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제공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 노숙자

글쓴이
sysop2
등록일
2004-06-13 09:3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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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노숙자 (2004/06/01, Hit : 334, Vote : 5) 
 
 
 
제목  일자리 제공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최근 사회의 움직임 중,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눈에 띤다. 일은 하늘의 축복으로서, 삶의 수단이 될 뿐 아니라 보람과 긍지를 가지게 하며,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등, 없어서는 안될 긴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동안 일자리 창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근년의 경기 침체와 실업을 감안해 볼 때, 지금보다 더 우선시되는 때도 드물었다고 판단된다.

요즘 도처에서 개최되고 있는 취업 박람회는 성황을 이룰 수 밖에 없는 성격을 갖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 과정에 있어서는 국소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역량으로 볼 때, 그나마 익숙하고 숙달된 장치로서, 이에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일자리 창출과 취업 알선 노력에 취업 박람회가 종지부를 찍는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근원적인 일자리 창출 체계가 어디선가 준비되고 있어야 하며, 가동되길 바란다.


(일자리는 저절로 만들어 지는가)

그렇지 않다. 하나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는 부탁으로 이루어 질 일이 아니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다.

임시직같은 일자리는 작은 노력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1년 이상의 정규직 자리는 상당한 수준의 타당성과 각오 없이는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일자리 이전에 일감이 중요하다)

만일 사업 책임자가 무사 안일주의에 빠지거나 이기주의에 사로 잡힌다면, 새로운 일자리는 만들어 지지 않는다. 지금과 같이 사람이 흘러 넘치는 경제 환경에서, 아래 사람이나 협력업체를 채찍질하거나 적당히 회유하기만 해도, 사업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데, 새로운 보직을 신설할 이유가 없다.

일감이 없는데 일자리를 만든다면, 이는 비리에 해당된다. 일감 마련을 위한 노력없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일의 선후가 뒤바뀐 생각이며, 경제를 모르는 철부지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직무 간소화와 자동화가 체질화된 지금, 새로운 일감은 외부로부터 가져오는 것이 마땅하며, 이는 도전과 모험정신을 필요로 한다. 즉,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미래에 대비하는 노력, 남다른 각오 모두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누가 앞에서 이끄는 사람인가)

당연히 기획과 영업 부문이다. 기획과 영업 부문은 기차의 기관차에 비유되곤 한다. 연구와 기술 부문은 그 방향을 따를 수 밖에 없으며, 그 것이 순리이다.

기획과 영업 부문은 일감을 만드는 역할, 연구와 기술 부문은 일감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만일 기획과 영업 부문이 무능하거나 나태해지면 기관차는 멈추게 되고, 조직은 즉시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객차를 떼어 내고 몸집을 줄임으로써 위기를 모면해 본 경험을 갖고 있다. 동료를 잘라내는 분위기 속에서 마음의 상처가 컸을 것이며, 부작용도 많았을 것이다.


(구조조정의 단점)

그러나 모든 방침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했던가? 구조조정의 장점 이면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데, 기획과 영업 부문의 방심을 야기하는 것이 그 것이다. 어느 순간 기업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하더라도, 뼈를 깎는 노력없이는 퇴보를 면할 수 없다.

구조조정의 단 맛을 보고 그 제도에 안주하는 경향이 보인다. 이는 참견할 일이 아닌 것 같지만, 누군가는 기관차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미 국제 사회에서는, 한국이 새색시처럼 조용하다는 냉정한 충고를 하고 있다.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없이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남들에게 알릴 수 있겠는가? 가격 비싼건 알지만, 장점이 무엇인지 알 지 못한다.

영어가 통하지 않고 물건이 팔리지 않거나,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거 같다. 남들이 저렴한 신제품을 가지고 시장을 마구 차지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점잔만 빼고 있는 것 같다.

구조조정이라는 해결책만 믿고, 긴장을 풀고 너무 오래 쉰 것은 아닐까?


