계 위기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발 인력은 중국이나 인도에서 수입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그렇게 해서 지금의 흑자 행진을 조금 더 연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한국이 외국 연구원을 붙들어 둘 만큼 매력적인 나라도 아니고. 중국 인도의 경제 여건이 더 나아지면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텐데... 
 

2004년 5월 17일 회원 자유게시판에서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6&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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