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특 시작한지 이제 1년...

글쓴이
Neo
등록일
2003-07-30 00:1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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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건
안녕하세요 여기에 글을 처음 쓰게 됩니다.

학부3학년 마치고 병역특례로 현재 서울에 와 있습니다. 오고나서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고 마치 병역특례만 가면 모든게 다 해결될줄알았던(올해 TO가 많이 줄어서 가기 정말 힘들었거든요)것이 저의 환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그리 길게 걸리지 않았습니다.

서울에 와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돈의 위력이었습니다. 우리 동네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는 안마시술소, 룸살롱, 고급 내장 인테리어를 한 병원들. 그리고 회사에서 하는 일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대부분의 병특 TO는 중소기업에 있죠)깨닫게 되었고, 과연 내가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R&D Center에 있지만, 그외에 하는 부수적인 일들이 더 많습니다.)올해 초 부터 많이 흔들거려서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이길을 계속 가야 하나 하고 고민도 많이 했죠.

그래서 처음에는 gohackers같은 곳에서 유학을 알아보기도(병특 마치고 갈 생각으로)했고, 그래서 경력을 쌓을려고 논문을 써볼려고 했지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환경이고, 실험보고서만 써봤던 저로서는 절망감만 더욱 커 갔습니다. 위 상사들의 압박, 1+1=2라는 진리도 통하지 않고, 연구실력보단 눈치가 더 빨라야 하는 회사가 지금도 맘에 안듭니다.

그래서 최근에서야 '수능을 다시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의대는 한약 분업이 이루어 질시에는 큰 타격을 입을 것 같고, 치의대는 거의 전문대학원으로 돌아가서 문이 너무 좁다고 생각되고, 의대가 그나마 문이 넓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100일 정도 남은 시점에 수능 공부를 시작할려고 여러 준비를 하던 도중, 또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의대의 전망도 그렇게 밝지는 않다는 얘기가 들렸죠.(지금도 거의 포화상태인데, 병특마치고 수능 치면 최소한 10년뒤인데 그뒤에는 더욱더 포화될 거라는 의료계쪽의 얘기였습니다. 이것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더군요. 의료계측에서 밥그릇 지키기위해 지원하는 사람 수를 줄이려고 한 말이라는 것도 있고, 의약분업이 이루어지기 전 의사들이 주장했던 것을 지금도 주장하는 것이라고요)

솔직히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공학(EE)을 좋아해서 그쪽으로 나가면 좋겠지만, 3년 동안 수업을 들었지만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졸업반인 현재 어느 Lab, 분야로 가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점차 의학대학원 전환으로 인해 들어갈 수 있는 문은 줄어들고 있구요. 삼성 임원 평균 연봉이 30억을 넘는 다지만 그쪽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제가 그 지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 지 모르겠구요.

병특이라는 것을 통해, 사회생활 1년을 하면서 너무 상처를 많이 입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학교에서 계속 공부를 했더라면 몰랐을걸.(언젠가는 알 것이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이 너무나 좋다는 생각이 요즘 들고 있습니다.)현실을 직시하고 깨닫는 것이 이렇게 가슴이 쓰라린 고통을 주는 줄을 몰랐습니다. 고3수능 마치고 주위사람들 한의대가라, 의대 가라 할때도 혼자 기를 팍팍 써서 지금의 공대에 입학을 했으니까요. 꿈을 잃어버린채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기분입니다. 어디로 배의 방향을 돌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좀 정신성장 속도가 느립니다. 남들이 고딩때 뭐할지 정하면서 고민할때, 저는 이제 와서 그러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병특끝나면 뭐할지...복학, 재수(2007수능때 과연 몇개의 의대가 수능으로 학생뽑을지 모르겠네요) 2005 수능이라도 대비할까 하고 고민도 하구요(2004 수능은 시간이 너무 없어서 현실적으로 힘들것 같습니다.) 수능 공부 손땐지도 너무 오래되었고. 의대도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라고 들리는 얘기들. 주위에 고민하는 친구들.(졸업반이 되니 다 진로를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제 친구들 다 저와 비슷한 고민들을 하더군요) 의대 간 친구의 의대로 오라는 권유. 자존심. 모든 것들이 마구 얽혀서 제대로 보기가 힘듭니다.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 gobow ()

      저도 병특 반년 하고 그만두고 다시 수능봐서 의대로 간 케이스입니다. 사실 의대 가기 전엔 나름대로 환상을 갖고 있었는데- 들어가서 많이 깨진 면이 있습니다.

  • gobow ()

      들어가기 전엔 '전망이 없다' 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아도 의사라는 직업은 최소한 하한선은 분명히 유지해 주는 직업입니다. 전망은 없되 어느 정도 보장되는 하한선은 있다는 거지요. 그보다 제가 느낀 점은.. 의사 생활이 결코 만만히 볼 게 아니구나.. 라는 점입니다. 저도 병특하면서 프로그램 빡세게 짜고 갖가지 일 많이 했습니다.

  • gobow ()

      저는 이스텔에 들어가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두 달 정도.. 책임 연구원님들 정말 정말 고생하시더군요. 저 나이에 저 위치까지 올라가서도 저렇게 고생하는거 왜 하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병원에서 흉부외과 선생님들 일하시는 거 보고서 아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딱 들어군요.

  • gobow ()

      (들어군요->들더군요) 뭐.. 과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업무 로드가 장난이 아니더라는 점을 아시면 좋겠네요.

