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제대로 하려면 평가기관 독립돼야" [04.02.07/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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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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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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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외부 감시자 도입-내부고발자 보호 같이 가야

최근 제기된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 집행 비리 의혹을 계기로, 과학기술 연구개발 평가 관행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가 4일 저녁 주최한 '국가 과학기술연구개발 기획ㆍ평가의 문제점' 좌담회에서 김동광 시민과학센터 소장, 김환석 국민대 교수(사회학), 박경원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 연구원, 김태진, 김준 前한국산업기술평가원 연구원, 박상욱 한국과학기술인연합(scieng.net) 운영위원 등은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전 부처에서 연구개발 예산이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 정부-기업-대학이 거대한 패밀리를 형성해 비리 재생산
 
이날 좌담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경험으로부터 나온 연구개발 예산 집행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는 국가 연구개발 예산에 걸 맞는 평가와 운용이 안 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최근 산자부의 연구개발 예산 집행 비리 의혹을 제기한 뒤, 지난 연말 해고된 김태진 前연구원은 "산자부는 계속 우리가 지적한 문제점이 산자부 전체 6천여건의 과제 중에서 일부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은 속기록이 확보돼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2건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속기록도 없이 평가가 진행된 다른 수많은 과제가 얼마나 엉터리로 평가됐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과기부 산하 연구소에서 과학기술 정책 관련 일을 한 경험을 갖고 있는 김환석 교수는 "국가 연구개발 예산 집행의 경우에는 매우 전문적인 내용이라서 일반적인 감시로는 알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정부-기업-대학의 특정 인사들이 거대한 패밀리를 형성해 서로 감싸면서 비리를 재생산하는 구조가 특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패밀리 내에서 프로젝트도 선정하고, 예산도 집행하고, 결과도 평가하는 식의 현 상황에서는 국가 연구개발 평가 체계의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평가기관 이사회에 외부참여 보장해야-내보고발자 보호 시스템 만들어야
 
김환석 교수는 연구개발 평가 비리를 극복할 하나의 방안으로 평가기관 이사회에 시민단체와 과학기술노조 등이 공동으로 선정한 중립적 인사를 감시자로 참여하는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큰 연구개발 예산을 운용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경우, 1998년부터 환자, 환자 가족, 교육ㆍ언론ㆍ보건 전문가로 구성된 임기 3년의 '시민 자문단'을 만들어 시민들의 요구를 국가 연구개발 방향을 정하는데 참고하고 있다"면서 "시민단체와 과기노조 등이 추천한 인사가 평가기관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면, 연구개발 평가와 예산 집행이 더 투명하게 되고, 공익적 연구가 장려되는 등의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통부와 기관의 비리를 내부고발해 해직 된 뒤, 최근에 복직한 박경원 연구원은 다른 측면에서 대안을 내놓았다. "평가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평가기관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스스로 변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를 철저히 해서, 서로가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에서 공익제보를 담당하고 있는 최한수 간사도 "국가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같은 국민의 공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내보고발 보호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면서 "부패방지법의 시행령을 고치는 방법 등으로 보완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평가기관 독립이 가장 우선돼야
 
한편 좌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연구개발 평가와 예산 집행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안으로 "평가기관의 독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욱 운영위원은 "현재처럼 각 부처 밑에 평가기관이 종속돼 있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수 없다"면서 "평가기관이 부처로부터 독립돼 경영과 인사와 관한 자율성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공감을 표시했다. "현재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밑에 종속돼 있는 각 평가기관들을 통합시켜 총리실이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두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세 부처의 평가기관들이 대개 과학기술의 산업적 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더욱더 별개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좌담회의 사회를 맡은 김동광 시민과학센터 소장은 "앞에서 나온 방안들과 함께 산업ㆍ기술적 측면에만 모아져 있는 연구개발 평가에 사회ㆍ문화ㆍ윤리적 평가를 덧붙이는 것이 꼭 필요하다"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잘 운용하고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확보하는 데도 지혜를 모을 때"라고 지적했다.

강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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