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초안] 기상재해, 과학적 대책을 세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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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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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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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태풍 `루사'로 인해 산사태 및 침수피해로 사망·실종자가 80여명에 이르고 2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선 재해를 당한 유가족 및 이재민에 대한 위로와 지원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며, 재해 복구에 여야 정치권 및 공무원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번에 강릉지방의 경우 기상관측 이후 최대인 897.5㎜의 강우량을 기록했고 우리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이번 재해를 인재(人災)라고만 단정하기에는 무리이다. 하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홍수와 가뭄 피해 속에서도 행정적인 대책만 있고 과학적인 대책이 없는 현 상황은 21세기를 맞아 종식되어야 한다.

중앙재해대책본부라는 비상기구를 보면 기껏해야 통신망이나 구축해놓고 수동식으로 피해상황 집계나 하며 '안전에 만전을 기울이라'는 식의 틀에 박은 지시나 하는 일제식(日帝式) 행정기구라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다.

자연재해에 대한 대책 및 관리는 철저히 자연과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태풍이나 폭우같은 자연현상 앞에서는 더 이상 행정학이나 법의 권위가 통하질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이번 재해를 계기로 21세기식 과학적 대책마련을 한국과학기술인 연합은 강력히 주문하고자 한다.

먼저 기상청이 내놓는 애매한 태풍 진로 예측이나 확률식 강우량 예측에 대한 철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슈퍼컴 및 수십 년의 경험을 가졌다는 기상 공보관 만으로는 정확한 기상예보를 해낼 수 없다. 예컨대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항이 이번 기회에 정부 및 국회차원에서 점검되어야 한다.

1) 과연 기상청 및 관련 연구소에는 적절한 기술능력을 가진 연구원 및 기상과학자가 있는가?
2) 기상 레이다 및 무인 측후소는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고 성능은 충분한가?
3) 한반도 지형 및 기후에 맞는 기상 모델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고, 예보절차는 충분히 과학적인가?
4) 위성 기상정보 및 중국, 일본과의 기상정보 교류 및 협력은 무리없이 잘 되고 있는가? 

또한, 댐 방류와 강 하류지역 침수와 관련하여서는 건설교통부 및 환경부 등 정부 관련부처는 물론 수자원 공사나 홍수 경보 관리소,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이 종합 점검되어야 한다.

1) 강우량 및 강과 하천, 호수, 댐의 수위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국적으로 정확히 측정되고 있는가?
2) 강우량과 수위 관계를 정확히 예측해낼 수 있는 전국규모의 수위 예측 모델은 갖추어져 있는가? 
3) 지하수위 관측 및 주요하천 안전을 감지할 수 있는 자동화된 시스템이 있는가?
4) 댐 방류 시기와 양을 결정하는 절차는 충분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현재의 댐 위치와 규모가 적절한가?
5) 하천, 하수, 관제 시설 복구가 적절한 토목공학적인 기준에 의거 시행되고 있는가?

특히 산악지역이 67%에 달해 이번에 큰 피해가 발생했던 산사태와 관련하여서는 해당 정부 부처 및 정부산하 연구기관, 지방자치 단체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항이 점검되어야 한다.

1) 강우량에 따른 지반 약화 모델이 구비되어 있으며, 전국적인 산사태 발생 가능지역 분석이 사전에 이루어져 있는가?
2) 사전 예측한 것과 실제 발생 지역간의 오차는 어느 정도이고,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다음, 이번에 또다시 파손된 제주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 제주지역이 원래 태풍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과 월드컵 경기장은 이러한 재해를 충분히 감안하여 건설되었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점이 점검되어야 한다.

1) 월드컵 경기장 설계 태풍 기준치는 얼마이고 그 통계적 근거는 적절했는가?
2) 이번 태풍 및 장차 닥칠 태풍의 규모를 감안할 때 어떻게 재설계 및 보수가 이루어져야 하는가?

그 외에 강풍으로 전선이 끊어지고 전신주가 넘어지는 경우, 그리고 침수로 감전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 대한 다음과 같은 점검이 필요하다. 

1) 정전 대책보다는 안전 대책이 더 중요한데 전기 재해의 위험이 있는 경우 한전은 어떻게 감전을 예상하고 전기 공급을 차단하는가?
2) 가로수 감전 등을 예방하기 위한 점검활동 절차는 충분히 공학적인가?

마지막으로 위생문제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 및 보건소, 지방자치 단체를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이 충분히 점검되어야 한다.

1) 침수지역에 대한 수인성 질병 방제 시스템은 충분히 과학적이고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2) 질병 발생후 통계를 조사하는 방식이 아닌, 사전 예측을 위한 샘플 채집 활동 등을 하고 있는가?

일부 예만 나열했을 뿐이지만 어찌 위와 같은 과학적인 대책이 없이 모든 것을 천재지변이라고만 할 것인가? 그리고 피해를 당한 국민들은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자조하게 할 것인가?  또다시 수해위문금이나 걷고 민관군 협동 수해복구 명목으로 관의 책임을 무디게 하는 행정적 사후조치만 현란하게 해댈 것인가?

항상 그래왔지만, 이번에도 피해를 당한 사람들 대다수는 저지대에 살아 침수피해를 입거나 산동네에 살아 산사태를 겪은 서민들이다. 이제 더 이상 과학기술계가 서민들의 고통에 팔짱만 끼고 촛점도 없는 행정지시만 기다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이공인을 선두로 하여 정부, 정치권, 언론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적극 주문하는 바이다.