  • 이상 ()

      Neo님과 저는 무척이나 닮아있군요. sky공대중 하나를 왔는데요. 4학년인데 치대가 너무 끌립니다. gobow님처럼 공대->의대가신분이 많이 조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Neo ()

      병특 반년하고 그만두셨다면 군문제는 어떻게 하셨나요? 2004수능은 이미 물건너간 것 같고, 2005수능 준비할려고 하는데 병특 하면서 수능보기가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공부할 시간이 없으니까요. 추석때 의논을 많이 해봐야 할듯합니다.

  • 마당쇠 ()

      잠을 줄여도 4시간밖에 안나오나요?

  • Neo ()

      출근이 9시까지인데 교통시간이 한 30~35분 걸립니다. 그래서 7시에 일어나서 씻고 밥먹고 공부 한시간 정도 할 수 있구요.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밤 8시쯤인데 밥먹고 준비하면 8시 30분부터 약 4시간 30분 정도 공부할 수있을것 같네요. 최대 5시간 30분 정도밖에는...

  • Neo ()

      뭐 100일 여남은 시간에 장기적인 거 따지게 생겼냐고 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만 잠은 6시간은 자둬야 다음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 shineroot ()

      Neo님 그래도 전문연 보다는 나아요. 아직 나이도 어리지, 산기요원 끝나도 겨우 보통 군필자 수준의 나이이고요. 전문연을 한다해도 과학에 대한 확고함이 없다면 똑같은 고민(의대, 고시..등등)을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현실이 열악하더라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지 마시고, 꿈이 무엇인지 먼저 확실히 하고 당장은 어렵더라도 그 꿈만을 위해 한걸음한걸음 나아가십시요... That's all for all.

  • gobow ()

      군대는 안 간게 되는거지요. 병특 하다 취소하면 다시 못 갑니다. 이제 유급 안 먹도록(T_T) 열심히 공부하는 방법 뿐이지요. 인턴하기 전에 공보의로 가게 됩니다(나이 때문에 군의관으로는 갈 수 없어요).

  • gobow ()

      제일 좋은 건 병특 하면서 수능공부해서 의대 붙어 놓기만 하고 병특으로 병역의무 끝내는 것이겠네요. 저는 그럴 자신이 없어서 그냥 그만둬 버렸지만- 나중에 흐지부지될 위험도 있겠지만 의지만 있으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

  • gobow ()

      한 가지 궁금한 건, 병특중 다니던 학교를 자퇴했을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인데. 일단 이중등록은 안 되니까요. 이건 병무청에 알아보셔야 할 듯 하구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 Neo ()

      병무청에 알아봐야 겠군요. 음 일단 수능을 보긴 봐야겠는데 별 미련없이 이번 수능 봐야겠습니다. 휴~~인생이 이렇게 꼬이다니...답변주셔서 감사합니다.

  • Neo ()

      회사다니면서 11월 5일에 무슨 핑계를 대고 빠져야 할지도 의문이군요.-_-; 만약에 논술이라도 보는 학교(경희대 etc)라면 그것은 또 어떻게 빠져야 할지...ㅠㅠ 첩첩산중입니다.

  • 배성원 ()

      병특도 월차 나오지 않습니까? 유급전환해서 받을 생각마시고 팍팍 쓰세요. 과장한테가서 한번은 '집안에 일이 잇다고 하시고'. 한번은 '시골에 "묘사"-(선산에서 묘자리 돌면서 풀베고 제 지내는 우리 풍습)하러 가야한다' 그러세요. 적당히 섞어서... 뭘 그런걸 고민하십니까? 자기 월차 쓰겠다는데.. 회사에 엄청나게 급박한 상황이 없으면 다들 바쁜척 하는 거니까 그냥 뒤도 돌아보지 말고 휴가신청 하세요.

  • Neo ()

      월차는 없는데요-_-; 연차도 없습니다. 회사가 좀 이상합니다. 어떻게든 핑계를 대야겠죠. 휴~~~일이 마구 꼬이는군요. 답변감사합니다.

  • Neo ()

      그리고 자퇴하고 수능쳐서 다른대학가는 건 아무 문제 없다고 병무청에서 답메일이 날라왔습니다. 일단 이문제는 해결했군요

  • 배성원 ()

      어떤 회사길래 연월차가 없다는 건지? 노동법에 보장된 거 아닌가요? 내가 너무 편한 직장만 다녔나??? --; 없는것이 아니라 없는 것처럼 덮어두고 있는 거겠죠. '연초에 일괄적으로 연월차 수당을 지급하니 아예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라..' 이거 아닐까요? 어쨌든 회사 분위기가 그렇다니 직속상관한테 잘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 긍정이 ()

      배성원님, 저는 선거일날 오전에 선거하고 오고 출근하겠다는걸 월차에써 깐다고 하고 시말서 쓰고 투표하고 왔습니다. ^^;; 이딴 회사들 많아요...

  • 긍정이 ()

      울 회사 최우수 중소기업상도 받은 회사....

  • 겨울나그네 ()

      저와 같은 경우 군요... 저도 고민이 많습니다. 정상적으로 잘 굴러가는 회사라면 회사 다니면서 수능 공부 잘 하기는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 zecks ()

      회사 생활하면서 수능 공부라..글쎄요..전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아주 아주 very very힘들다고 봅니다..자기의 정말 정말 굳은 의지가 없다면요..3년짜리 특례,그나마 기간도 줄었죠? 다 마치던지 아니면 군대를 갔다오시던지, 어차피 군문제를 해결해야합니다..글고 의사들의 포화상태라..글쎄요..정부에서 정원 알아서 줄여주지 않습니까? 의학분업 속에는 정원 감축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걸 보통 사람들은 모르지요..그리고 전문 대학원 제도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졸업생을 늦게 배출하려는 결국 의대 수학 기간을 늘린꼴 밖에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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