(식구들만 닥달하는 가장)

과학 기술자들은 모든 걸 빼았겼다. 기술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기술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공계 대학을 갈 필요가 없다. 면허증이나 자격증은 장롱 깊숙한 곳에서 잠자고 있다. 구조조정의 일순위 대상이 기술자이며, 파견직이나 임시직 자리조차 하늘의 별이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없는 이공계는 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으며, 모든걸 외부 요인으로 생각하고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지도층 인사들은 "고용없는 성장"을 목표로 자신의 안위에만 골몰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들은 국민에게 먹거리와 일자리를 주기 위하여, 전략을 짜고 제도를 고치며 성과를 점검하기 보다는, 하루하루 말싸움만 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총리가 김씨이든 박씨이든 무슨 상관인가, 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지.

대기업이 "고용없는 성장"을 얘기할 때, 정치권은 입을 다물고 있다. 또한 기업을 리드하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국민을 굶기는 정부에게 출입국을 통제할 자격이 있는가.


(정부의 역할)

일자리 창출에 대해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무한한 권력의 힘을 알아야 하는 바,

1. 각종 인허가와 고용을 연계시켜야 한다.

고용을 유발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각종 인허가를 주지 말아야 한다. 로비스트만 데리고 인력은 다른 회사에서 파견받는 비지니스 모델과 자체 인력 양성에 힘 쓰는 기업을 차등 대우하여야 한다.

자격증 소지자와 비지니스 모델을 심사하고 이를 구분할 정도의 능력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자본금과 규모를 위주로 하는 평가는 이제 끝낼 때가 되었다.

2. 고용을 위한 대출제도를 신설하여야 한다.

인건비가 중대한 지출요소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시설과 장비 도입, 연구비에만 대출을 해 주던 관행을 끊어야 한다.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투자라는 점을 감안하여, 고용 자체만을 위한 대출의 물꼬를 터 주어야 한다.

고용이 곧 애국임을 정책에 반영하여, 직종별 고용 규모를 점수화하고 이에 따른 대출한도제를 운영하여야 한다. 특히 마케팅과 해외영업, 신규사업 기획 부문의 인력을 고용할 때, 그 파급 효과를 고려해서 높은 점수를 주어 장려하여야 한다.

3.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

새로운 프로젝트의 고용 유발 효과가 크기 때문에, 각종 금융과 세제, 시설 및 장비의 장기 임대를 지원하여야 한다. 이를 위한 신규 프로젝트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다수 육성하여야 하며, 프로젝트 성공 여부에 따른 경쟁 체제로 가야 한다.

4. 중소기업 수의계약 강제 시행

중소기업의 신규 프로젝트를 활성화 하기 위하여, 정부 계약의 절반을 중소기업에게 수의계약으로 발주하고 고용을 장려하여야 한다.

5. 부처별 고용 목표제 실시

정부 부처의 정책에 따른, 고용 실적을 계량화하고 이를 공무원의 처우에 반영하여야 한다. 탁상 공론식의 허송 세월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그들의 우수한 두뇌가 고용 업무에 활용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끝맺는 말)

지도층도 실업 탈출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고 보고있지만, 전시 행정에 그치는 부문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고용은 이공계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노사 문제에서 쉽게 원인을 찾고 대책을 포기하는 신문 기사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결국 이공계에게 책임의 반쯤 떠 넘기는 것인가?

큰 아들 대학 보내기 위하여 나머지 형제들이 굶고 있다. 부모가 같이 굶는다면 이해가 이루어 지겠지만,  몰래 사치를 하고 있다면, 가정은 깨지는 것이다.

정치인과 관료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문해 보기 바란다.








 
 

 
 
cantab (2004-06-02 11:27:09) 
 
오랬만에 보는 노숙자님의 글입니다. 그동안 어디 계셨나 궁금했습니다 ^^ 요즘같이 고용시장이 혼란한 시기에 일시적 대증요법보다는 문제의 근원에 접근하는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에 공감합니다. 맞습니다. 필요도 없는데 인력을 더 채용하라거나 국민의 세금써서 효용성이 의문시되는 임시직 일자리 몇개 늘리는 식의 고용확대정책은 예전의 새마을 취로사업이나 동사무소에서 구호미 나눠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노숙자 (2004-06-02 14:05:39) 
 
cantab님 안녕하세요.(^^) 국민이 Clearcut한 지도층을 바라는건 무리인가요? 저는 워낙 과학기술 Mind가 강해서 그런지, 미적거리고 눈치보며 허송세월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는군요 ~ 


2004년 6월 1일 회원 자유게시판에서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3&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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