1) 먼저 이번 재해와 관련한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이공인들이 실질적인 대책마련에 앞장서라!
2) 다음, 재해대책본부 등 정부 부처에는 과학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유능한 전문가에게 실무 권한을 주라!
3) 마지막으로 정치권 및 언론은 불필요한 책임논란 및 희생양을 만드는 소모적 정쟁 대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서둘라!
 

  • sysop ()

      국가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을 수록 이공인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 세계대전 때 각국의 과학기술자들이 자신의 국가를 위해 가장 결정적인 공헌을 했고, 20세기 이후 과학기술자들의 국가적, 사회적 역할이 매우 커지고 있는 점은 이제 하나의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대세입니다. 이에 이번 수해를 지켜보고 총체적으로 우리나라는 현대 과학문명을 영위할 수준의 과학적 행정체계와 행정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시각을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논평 초안이 아직은 조금 부족합니다. 특히 기상학, 토목학, 수리학에 조예가 깊은 회원 여러분의 의견을 널리 구합니다.

  • 원유철 ()

      이번 루사로 인한 피해지역이 원래 태풍이나 홍수와는 비교적 거리가 먼지역이었다는 것에 관심을 촉구할 필요가 있읍니다. 예를들어 강릉지방은 눈피해이외엔 다른 자연재해가 없던 지역이었읍니다. 이처럼 앞으로는 환경및 기상변화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자연재해가 밀어닥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안전기준설정도 새로 update해야하며, 무엇보다 환경파괴가 우리생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널리 알려야합니다.  이번 태풍피해및 대규모 적조발생이 남해안 해수의 이상 고온현상과 맞물렸는지도 분석해봐야할 것입니다.

  • 원유철 ()

      또한 지구적 환경변화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지만, 아쉽게도 국가간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은 기대난망인 것같습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이해관계도 다르고, 기상변화가 반드시 악영향만 가져다 주지도 않는 나라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겨울에 얼음이 얼지않는 지역이 생기고 있읍니다. 이 말은 그지역에 새로운 형태의 아열대 농업이 가능해진다는 뜻이 되지요. 이처럼  기상이나 환경변화의 대세를 거스릴수 없다면, 능동적으로 그것을 이용할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보통상식 ()

      의견입니다. 제주경기장의 경우 제3자의 시각으로 볼 때 이공인의 설계 및 시공으로 건설되었는데 우리 사이트에서 그 건을 언급한다는 것은 주제의 본질을 헤깔리게 할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언론종사자에게 있어서 뉴스로서의 시각적 가치는 높으나 이번 재해에서는 인명피해 없는 단순한 구조물의 파손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규명은 되어야 하겠으며, 절대 자기식구 봐주자는 식은 아닙니다.

  • 보통상식 ()

      또한 전신주와 관련된 지적은 개개인의 안전측면, 복구지원용 동력의 공급이나 교통, 통신수단으로서의 전원공급면에서는 대단히 비중이 크나 전기재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비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지하상가의 침수보다는 적은 심리적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래서 그 항목을 국가나 관변단체(ex. Red Cross) 주도의 전 국민에 대한 안전교육등으로 유도함이 좋겠습니다. 물론 언론의 도움이 필요하겠지요.

  • 보통상식 ()

      어느 선진국은 연속극에서 못 박을때 두꺼운 작업용 가죽장갑에다 얼굴에는 face shield를 착용하고 한다는 군요. 주위의 사람들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구요. 아빠가 엔진오일 level 점검하고 아들이 바라보는게 자연스러운 광경. 주부가 뜨거운 냄비 옮길 때 두툼한 벙어리장갑 끼는 장면. 헬멧쓰고 무릎/팔꿈치보호대에 장갑끼고 자전거타는 아이. 로맨스 영화에서 손수건 사용하거나 나자바바라 하지 말고 남자가 타이어 너트 풀고 여자가 바퀴굴려 도와 주는 것을 자주 볼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많은 수가 first aid 방법을 알아야 하며 CPR과 RB가 가끔 대화의 주제로 나와야 합니다. 이러면 사회전체의 인식이 바뀌어 갈수도 있고 우리가 주장하는 문제의 일부 해결도 가능할 겁니다. (휴우~~~~~ 어느 천년에

  • 보통상식 ()

      즉 국민의 행복을 위해 재해에 대비한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안전과 이공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TV에 그런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나올때면 이공계기피는 사전의 고어항목에서 찾을수 있을겁니다. 이공인들에 대해 윤리적인 자질도 요구하는 국가도 있으니만치 우리도 약간 수준높게 전 국민의 행복을 위한 안전의식 향상을 요구하는 것이 어떨까요?

  • 임호랑 ()

      보통상식님의 댓글 마지막 두글의 안전에 대한 지적은 압권이군요. ^^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안전에 대해 무방비와 무지가 사고를 낳습니다. 현대문명속에서 살려면 과학기술이 생활과 생명보호, 안전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결국 성수대교 무너지고, 지하철 주저앉고, 여객기 추락하고, 삼풍백화점 무너지고 한게 다 이런 안전에 대한 국민적 과학문맹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건축비리가 어떻고 안전의식이 어떻고 하는 식의 문돌적(=과학문맹적) 사고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치유는 할 수가 없고 맨날 반복되는 재해와 사후 약방식 대처밖에는 안됩니다. 그러니 이공인들이 국가 운영을 해야 국가가 제대로 서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반 현대문명적인 변호사로는 안됩니다.

  • sysop ()

      회원 여러분들 의견 감사합니다. 공식 논평으로 업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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