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글쓴이
' Simon '
등록일
2002-12-10 10:40
조회
4,895회
추천
0건
댓글
16건
[백범(白凡) ]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文化)의 힘이다.
 문화(文化)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또 우리 민족의 재주와 정신과 과거의 단련이
 이 사명을 달하기에 넉넉하고,
 국토의 위치와 기타의 지리적 조건이 그러하며,
 또 1차, 2차 세계대전을 치른
 인류의 요구가 그러하며,
 이러한 시대에 새로 나라를 고쳐 세우는
 우리의 서 있는 시기가 그러하다고 믿는다.
 우리 민족이 주연배우로 세계의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는가.
 이 일을 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은
 사상의 자유를 확보하는 정치양식의 건립과 국민교육의 완비다.
 내가 위에서
 자유의 나라를 강조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 이 때문이다.
 최고 문화 건설의 사명을 달할 민족은
 일언이 폐지하면, 모두 성인(聖人)을 만드는 데 있다.
 대한(大韓)사람이라면 간 데마다
 신용을 받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 

 
 우리의 적이 우리를 누르고 있을 때에는
 미워하고 분해하는 살벌·투쟁의 정신을 길렀었거니와,
 적은 이미 물러갔으니 우리는 증오의 투쟁을 버리고
 화합의 건설을 일삼을 때다.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고,
 나라 안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
 동포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다.
 우리의 용모에서는 화기가 빛나야 한다.
 우리 국토 안에는 언제나
 춘풍(春風)이 태탕(鋏蕩)하여야 한다.
 이것은 우리 국민 각자가 한번 마음을 고쳐먹음으로써 되고,
 그러한 정신의 교육으로 영속될 것이다.
 최고 문화(文化)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로 사명을 삼는
 우리 민족의 각원(各員)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우리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남의 덕을 입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이웃에게, 동포에게
 주는 것으로 낙을 삼는 사람이다.
 우리 말에 이른바 선비요 점잖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게으르지 아니하고 부지런하다.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한없이 주기 위함이다.
 힘드는 일은 내가 앞서 하니 사랑하는 동포를 아낌이요,
 즐거운 것은 남에게 권하니 사랑하는 자를 위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네가 좋아하던 인후지덕(仁厚之德)이란 것이다.
 
 이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산에는
 삼림이 무성하고 들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며,
 촌락과 도시는 깨끗하고 풍성하고 화평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동포, 즉 대한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얼굴에는 항상 화기가 있고,
 몸에서는 덕의 향기를 발할 것이다.
 이러한 나라는 불행하려 하여도 불행할 수 없고,
 망하려 하여도 망할 수 없는 것이다.
 민족의 행복은 결코 계급투쟁에서 오는 것도 아니요,
 개인의 행복이 이기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계급투쟁은 끝없는 계급투쟁을 낳아서
 국토의 피가 마를 날이 없고,
 내가 이기심으로 남을 해하면
 천하가 이기심으로 나를 해할 것이니,
 이것은 조금 얻고 많이 빼앗기는 법이다.
 일본의 이번 당한 보복은
 국제적·민족적으로도
 그러함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실례다.
 이상에 말한 것은
 내가 바라는 새 나라의 용모의 일단을 그린 것이어니와,
 
 동포 여러분!
 이러한 나라가 될진대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네 자손을 이러한 나라에 남기고 가면
 얼마나 만족하겠는가.
 옛날 한토(漢土)의 기자(箕子)가
 우리나라를 사모하여 왔고,
 공자(孔子)께서도
 우리 민족이 사는 데 오고 싶다고 하셨으며,
 우리 민족을 인(仁)을 좋아하는 민족이라 하였으니
 옛날에도 그러하였거니와,
 앞으로는 세계 인류가 모두
 우리 민족의 문화를 이렇게 사모하도록 하지
 아니하려는가.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질진대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나도 일찍이 황해도에서 교육에 종사하였거니와
 내가 교육에서 바라던 것이 이것이었다.
 내 나이 이제 70이 넘었으니,
 직접 국민교육에 종사할 시일이 넉넉지 못하거니와,
 나는 천하의 교육자와 남녀 학도들이
 한번 크게 마음을 고쳐먹기를
 빌지 아니할 수 없다.
 
 1947년, 샛문 밖에서
  백범(白凡)
 
  • 000 ()

      영화 contact의 한구결이 생각이 나네요. 주인공의 발견을 가로챈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하죠...불행하게도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대충 한 사람이 한만큼 보상을 받는). 그 때 앨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지요. the funny thing is that we made this world. 그런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봅니다.

  • 배성원 ()

      백법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교육....그것이 절단난지가 어언 몇년이던가....

  • BeeVen ()

      얼마전 뉴스에서 이승만의 이화장과 백범선생의 경교장을 비교하더군요. 이화장은 수억의 예산으로 관리되고 경교장은 병원의 창고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씁슬하더군요...

  • 가시나무 ()

      ㅋ~ 언제 들어도 감동적인 글귀...백범선생님은 무지 깨어있는...흠..왜 암살당했나. 아쉽죠.

  • 배성원 ()

      얼마전 노무현이 남한정부도 분열정권이다라고 했지요. 저는 그말에 100% 동감하고 더 나아가 정통성 측면에서도 이승만 정권은 역대 어느정권보다 더럽고 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백범암살......욕심에 눈이 멀면 못할짓이 없죠. 미국은 그 욕심을 적당히 부추기고 깨끗이 실행까지 해 줍니다....친일잔제의 청소는 그때부터 물건너 갔죠..

