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90%를 위한 기술, ‘적정기술’을 아시나요?

글쓴이
남영우
등록일
2010-11-29 06:41
조회
5,7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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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좋은 흐름이라고 봅니다.

매체에서 비교적 많이 알려서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용어인 첨단기술과는 방향이 또 다른 개념입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하나의 도구의 개념으로 [적정기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래 인용하는 글 마지막에 나오는 예들이 그러한 방향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용글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경우는 농촌에서 일부 사람들이 시도하는 자연농법과 연계된 난방 또는 에너지 이용방법이 이런 기술에 해당이 됩니다. (예를 들어 장작을 연료로 쓰면서 열효율을 높인 개량형 보일러 같은 것)

또는 단독주택을 지을 때, 외부로 방출되는 열의 비율을 매우 적은 수준으로 줄여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열효율 주택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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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설계자는 그들의 시간 대부분을 구매력 있는 10% 미만의 소수 소비자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바로잡아야 한다.”
- 폴 폴락, ‘Out of Poverty’(2008)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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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학자 E.F.슈마허가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저개발국가를 위한 소규모 생산기술인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을 처음 언급했는데, 이것이 나중에 ‘적정기술’이란 개념으로 확대됐다.

적정기술은 한 마디로 ‘고액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에너지 사용이 적으며, 누구나 쉽게 배워 쓸 수 있고, 현지 원재료를 쓰며, 소규모 사람들이 모여 생산 가능한 기술’이다. 전문화와 대량생산으로 치닫는 자본주의 시장 흐름을 거부하고 소규모 현지 생산을 추구하는 대안기술이자, 대안 문화인 셈이다.

미국에선 1970년대 들어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본격화됐지만, 한국에선 아직 낯설다. 2008년께 들어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고, 연구자도 하나둘 늘었다. 홍성욱(46) 한밭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도 그 가운데 하나다. 적정기술을 국내에 알린 개척자 가운데 한 명이라 하겠다.

“2007년 5월이었던가요. 미국 뉴욕 쿠퍼휴잇박물관에서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을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어요. 그 때 발간된 책을 2007년말께 우연히 보고, 적정기술이란 걸 처음 알게 됐습니다. 당시 크리스천 과학기술인 포럼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적정기술 관련 경진대회를 포럼에서 진행해보자고 제안을 했죠. 헌데 국내에선 아직 적정기술 관련 개념도 잘 모르는 때였어요. 경진대회를 열기엔 이를 것 같아서 아카데미부터 시작하기로 했죠.”

그렇게 2008년 8월 한동대에서 ‘소외된 90%를 위한 공학설계 아카데미’를 열었다. 지난해 7월에는 2회 아카데미도 진행했다. 국내 대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모아보는 경진대회는 지난해와 올해 두 번 열었다. ‘소외된 90%를 위한 창의적 공학설계 경진대회’란 이름으로 열린 행사에선 18개팀이 참여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태국 고산지역 주민들을 위한 황토온수 난방 시스템이나 화덕, 반자동 모종기와 불소제거장치 등이 주목을 끌었다. 올해 3월에 열린 2회 대회엔 22개팀이 참여하는 등 관심도 넓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6월에는 아예 한밭대학교 안에 ‘적정기술연구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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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 교수는 “적정기술은 책상물림 학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현지를 직접 찾아보고 국제감각을 익히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물론 그보다 급한 건, 적정기술 개념 자체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저개발국가라곤 한 번도 안 들러봤던 홍 교수가 2008년 태국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가나, 필리핀, 몽골 등을 수시로 드나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도 관심 있는 곳이라면 시간과 장소를 마다않고 뛰어가 적정기술을 알리고 의견을 듣는다. “그래도 아직 청중의 절반 가까이는 ‘나와 관계 없는 기술’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며 홍 교수는 한숨을 쉬었다.

“적정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입니다. 그걸 이용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죠. 빈곤 퇴치냐, 삶의 질 개선이냐. 이는 해외 원조와도 연결됩니다.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아직 한국은 기술개발 수준에 머물러 있는 모양새에요. 그걸 극복하는 게 우선 숙제입니다.”

홍성욱 교수는 이번 달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한글 번역본 책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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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정기술 활용 주요 사례
■ Q드럼(Q Drum)
식수원이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 시골지역 주민들을 위해 고안됐다. 식수에 필요한 양의 물을 보다 쉽게 운반할 수 있는 물통이다. 물동이를 지는 대신, 줄로 굴릴 수 있는 원주형으로 설계됐다. 한 번에 75리터의 물을 운반할 수 있다. 케냐, 나미비아, 에티오피아, 르완다,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등에 보급됐다.

■ 라이프 스트로우(LifeStraw)
해마다 6천여명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죽어간다. 대개는 어린이다. 라이프 스트로우는 휴대할 수 있는 개인용 정수기다. 땅에 고인 더러운 물도 깨끗한 물로 걸러준다. 15마이크론 이상의 입자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필터를 내장했다.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 설사 같은 수인성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가나,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우간다 등에 보급돼 있다.

■ 팟인팟 쿨러(Pot-in-Pot Cooler)
아프리카 저개발 지역은 물과 전기가 부족하고 운송 수단도 열악한 탓에, 수확한 농산물을 보관하는 문제가 큰 걱정거리다. 팟인팟 쿨러는 아프리카식 냉장고다. 큰 도기와 작은 도기를 겹쳐 넣고, 그 사이에 모래와 물을 채워넣었다. 물이 증발하면서 작은 도기 속 열을 빼앗아 야채나 과일을 신선하게 보관하게 해준다. 상온에 보관하면 2~3일이면 상하던 토마토가 팟인팟 쿨러를 쓰면 21일 동안 보존된다. 카메룬, 차드,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등에 보급돼 있다.

■ 사탕수수 숯(Sugarcane Charcoal)
장작을 취사 연료로 주로 쓰는 아이티는 산림 황폐화가 심한 지역이다. 전체 산림의 90%가 이미 폐허 상태다. 취사시 나오는 실내 매연은 아이들 호흡기 질환의 주된 원인이다. 그 대안으로 개발된 게 사탕수수 숯이다. 사탕수수 주스를 뽑아내고 남은 찌꺼기(Bagasse)를 말린 뒤 화로에서 불완전 연소시킨다. 이렇게 만든 숯을 잘게 부숴 점성을 지닌 카사바 뿌리와 섞은 뒤 일정한 모양으로 찍어내면 나무 숯처럼 잘 타는 조개탄이 완성된다. 사탕수수가 아니라도 옥수수 속 같은 농업 부산물을 써도 된다. 아이티, 가나, 브라질 등에서 즐겨쓴다.

(자료 : 홍성욱 한밭대학교 적정기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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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훌륭한과학자가될래요 ()

      무인 비행체를 농촌에서 농약 살포용으로 활용하는 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농민들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고, 실제로 조작에 미숙한 농민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적이 있지요.. 첨단 기술을 기술과는 친하지 않은 곳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그렇기 떄문에 아직까지 그렇게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드럼은 본적이 있지만 적정기술이라는 단어는 처음 듣는데, 첨단 기술에만 관심을 갖고 있던 저로서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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