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엄마와 대판 싸운후.. 대학진로 고민입니다..

글쓴이
tigger
등록일
2003-07-30 04:29
조회
4,8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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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건

>이런글 별로 좋지 않은거 알지만.. 여기 말고는 저에게 조언 해 줄 곳이 없네요..
>
>저는 지금 이과 2학년이고 성적은 상위권입니다.
>당연히 엄마는 의대를 보내고 싶어하시고 저는 죽어도 싫다 그러죠..
>특별히 과학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수학은 좋아하고요,
>학부를 수학과로 들어가서 공부를 하다가 관심있는 분야를 복수전공할 계획입니다.
>이건 둘째치고 전 죽어도 의대 가기 싫어요.. ㅡㅡ;;
>시체 해부하다 졸도해버릴지도 모르고.. 평생 하루에 100명씩 환자를 봐야 하는 것도 싫어요..
>어쨌거나..
>
>의대는 안 가겠다니까 이제는 방향이 돌려져서 그럼 서울대를 가라, 공대는 가지마라 입니다.
>서울대를 가라는 건 인맥 때문이고, 공대는 40대 후반이면 정년퇴직 당한다는 겁니다.
>근데 제가 아는게 없으니 뭐라 말을 할수가 없어요.
>
>그놈의 인맥이 도데체 어떤 성질의 것인지.. 이 한국이란 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는지..
>그리고 공대는 정말 빨리 퇴직되는지.. 안 퇴직당할라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 알고 싶어요.
>
>다시한번 이런글 올려서 죄송합니다....

다른 분들이 위의 글에 대해서 댓글을 단 것을 보니, 한편 씁쓸한 생각이 드는군요.  돈이 그렇게까지 중요한지...  너무 공자왈 하는 소린지 모르겠지만, 돈은 음식이나 공기처럼 없으면 안 되는 것이지만, 그게 어째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되는지...  전혀 이해가 안 되는군요.

사람은 자기가 좋아 하는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 것입니다.  어린 시절 살던 중소도시에서 가장 부자들이 병원집, 그리고 좀 드문 편이었지만 한의원집이었던 것이 새삼 기억이 나는군요.  한 30여년 전이니 치과병원은 아직 아니었던 것 같고...  의사, 판검사 등등이 다 각기 나름대로 중요하고 좋은 직업이지만, 이들이 어떻게 거의 우상처럼 될 수가 있는지가...

아참, 제가 요즘 같이 일하고 있는 연구원 중의 한 사람이 문득 생각이...  소위 일류대 의대를 나온 사람이고, 명함에는 M.D., Ph.D. (의학박사와 이학박사를 모두 가졌다는 뜻입니다.)라고 적혀 있더군요.  "어찌하다가 월수 천만원짜리를 버리고 삼백만원짜리를 택했는가"라고 물어봤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후회도 좀 하긴 했다더군요.  하지만, 자기가 좋아 하는 일을 택한 것이죠.  음, 약간 풀어서 적으면, 미국서는 일반회된 것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의대를 가서 임상의(즉, 환자 치료하는 의사)가 되는 대신에 기초의학 연구만을 하는 의사의 길이 가능은 하더군요.  동기들 중에서 몇 사람이나 그 길을 택했는지 물어봤더니, 자신을 포함해서 딱 두 사람이라는군요.

의사가 안정적인 고수입 직업이긴 하지만, 그냥 하나의 직업일 따름입니다.  직업의 >만족도는 수입과 적성 등등 여러 가지가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고요.  수학을 좋아한다라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면, 지금까지 경험에 굳이 의사를 하지 않더라도 여러 모로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경우라 말을 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의사처럼 의대 합격과 함께 평생이 좍 보장이 되는 류의 길은 아니지만, 힘겹게 좌충우돌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속에 또 인생의 의미가 있는 것이지 않을지...  크, 너무 문학적인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

지금 이런 이야기까지 꺼집어내기엔 좀 그렇지만, 현재 우리 나라는 이른바 박사 학위 등을 가진 고급 두뇌를 위한 자리에서 좀 문제가 있는 상황이죠.  게다가 높은 교육열과 급속한 경제발전 등으로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이 부류에 속하게 된 사람이 양산이 된 상황이고 말입니다.  당장은 매스컴과 인터넷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면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황이지만, 결국은 개선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현재보다는 훨씬 나은 방향으로 말입니다.  세월은 흐르고, 우리 사회가 계속 변해가고 또 발전을 >해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될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 모르겠지만, 수학을 좋아해서 열심히 하다보니 전문성도 갖춘 사람이 된 그런 부류의 사람이 가장 큰 빛을 발하게 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될 수 있을지도...

크, 또 너무 공자왈 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걸 어떻게든 개선을 해보려고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론 금방 효과가 나타날 수는 당연히 없을 터이고, 10년 뒤, 20년 뒤에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래야 우리의 아들 딸에게 더 좋은 사회를 물려줄 수도 있고 할 터이니 말입니다.  제발, 전국민이 의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 잘 하는 사람은 모두 의학이 적성에 맞는 것도 아닐 터인데, 논리적으로도 수학적으로도 성립이 되지 않는 이야기는 그만 하도록 합시다.