  • 익명좋아 ()

      백범은 한국인 안두희에게 암살당했고, 안두희 역시 한국인에게 맞아죽었다. 우린 그렇고 그런 민족이 아닐까?

  • .... ()

      그 시대에 이런 사고가 가능하다니.. 역시 앞서가는 분이셨네요.

  • muroi ()

      이런 말하기는 미안하지만, 백범선생은 시대를 보는 통찰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합니다. 사상가로서는 훌륭할 지 모르지만, 실제 1945년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을 이끌기에는 너무 낭만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 ' Simon ' ()

      물론 그럴 수도 있죠. 어차피 역사는 살아남은자와 상대적 경쟁에서 이긴자들이 남긴 기록이니까요. 하지만, 사상/철학 그 자체만 놓고 보아도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든, 본인 스스로 결정해서 실행했든) 누군가가 총으로 쏴 죽일 만큼 앞을 내다보는 견해는 탁월한 것 같다는 인상, 전 지울 수 없습니다.

  • 임호랑 ()

      백범은 시대를 100년은 앞서간 사람이었나보다. 그의 말대로 우리나라가 이상적인 문화국가가 되는 것은 앞으로도 50년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때는 백범의 말대로 자연과학(이공계)이 지나치게 발달해있어서 그 해악이 이익보다 훨씬 클지도 모르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핵무기-장거리미사일쯤은 갖고 있어서 군사력도 평형을 이룰지 모른다. 그렇다면, 백범이 한 말은 모두 매우 현실적인 목표일지도 모른다. 암튼 백범은 앞서갔던 사람... 이승만은 친일친미 앞잡이...

  • FOTE ()

      모든 국민이 과학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누구나 과학적 사고를 자유롭게 할수있는 상황이라면 자연과학의 발달이라는 것이 아무리 발달해도 '지나치지'않을수 있을것이고 과학의 결과물이 문화와 생명을 파괴하는 쪽으로 나아가지도 않을거란 생각입니다.

  • FOTE ()

      현재 과학 기술의 부작용이라는 것들은 더욱 발전된 과학으로 수정할수 있는 것들이며 군사적 기술에 의한 위험이나 환경을 파괴하는 기술의 부작용등은 과학 기술을 과학적이지 않은 자들이 과학적이지 못한 마인드로 사용하였기에 생기는 것들이 아닐까요

  • FOTE ()

      현재 우리는 여러가지 불합리를 몸소 느끼는 입장에서 또 과학적인 사고를 할수있는 사람으로써 다른 누구보다도 미래를 좀더 확실히 내다볼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멀다고 해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수고스럽더라도 미래와 모두를 위해서 할수 있는 일을 하는것, 특히 과학자로써 대중에 다가가고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우리의 권리를 높이고 그것으로 세상사에 참여하는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FOTE ()

      무리한 이상이거나 잘못된 판단이라고 할수도 있겠죠,그러나 김구선생이 선지자의 이상을 갖고도 현실에서 살아남지 못한것에서 우리는 낙담해야만 하는걸까요.

  • FOTE ()

      과학적 사고의 가장 뛰어난점은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항시 인정하고 수정할수 있다는 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로, 제 의견에 대해서 많은 가르침을 바라는 바입니다.써놓고 보니 본문과 상관없어 보이기도 하나, 김구선생과 약간 다른 방향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으로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FOTE ()

      과학이 국민 모두의 것일때 진정 아름다운 문화일수 있다는.



타분야진출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687 생명공학과 나오면 다들 어디로 취업합니까??-_- 댓글 2 살기힘들다 12-27 8508 0
686 순수 OS쪽 연구는 어떤가요? 댓글 12 박재근 12-25 6335 0
685 미국애들 정말 어이없군여. 댓글 15 김덕양 12-21 5517 0
684 CE 최근 연구동향은? 댓글 5 채효철 12-18 3729 1
683 유머하나. 댓글 6 Jean 12-17 3540 0
682 [연합] 日 우주개발 사업에 '날개' 달아 댓글 8 준형 12-15 3355 0
681 [NYT] Job Listings Decline 20% at Colleges 준형 12-14 3545 3
680 aerodynamics(windtunnel)를 전공한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댓글 1 항공우주 12-13 4320 0
679 답변글 [re] aerodynamics(windtunnel)를 전공한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댓글 3 닐리리 12-15 3919 0
678 올해 중국 대학진학 희망자가.. 가시나무 12-12 3875 0
열람중 [펌]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댓글 16 ' Simon ' 12-10 4896 0
676 질문]공인중계사 말인데요? 댓글 12 아무개 12-09 7587 0
675 대학 1학년생... 2010년이 궁금하다...-_-;;; 댓글 10 Haskell 12-09 5153 0
674 [12/8] 뉴욕타임즈 - 워싱턴 단식투쟁 있기 25년 전... 댓글 1 ' Simon ' 12-09 3774 0
673 중고등학교 선생님이 될려면... 댓글 19 규리 12-08 5748 0
672 이것 아시는분 있으시면........... 댓글 14 null 12-06 4654 0
671 [미국]Industry praises passage of bill to boost NSF funding 댓글 2 관전평 12-05 3623 0
670 aerodynamics와 로켓guidance 중에서 어느 분야가 낫을까요? 댓글 4 항공우주 12-01 4114 1
669 책 추천해주세요!! 댓글 8 aa 11-29 4349 0
668 컨설팅업.. 댓글 4 은종현 11-29 5249 1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