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과학기관 지방이전 신중하게 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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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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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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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관 지방이전 신중하게 검토하라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더불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268개 가운데 200여개를 지방에 분산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8월 말까지 이전 대상을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한다. 나라 모든 곳이 균형 있게 발전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 정책의 방법론에는 많은 찬반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 정책의 정당성이나 타당성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 관련 기관의 이전에 대해 생각해본다.
첫째 세계 어느 나라도 기존 연구시설을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량으로 지방에 분산한 유례가 없는 것 같다. 기존 연구시설은 설립 당시에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어 세워졌고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연구시설 이동은 행정 관청이나 회사 본부를 옮기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실험실을 바로 옆방으로 옮기는 것도 연구 흐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데, 하물며 연구소 자체를 옮긴다면 연구 자체는 물론 이에 뒤따라는 개인과 사회의 적응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한 손실이 생기게 된다. 예를 들어 4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녀 한국 과학기술의 발상지 격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키스트)을 옮긴다는 것은 한국 과학기술의 천도나 다름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키스트 같은 기관을 포함해 200여개 기관을 옮긴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중에서 과학기술 관련 기관까지 옮긴다는 것은 재고할 문제다.

미국의 경우, 동부·서부, 그리고 중부·남부에 다양한 국립연구소들이 모두 균형 발전에 맞게 설립됐다. 새로운 연구소가 필요할 때마다 순차적으로 균형 있게 장소를 택하는 것이다. 한국도 많은 연구소들이 대덕에 세워져 연구단지를 이루고 있다.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벌써 대구에 키스트와 비슷한 기관의 설립이 진행 중이다.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등 새로운 분야의 연구소가 많이 필요하다. 앞으로 이를 균형 있게 지방에 세운다면 적어도 과학기술의 지방 균형발전은 자연히 이뤄진다.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대형 과학프로젝트를 지방에서 추진하는 것도 균형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화에 필수적인 국제공항인 인천공항과 가까운 서울에는 과학기술연구소가 몇 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이 없는 서울을 만드는 것은 국가 균형발전이 아니다. 상당수의 우수 이공계 대학들이 서울에 있는데 이들과 교류·협력할 연구소는 반드시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미국의 수도 근교에도 국립보건원(NIH), 국립과학기술표준연구소(NIST) 등 굵직한 연구소들이 있다.

새로운 연구소를 계획하는 것과 현존 연구소들의 이전 문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심사숙고한 뒤에 모든 장단점을 고려해 신중히 이전을 결정해야 한다. 이번 결정도 그렇게 되리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방 이전에 따르는 우수인력의 연구소 이탈도 심각히 고려해야 하며 해당 기관과의 협의도 더욱 성실히 이뤄져야 한다. 얼마 전에 실시한 기관당 4분이라는 짧은 시간의 설명 기회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욱 고등과학원 교수

  • 이웅 ()

      연구소만 옯길 생각을 하지말고 진정 국토의 균형발전을 원한다면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한국은행, 증권거래소, 금융감독원 등의 '잘나가는' 기관들을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의 지역으로 옮길 것을 제안합니다.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굳이 행정수도를 옮기지 않더라도 수도권집중문제를 완화할 수 있고 절감되는 예산은 국가경쟁력향상을 위한 기초과학 및 원천기술 연구비로 투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수도이전 자체에 대해서 소모적인 찬반논쟁을 하기보다는 균형발전을 위해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쪽입니다.

  • 이승철 ()

      저는 수도이전의 문제가 단지 "천도"의 문제가 아니라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찬성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식으로 막무가내식 분산이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웅님 말씀대로 수도이전의 문제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국토의 균형발전의 청사진을 가지고 수도이전이나 과학기관의 이전이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글처럼 4분내에 기관장이 설명하고 당위성을 설파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발상이군요.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공무원이라는 사람들의 책상행정을..
    사족: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우리만 옮기면 억울하니까 우리 영향력아래에 있는 기관들은 싸그리 지방이전하자는 발상 같습니다만..

  • 과학사랑 ()

      힘없는 이공계 기관들만 먼저 내려와서 대전에서 죽쓰다가,
    출연연 죽일놈들 하고 매도하던 분들이 서울에서 호위호식하는 한
    결국 또 내려오는 기관들도 얼마있다가는
    밥값을 하네 못하네 해먼서 매도되겠지요.

    부탁하건데. 다른 출연연 처럼 대전에서 죽쓰지 말고,
    kist 처럼, 아니면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처럼, 서울에서
    빌붙어 있는 게 장땡이 아닌가 ?

    장마야 피하고 버티면, 햇볕이 들지 않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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