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여러분 저를 도와주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글쓴이
panic
등록일
2002-09-12 15:35
조회
3,46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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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건
가끔 이 곳을 찾아 오면서 때론 화나고, 열받고, 웃음도 나오고, 그리고 한참동안 서글퍼지는 석사 졸업생입니다. 뭐 비슷한 경험들을 겪고 졸업을 했지요. 졸업후에도 순탄치 않은 길을 걷고 있지만요.
2,3 주전에 미국에 유학간 제 학부, 대학원 선배가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했습니다. 술 한잔 하면서 미국에서의 대학원 생활에 대해 많은 얘길 들었죠. 엊그제 대학원생들에게 폭력과 인신모욕을 일삼은 교수기사를 보고, 그 선배가 해준 얘기를 떠올리면서 또 한참을 서글퍼했드랬슴다.

나: 형 잘 지냈어요? 어떄요 미국, 좋아요?
선배: 뭐 공부하는데가 다 똑같지.
나: 아이, 뭡니까? 좀 얘기 좀 해줘요...
선배: 시설이나 실험기자재 등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한거 같더라.
다만, 가장 차이나는 건 역시 교수님들 같애
나: 뭐가 다른데요?
선배: 권위의식이 없더라. 여긴 교수랑 학생이랑 거의 주인 대 노예 관계잖아. 오만잡스런 일들,
교수 개인적인 일, 교수 강의 자료 만들기, 돈계산 등등. 하루 종일 교수 눈치봐야하고, 일과
끝난 시간에도 눈치봐가면서 퇴근해야하고(입에 거품을 물고 얘기하더만요), 선약이 있어 회식
자리에 빠질라치면 졸라 뭐라하지, 실험실 시간표는 하나밖에 없잖아, 교수시간표. 거기에 모든
대학원생들의 시간표도 맞춰가야만하잖아. 염병할...
나: 아, 자꾸 우울한 옛 생각 나게 하세요!!! 술 한잔 해요. 캬~~~
거기 교수들은 어떤데요.
선배: 권위의식이 없다했잖아. 학생들과의 관계를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자 미래의 같은 학문의 길을
걸어갈 동료라고 생각하는게 강한거같아. 개인생활에 대한 간섭은 전혀 없지, 뭐 이건 서양 사
고 방식 때문일 수도 있겠고, 그리고, 교수 자신이해야할 일을 학생에게 넘긴다, 이런 생각자체
가 학생이고 교수고 없어. 강의 준비는 물론 프로포잘 등 모든 업무를 자신이 직접하고, 일이
너무 많거나 하면 비서를 따로 두고. 내 지도교수는 교수 자신이 직접 실험도 해, 학생 들이 하는
실험과는 별도로 자기실험을 하더라고. 물론 나이 많은 교수들은 직접실험을 하진 않지만 아직 젊
고 tenure를 받지 못한 교수는 자신이 직접 실험하는 교수가 많아. 어느날엔 집에가서 저녁 먹고
다시 실험실로 갔는데, 학생들은 다 퇴근하고 교수 혼자 남아 실험하고 있더라.
나: 아니 그럼 교수가 학생들 한테 뭐라 안해요?
선배: 전혀. 학생도 하루 실험 계획 끝나면 그냥 자기 시간 가져. 교수일은 교수일이고 내 일은
내 일이다 이거지. 그리고, 학생의 실험 계획에 자신의 시간을 맞춰. 한 번은 교수가 자기집에
실험실 학생들을 초대하고자 메일을 보냈는데, 학생 몇 명이 실험계획 때문에 어렵겠다하니까
시간을 변경하는 메일을 다시 보냈는데, 다른 학생이 안된다고 연락을 했나봐. 결국 몇 번 시간 변경하다가 흐지부지 됐지 뭐.
나: 교수 절라 열 받았겠네. 담에 안 갈구던가요?
선배: 아니 전혀 없었어. 학생들이 실험을 하고 선약이 있는데 기분 나빠할 이유가 없다는 거지.
그리고, 학기 끝나갈즘에 교수랑 실험에 대해 discussion 하던 중에 교수가 지난 일년동안
자기 연구실에서 열심히 일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 그 얘기 듣고 어 이거 나가라는 소린가
하고 졸라 겁먹었는데, 아니더라 팀원 하나하나한테 모두 고맙다고 말하더라. 신기하지않냐?
교수가 대학원생한테 고맙다고 말하는게.
아! 그리고, 대학원생들의 날이 있더라구. 첨엔 무슨 날인가 했지. 근데 그 날 교수들이
대학원생들 모두 초대해서 파티를 열어줘, 그리고, 학과장이 대학원생들 앞에서 지난 한해동안
우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줘서 감사하고 여러분들이 아주 자랑스럽다고 연설을 하더라.
물론 참석여부는 자유의사이고..........
나: @.@;; (할 말을 잃었슴다.)

