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연료전지 시대는 오는가 (1) 자동차 - 1

글쓴이
박상욱
등록일
2003-07-0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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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전지차에 미래를 걸겠다.” 이 말은 연료전지 연구자나 학생이 한 말이 아니다. 일본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지난 방한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물론, 기자가 연료전지에 대해 물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 아니다.

연료전지차가 뭐길래 메이저 자동차회사들이 달려들어 양산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건가? 연료전지에 대한 기초적 소개는 생략하겠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 또, 각 회사가 어떤 차를 개발했고 기술수준이 어떻고 이런 이야기도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한다. 너무 비싼 정보라서...^^

연료전지차는 세계 유수의 메이커들이 양산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여러 대체에너지 자동차와 구별된다. 2차전지를 이용한 전기자동차도 양산, 시판된 적이 있고 일본에선 가솔린과 전지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카가 제법 팔리기도 하지만, 연료전지차처럼 세계적으로 경쟁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일본에선 고이즈미 총리가 연료전지 자동차를 시운전하는등, 국가적인 관심을 끌고 있지만, 아직 컨셉트카나 시험차가 아닌 일상 생활에서의 ‘진짜 연료전지 차’를 도로에서 본 적이 없기에 대중들로부터는 ‘너무나 먼 이야기’이다.

일단, 첫 기사에선 연료전지차가 각광받는 이유와, 그 한계점, 과연 실용화가 될지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연료전지차는 전기자동차나, 다른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는걸까? 막연히 80년대에 초등학생들 겁주듯 “석유가 곧 고갈된대!” 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그리고 그런 막연한 이유로 거대 자본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연료전지차는 근본적으로 모터로 구동하는 전기자동차이다. 다만 전원부분을 연료전지가 책임진다. 물론 2차전지도 예비 전원이나 peak 전력소모시를 대비해 연동된다. 연료전지가 2차전지와 크게 다른 점은 바로 ‘충전시간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주유소에 5분간 정차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8시간동안 충전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연료전지는 수소나 천연가스, 메탄올 등을 ‘리필’하면 되므로 차를 모는 사람 입장에선 보통 자동차와 별 다를 것이 없다.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들은 70년대 후반 오일쇼크를 겪으며 한때 미래의 자동차는 전기자동차라고 판단했다. GM은 EV-1이라는 전기 승용차를 양산 판매하기도 했다. 마라톤 중계방송에 가끔 등장하는 전기자동차는 납축전지를 차바닥에 1톤쯤 깔아놓은 밧데리 덩어리이다. 나트륨-황 전지나 니켈수소전지가 대안으로 제시되었으나 무게, 에너지밀도, 안전성, 환경문제, 메모리효과등 여러 난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장애인용 전동 휠체어등에 사용되는 전지는 니켈-카드뮴 전지이다. 리튬이온전지가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자동차에 적용하기엔 너무나 단가가 비싸다. 또, 고속 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전지라고 해서 40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을만한 전기에너지를 5분 이내에 충전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내연기관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사실 선진 메이커에서 내어 놓은 최신의 가솔린 엔진은 공해물질을 놀랄만큼 조금밖에 만들어내지 않는다. 연료 처리 기술도 발전하여 납과 황을 제거한 휘발유는 제법 청정한 연료이다. 캘리포니아의 가혹한 환경기준이 대체에너지 자동차의 개발을 부추긴다고들 말하지만, 사실상 대체에너지차를 개발하는 데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그러한 기준이 시범케이스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내연기관의 연료로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은 일반 대중의 생각보다 많다. 브라질에선 알코올을 사용하는 차가 꽤 많다. 독일에선 식물로부터 만들어낸 바이오디젤이 인기다. 우리나라에서도 귤껍질로부터 경유와 유사한 기름을 얻어서 엔진을 돌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80년대 공익광고에 자주 등장하던 말이 ‘석유는 30년 후면 고갈된다’ 였다. 20년 넘게 지난 지금, 10년 이내에 석유가 고갈된다는 예상은 없다. 탐사와 시추기술의 발달로, 많이 찾아내고, 예전보다 더 박박 긁어내기 때문이다. 아직은 경제성이 없어 뽑아 내지 않은 원유까지 친다면, 학자에 따라 다르지만 지구상의 원유는 앞으로 백년에서 2백년간 더 쓸 수 있다.

그러나, ‘쓸 수 있다’는 말이 전부는 아니다. 앞으로 20년 후쯤부터, 세계의 석유 생산량은 감소 추세로 돌아서게 된다. 그 말은 값이 비싸진다는 뜻이다. 완전 고갈은 아니지만, 승용차와 항공기를 값싸게 이용할 수 없고, 합성섬유 옷과 플라스틱 그릇이 싸구려라는 인식이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뜻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근미래 SF 졸작 영화 ‘미션 투 마스(Mission to Mars)’를 보면, 화성으로 떠나기 전 우주비행사들의 파티 장면이 나온다. 파티를 마치고 헤어지는 길에, 비행사중 한명이 가솔린 스포츠카를 탄다. ”연료전지차는 차 맛이 안나서말야.“ 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료전지차를 타고, 소수의 고소득층이 가솔린차의 펀치력과 배기음을 즐기기 위해 비싼 휘발유값을 감내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왔던 잘 빠진 빨간색 렉서스도 연료전지차라는 설정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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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에 걸쳐서, 연료전지에 관한 짧은 시리즈를 올리겠습니다. 어렵거나 전문적인 내용은 배제하고요. 과연 연료전지가 실용화될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미빛 전망기사는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순서는
(1) 자동차
(2) 모바일 기기
(3) 발전소, 자가발전기

순으로 하겠고요. 길어지면 나누고 뭐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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