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만난 사회] ‘추측과 음모의 버라이어티쇼’ 황우석 사태 혼란은 언론 탓[06/03.03 한겨레신문]

글쓴이
scieng
등록일
2006-03-28 04:23
조회
5,268회
추천
0건
댓글
0건
[과학이 만난 사회] ‘추측과 음모의 버라이어티쇼’ 황우석 사태 혼란은 언론 탓

우리나라 과학 저널리즘의 문제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필자가 언급한 적이 있고, 또한 황우석 교수 사태와 관련해서 논의하기가 이제는 지겨운 감도 있지만, 한번만 더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겠다. 최근 한 과학기술단체의 설문조사에서도 황우석 교수 사태의 혼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곳은 ‘언론’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황교수의 논문조작이 밝혀지기 직전에 열린 과학기자들 모임은 기존의 과학보도가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말초적이고 선정적인 이슈에 급급해왔다고 반성하면서 과학보도 윤리선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후 논란의 과정에서 우리 언론이 보여준 행태는 전혀 나아진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사태의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도리어 혼란을 부채질하곤 하였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실관계와 전후 상황 등을 차분히 분석해보면 모순과 오류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던 황교수 팀의 엉터리 변명과 억지 주장들을 여과 없이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는가 하면, 황교수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일부 대중들이 ‘창작’한 온갖 음모론과 피해망상적 주장들을 사실적 근거가 있는 양 다루기도 하였다.

이 나라 언론의 한심한 작태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이른바 거대 언론이든 소수 언론이든, 보수든 진보든 거의 가리지 않고 되풀이되었는가 하면, 그동안 기존 언론의 행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일침으로 관심을 끌었던 어느 인터넷 언론마저 이번에는 방향을 못 잡고 헤매기 일쑤여서 독자들을 허탈하고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혼란상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우리 언론 전반의 과학 부문에 관한 관심 부족과 전문성의 결여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지상파 방송의 어느 과학기자는 기본적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지하고 ‘엽기적인’ 보도와 발언을 반복하여 많은 과학기술인들의 반발과 탄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서도 담당 기자의 전문성이 돋보인 몇몇 언론이 심층적인 취재기사와 차분한 분석으로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인 듯하다.

황교수 팀의 연구윤리 문제와 논문조작을 처음으로 파헤쳐서 한때 커다란 곤경에 처했던 방송 프로그램의 담당 피디는 최근 관련 세미나에서 이번 사태는 한국 언론의 모든 치부를 드러냈다고 주장하면서, “황우석 파문을 다룬 한국 언론의 보도에 사실은 없었다. 추측과 음모, 과장, 일방적 보도가 한 데 합쳐져 버라이어티쇼를 이루고 있었을 뿐이다.”라고 비판하였다. 앞으로도 이런 행태가 재현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 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목록


언론보도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187 [사이언스에세이] 뒷전에 밀린 과학기술정책 [2009. 3. 16 한국일보] scieng 03-25 6876 0
186 [사이언스에세이] 고려 청자와 이솝 우화 [2009. 2. 16 한국일보] scieng 03-25 6383 0
185 [사이언스에세이] 과학관, 자연사박물관, 그리고… [2009. 1. 12 한국일보] scieng 03-25 6467 0
184 'SCIENG 과학기자상` 박방주 기자 [2009. 1. 9 디지털타임즈] scieng 03-25 6492 0
183 [사이언스에세이] 난무하는 사이비 과학기술 [2008. 12. 15 한국일보] scieng 03-25 6510 0
182 [사이언스에세이] 과학기술인이 보는 금융위기 [2008. 11. 17 한국일보] scieng 03-25 6272 0
181 서울 지하철 환기구 풍력발전 추진…학계 “공학적 난센스” 반박 [2008. 11. 8 경향신문] scieng 03-25 9249 0
180 [사이언스에세이] 친구 따라 강남 가지 않기 [2008. 10. 20 한국일보] scieng 10-31 6748 0
179 [사이언스에세이] 나침반, 신기전(神機箭), 핵무기… [2008. 9. 22 한국일보] scieng 10-31 6329 0
178 [사이언스에세이] '천재 과학자'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 [2008. 8. 11 한국일보] scieng 10-31 6989 0
177 [사이언스에세이] 고유가 시대의 반복되는 해프닝 [2008. 7. 14 한국일보] scieng 10-31 6620 0
176 인력 없는 '겉만 과학관' 우려 [2008. 4. 4 문화일보] scieng 10-31 6792 0
175 [기고] 과학기술혁신 총괄 기구가 필요한 이유 [2008. 1. 24 한겨레신문] scieng 01-24 8149 0
174 새 정부 ‘과학기술정책’ 논란 확산 [2008. 1. 24 한겨레신문] scieng 01-24 8251 0
173 잇단 기술유출… 이직, 동작그만! [2007. 5. 29 문화일보] scieng 01-24 8606 0
172 [과학이만난사회] 수백조원대의 가치 있다? ‘부풀리기’식 과학기술보도 [06/05. 12 한겨레신문] scieng 07-14 9202 0
171 수백억 IT연구소= '한국인이란 굴욕감' [06/04. 21 조선일보] scieng 04-28 9535 0
170 우주인 배출사업 전시성 논란 [06/04. 05 내일신문] scieng 04-28 8301 0
169 [과학이만난사회] 남의 나라 우주선 타는 한국 우주인, 무슨 소용이람? [06/03. 31 한겨레신문] scieng 04-11 8335 0
168 '줄기조작' 분노끓은 과학계 이번엔 경징계에 화났다 [06/03.24 한국일보] scieng 03-28 8560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