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 4년차. 앞으로의 고민..

글쓴이
써니
등록일
2003-06-2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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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병특 4년차로 대기업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는 특성상 특례와 특례해제된 인간(?)들이 약 70%정도된다.
 끼리끼리 동류의식을 가지고 모인지라 하는 말들이 다 똑같다.
 주로 이 게시판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나름대로 절라 열심히 살아왔는데 미래가 안 보인다."
 "명문대 또는 해외에서 석사 또는 박사까지 하고 왔는데 회사에서 받는 대접이 이게뭐냐?"
 "실수했다. 내 점수였으면 모모대 의대는 충분히 갈 수 있었는데"
 "동기 누구누구는 경영컨설턴트인데 연봉이 얼마래더라."
 등등...한 땐 나도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공돌이(?)들의 사회적 지위향상과 권익(=돈)보호에
 열변을 토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지금 이 사이트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공계위기론, 좀더 솔직히 말하면 밥그릇 보장론은
 21C 신경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한채 20C 대량생산에 기반된 산업사회의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에서 "우리 공돌이"들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자명한다.
 
 현재와 같은 "구매자의 천국시대" 에서는 생산자 또는 서비스 제공자는 무한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돈을 지불하는 사람(정말 중요한 의미인 것같다)"에 대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도태된다. 한마디로 남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돈을 조금 덜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시장에서 넘쳐난다면 나의 가치는 떨어지는 게 당연한 게 아닐까?
 
 솔직히 우리 공돌이들이 시장에서 과연 얼마나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얼마나 부가가치있는 일을 제공하고 있는가? 솔직히 나는 회사에서 받는 월급이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조직에서 내려온 업무명령에 얼마나 잘 복종하는지가 회사내의 자신의
 위치로 인정받을 수 밖에 없는 곳에서는 당연히 나의 가치의 결정은 회사가 주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럼 문제의 본질로 들어가보자. 지금 논의되는 이공계위기론은 단지 이공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모든 분야, 경쟁에 있는 곳엔 기존의 기득권에 대한 논쟁은 더 이상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사시한방이면 동네잔치를 벌였었고 의사 심지어 약사만 하더라도 5년만
 고생하면 빌딩올린다는 말들은 모두 옛말인 것이다. 공돌이들이 환상을 가지고 있는 일부
 분야에서도 "고생끝 행복시작"이라는 과거의 티켓을 거뭐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경쟁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만큼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게끔 앞으로의 사회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달랑 90년대 초반 공대 전자과가 의대 커트라인을 능가하던 시절의 장미빛이
 모두인 이공계의 경우 변호사나 의사보다는 상대적 박탈감은 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논의의 초점은 어떤 업계에서 철밥그릇을 유지하느냐가 아니라 개인이 계속해서 시장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 그러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들을 기울여야 하는가?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요즘은 명문대나와서 사시합격하더라도 다가 아니다. 의사가 된다고 전부는 아닌 것이다.
 의사가 되더라도 집에 돈이 많아 강남역에 빌딩 한 층을 다쓰면서 최고급인테리어로
 사람을 긁어모을 수 있는 병원을 개업할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지만(조금은 과장되지만) 소위 공돌이
 들이 부러워하는 시간적 여유많고 돈많이 버는, 외제차 모는 햔량 의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나머지
 자본은 없고 가진게 꼴랑 자기 머리뿐인 의사는 늦은 시간까지 피냄새 맡아가며 환자들과 시름해야
 하는 것이다. 밤새 납땜질 하는 우리랑 무슨 차이가 있는가?
 (거리를 툴러봐라 요즘 치과며 개업병원이 모든 빌딩에 다 있다. 마치 구멍가게 처럼.
 9시 심야 진료,휴일진료라는 간판을 걸고..)

 정말 슬프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자본없이 자신의 재능이 겨우 서비스의 전부인 대다수의 공돌이들은
 시장의 요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우리하는 일이 엄청 힘들고 기술이 필요하니 대접을 해달라"는
 식의 요구는 특혜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농사짓는 것도 엄청 힘들고 많은 노하우와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농사지으면 돈을 못번다.돈 못번다고 수많은 농부들이 전부 도시로 나왔다
 고 농업사회가 붕괴되었는가? 더 좋은 품질에 저가의 농산물이 수입되고 있지 않은가? 시장에는 예
 전에는 보지도 못했던 수많은 유기농과 외국산 과일이 넘쳐난다.쌀농사 힘들게 했는데 이게 뭐냐라
 는 소리는 어린애들 투정밖에 안되는 것이다.