여러분들 중에 교수님들 한테 '자네 지난 한해 동안 수고 많았네, 열심히 일해줘서 고마워'라고
들어본적 있으신 분 있나요? 뭐, 자기 기분 더럽다고 육두문자에 주먹을 휘두르는 천하제일
무림고수들이 일개 원딩들한테 가당찮은 말이겠지만요...

  • sysop ()

      대학원관련 설문조사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주변 분들에게도 소개해주세요.) 초기화면에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소요유 ()

      그 선배 이야기가 이해가 됩니다.  여기 (외국) 공동연구자 겸 지도교수는 재작년에 회갑을 지냈습니다. 지난 두 주일동안 밤새우는 실험을 했는데 이번 주부터 앞으로 두 주일동안 그 양반이 밤새웁니다. 전 집에서 딩가딩가하구요. 제가 학위했으니 지도교수가 아니라 동료지요. 그런데 그런 환경속의 외국에서 학위하고 국내에 들어가 교수들이 왜 그 모양이죠 ?

  • 배너 ()

      내 미국보스는 밤 11시에 미팅하자더니 새벽 한시에 끝내더라...다음날 아침에 여덟시쯤 실험실 문앞에다가 포스트잇 붙여놓더구만...오면 연락해라...8:00.........견공 견공...

  • 맹성렬 ()

      영국의 제 지도교수 얘기 안할 수 없네요. 언젠가 학과장 되서 방을 옮기더라구요. 그런데 자기 물건 자기가 다 나르고, 비서도 그건 안도와주고...비서 할 일을 다로 있다나 뭐라나...지나가던 학생들 도와 줄 생각하지 않고 인사만 하더러고요. 야 빌 너 학과장 되서 큰방으로 옮겨 좋겠다. 수고해라. 한국에서 이랬다간?

  • 가치창조 ()

      흠...저도 처음 와서는 많이 놀랐습니다. 물론 미국교수들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한 80%정도는 전혀 권위적이지 않죠. 일단 학생들 태도가 우리나라 사람이 보기에 완전 '개판 5분전'입니다. 교수랑 미팅시간에도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막 야단치듯 교수에게 말하고, 전 학부생이 교수에게 고맙다며 어깨를 툭치는 것도 몇번 봤습니다. 교수화장실과 학생화장실도 다르지 않고...이건 다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한국에 돌아온 미국 박사출신 교수들이 또 권위적으로 바뀌는 것도 문화의 영향이겠죠. 정떨어지는 서구식 개인주의가 권위주의 타파에는 좋은 영향을 끼치는거라 생각됩니다. 교수나 학생이나 자기팔 자기가 흔들면서 자기 할일한다. 그런 정신이죠.

  • 가치창조 ()

      그래도 사람 많은 세미나 같은 거 할때, 빨리 온 학생은 앉아있고 늦게 온 교수는 자리 없어서 서서 있는거 보면, 좀 심하다...는 생각도 들데요.

  • 준형 ()

      전 학부생이 교수에게 고맙다며 어깨를 툭치는 것도 몇번 봤습니다. -> that's me, what is wrong w/ it?

  • 배성원 ()

      오옷~ 준형님 한국에 와서는 그러지 마세요. 불꺼진 방에 혹시 불려갈지도..(농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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