음, 계속 이상적인 소리를 하는 것 같지만, 예를 들어 공대를 가서 큰 회사를 키워내서, 회사 연구소에 진짜배기 박사와 수학자들을 60대의 정년퇴직 때까지 함께 할 수 있게 되는, 그런 류의 생각도 누군가는 하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군요.  어느 고시를 볼까 하는 생각이 아니라...

  • 배성원 ()

      많은 인생경험이 느껴지는 말씀이십니다. 한편으론 또한 말씀하신대로 공자왈 하신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군요. 요즘은 이공학박사를 하고도 월수 300의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우기, 들어가 보면 전문대나 고졸로 먼저 들어와서 소위 '경력발'로 자기보다 더한 보수를 받는 사람을 봐야 합니다. 보는 거야 무삼 일이겠습니까마는 그 차이가 좁혀지지 않게 되어 있는 제도를 간파하고나면 그동안 자신이 해온 공부와 노력, 꿈과 이상같은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엇을 위해서 공부했을까?' - '공부가 좋아서' 라는 답을 원하거나, 하는 사람은 제 생각엔.. 어떤 '노력'이라는 것에만 가치를 두고 그 '보상'은 도외시하는 이상스러운 시각을 가진 것이지요. 그것이 일개 기업이나 연구소의 문제가 아니라

  • 배성원 ()

      사회전체의 문제라고 해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을 게을리 하면 안되겠습니다. 인간의 평등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능력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가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돼지만 '차이'를 무시하자고 나서도 말이 안되는 겁니다. 제 생각엔 그런 사람을 '빨갱이'라 불러야 합니다. '능력'이라 하면 여러가지 스펙트럼이 있겠습니다. 비단 책보고 외우고 수학문제 푸는 능력만이 아니라 대인관계를 원만히 풀고, 남을 웃기거나, 사회제도의 맹점을 잘 파악하거나 하는 것도 능력이 될 수 있지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현대과학문명하에서는 이공학적 지식과 이해가 꽤나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 한국에서도요. 그런데도 그 분야에 '차이'가 인정될 정도로 잘 하는, 또는 잘 할 사람들을 보는 우리사회의 시각엔

  • 배성원 ()

      문제가 틀림없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지요. 그런 사회와 제도의 문제를 푸는것과 이공계를 진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떤 훌륭한 한 학생이 있는데... 그 '문제' 외면하고 그 '문제'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좋은 길로 간다고 해서 누가 돌을 던지겠습니까? 거기에 지고지순한 가치를 개입시키거나 뭐... 그런거 굳이 개입시킬 당위와 정당성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그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공계를 진학하느니 법대에 진학해서 사법시험을 패스하는 것이 더 가능성이 큽니다. 정치인을 하는거죠.^^.. 아님 행정고시를 패스하는 것이 가능성이 꽤 되겠죠. 저는 성실하고 훌륭한 어린 학생들이 그런 길로 더 가서 사회의 문제를 바로잡아 가치있는 일을 하는 사람을 제대로 대우해줄 자세가 된 사회를

  • 배성원 ()

      만들어 주기 바랍니다. 그 학생이 능력이 진정 있다면, 월수 300의 기회가 빤한 길보다는 그것이 더 가치있지 않을까요? 솔직히, 저도 아들이 하나 있는데..... 능력되도 이공계 안 보낼겁니다. 그래서 더더욱 양심상 남의 훌륭한 자식들 이공계 가자고 말 못합니다.

  • 쉬는중 ()

      MD+PhD 라고 해도 기초쪽이시라면 PhD와 별로 다를 바 없군요(사실 연구능력만 따지면 오히려 PhD가 더 경험도 많고 실력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 삼백만원은 받으시는군요. PhD는 평균 200정도 받읍니다.

  • song ()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월 삼백만원 받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댓글처럼 요즘 박사학위자가 월수 삼백이상인 사람들 있지요. 그런데, 연구소 같은데 경쟁률이 얼마인지 아시는지요?  떨어진 사람이 월수 삼백받는 사람의 열배가 넘지요. 나머지 분들은 어떻게 하냐고요? 월 100만원~200만원 정도의 계약직에 눈물을 머금고 지원하거나, 학위를 장롱에 모셔두고 다른 돈벌이 해야지요... 이게 현실입니다. 사기업에 들어간 연구원은 어떠냐구요? 40대중반이후 되면 극소수 빼고는 버티기(?)가 만만치 않지요. 우리나라 기업구조가 피라미드형 구조라서 대리이하 사원이 50%가 넘는 기업이 태반입니다. 창업도 기존의 선배 희망퇴직자들이 워낙 많은 업종에 산고초려를 다 겪어서 진입장벽이 과거 처럼 만만치 않을것 같습니다. .

  • song ()

      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공장 노동자보다 더 돈을 못버는 박사가 태반인게 오늘날의 현실이지요. 그뿐입니까? 젊은나이(40, 50)에 공장노동자들 보다 빨리 사회에 나오게 됩니다. 내팽겨쳐진다는 말이 딱입니다.  ( 단, 기존의 기득권을 가진 일부 괴수집단이나 기업의 이사급 박사는 제외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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