 장담컨대 현재 우리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공학서비스는 21C에는 농업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쪽으로 자신의 분야를 선회하던지 현재 하는 분야에서
 틈새시장을 노리지 않은 한은 농사짓기 싫다고 투덜거리며 도시로 떠날 기회만 노리는 농촌의
 철부지 젏은이와 다를 게 없다. 이공계 기반이 붕괴될리는 없을 것이다. 시장이 알아서 동남아의
 똑똑하고 돈 조금줘도 일 열심히하는 젊은이를 불러들일 것이고 언젠가 우리는 자연스레 그런
 현상을 받아들일 것이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공학을 전공할 것이다(참고로 기계공학 전공이다.).
 공학을 전공하고 지금 이 업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식으로 나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인가가 고민이다. 젋었을때의 몇년 고생한 것으로
 평생 안분지족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의사나 변호사를 부러워하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 아닐까? 나이 30이 넘어서 의대나 갈 것 하는 사람은 30년의 자신의 인생에
 대한 리콜서비스 요청과 마찬가지다.(누가 수리해주나?)
 35세의 네이버 이해진사장이나 34세의 다음 이재웅사장을 보라.
 30대 초반에 사회적 명성과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길은 오히려 공돌이 밖엔 없다.
 남의 밥그룻을 보며 침이나 흘리지 말고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하자.

  • 공도리... ()

      어느정도는 정상적인 말도 있지만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너무 물들어 계신 느낌도 있네요. 경제학자들이 항상 실증적으로 경험했다시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믿고 과감히 경제정책을 추진함으로서 대공황으로 몇백만 몇천만의 인간들의 인생이 박살난것처럼. 경쟁을 통한 자연스런 공정한 시스템의 형성은 단순히 자기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속한 계급의 어떤 파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쟁과 공정을 가장 중요시하는 미국에서도 연방헌법재판소의 판사들이 소수민족들에 대한 가산점에 대해서 합헌판정을 내린것과 같은 사회현상을 자세히 보면 단순한 공돌이적 지식외에 전체 계급의 파워 향상을 위해서는 무언가가 더 필요한거죠. 개인의 노력은 당연히 중요합니다만. 소수민족(미국에서 히스패닉이 이제는 소수민족인지도 좀 의심스럽

  • 공도리... ()

      지만) 미국 헌법재판소의 진보적 판사와 보수적 판사 비율이 3:4던가 였어도 보수적 판사가 한표를 찬성쪽에 던졌기 때문에 합헌이 됐죠.(미국은 판사를 뽑을 때도 색깔을 분명히 해서 뽑습니다. 그래서, 누가 진보인지 보수인지가 드러나죠.) 진보인지 보수인지 어느편인지도 애매하게 항상 자기들 계급만을 위하고 이공계를 등쳐먹으려는 사람들이 널려있는 상황에서 개인적 노력만이 중요하다는 건 아닐거 같습니다. 물론 그런 의도로 말씀하신거겠지만. 이공계 인력구조의 붕괴가 없을거라는 님의 말씀은 과거 시장경제에 의해서 경쟁만 시키면 자연스럽게 경제 시스템이 돌아간다고 믿었던 경제학자들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가는 대공황이었고 피해는 없는 사람만 당하는 꼴이었으니. 자신이 유체역학이나 시뮬레이션에서 굉장한 경쟁력을

  • 공도리... ()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 산업자체가 경쟁력이 없을 때 어떨까요? 과감히 해외에 진출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고 좋아해야할지. 저는 문돌이들의 경쟁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사회의 시스템의 장단점과 그 동작원리를 이해하기 때문이죠. 공돌이는 물질적 시스템의 원리에 대해서는 아주 중요하다고 소리치면서 인간사회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무식이 자랑인것처럼 하는 꼴이니까요... 지금 한국사회인간 시스템의 stable point와 안정된 지역은 어디이고 작은 입력으로 가장 큰 출력을 가지는 즉, 가장 큰 gain을 가지는 계층은 어디인가 식으로 생각해보면 문돌이 시스템도 조금은 이해가 되지요... 잡설...

  • 2bgooroo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음밖에 안나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ground ()

      음 거기 연구원들 나이 분포를 알고 싶군요, 40세 이상의 연구원들이 몇인지... 특례+특례출신이 70%면 대부분 30대 이하일텐데 나이들면 어디로 사라지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 song ()

      님보다 더 못한 환경에서 님보다 더 뛰어난 선후배님들이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아시는지요? 비정규직과 다름없는 상황에 놓여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분들의 면전에서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요? 

  • 앙드레 ()

      누가 조선일보 사설을 올렸죠? 거의 확성기 수준이구만요. 이래진,이찬진이 엔지니어준 아십니까? 딱하십니다. 아님 순진하시던지. 그들은 돈에 대해서 도사들입니다요.

  • 000 ()

      써니님. 이동네는 무조건 이공계는 대우받아야 하고 힘들다는 소리를 해야지 아님 욕들어 먹습니다. 아직도 모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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