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글쓴이
아즈
등록일
2003-06-05 14:15
조회
4,3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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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건
저는 K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부 2학년생입니다.
글을 읽다보니 고교 때 저랑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여기서 답글 달아주시는 선배님들도 비슷하셨으리라고 봅니다. 자연과학을 하려는 이유도, 연구자의 길을 가겠다는 목표도, 10년 이상을 계획하는 것도 참 비슷해서 한마디 하고 싶어서 이렇게 답글을 답니다.

저도 고교 때, '내가 좋아하는 걸 하니까 돈은 좀 못 벌어도, 고생한 것보다 대가가 적어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상당한 각오를 하고 물리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입학한 이후에도 열심히 공부했고,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공부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인간이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기본 전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빵입니다. 물론, 무얼 하든지 간에 최소한의 의식주는 영위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자기가 노력한 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돌려받지 못한다면 상당한 박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좀더 고상한 가치를 추구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러 선배님들이 '현실적인 면도 생각하라'고 말씀해주시는 것이죠.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와 기본적인 생활에 대한 만족감이 '어느 정도' 충족된 이후에 진리탐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당장 먹고살 걱정이 태산인데 우주의 원리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에 이공계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의약계 및 한의대 선호경향에도 불구하고, 원해서 온 경우에는 대체로 ssong님 같이 이 쪽 길에 뜻이 있어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이공계 대학을 그만두거나 졸업하고 다른 방향으로 인생의 방향을 트는 사람들이 모두 '뜻이 없어서'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ssong님처럼 큰 뜻을 품고 이공계 대학에 왔어도 상대적 박탈감,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 상황 때문에 허탈감과 회의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먼저 생각하십시오. 선배님들이 말씀하셨듯이 돈 문제를 좀더 잘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만족감을 느껴야 합니다.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항의도 할 줄 알아야 하고, 개선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그 토대 위에서 진리탐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현명하게 생각하시어 원하시는 바 이루시기 바랍니다.
ssong님의 인생에 행운이 함께하기를.

  • 배성원 ()

      흠...제가 요 위에 쓴 어려운 이야기를 가장 쉽게 써 놓았군요. ....'가짜가 일을 어렵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제가 꼭 그짝이군요. ^^;

  • song ()

      이 사이트의 가장 큰 매력은 나이를 넘어선 순수한 열정으로 과학기술자, 예비 과학기술자들과의 현실에 대한 진솔한 얘기 그 자체가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아무쪼록 필연이든, 우연이든 오프라인으로 만난다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것 같습니다.

  • ssong ()

      새겨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래요..짧은 생각이나마 털어놓을 수 있었고..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고.. 참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곳인것 같네요. 저와 비슷한 처지의 분들도 그러셨다면 좋겠어요.

  • prism ()

      전 오히려 처음부터 실리적인 사람보단 윗분처럼 순수한 꿈을 안고 살았던 사람들이 더 대단해 보이는걸요.. 그런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바뀌어도 죽기전에 결국은 그걸 되갚고 가더라구요..

  • 아즈 ()

      하지만 처음부터 실리적인 생각으로 자연과학을 택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 배성원 ()

      순수한 꿈을 끝까지 갖고 살면 대단한 겁니다. 당연히 대단해 보이죠. 옆에서 보는 사람, 아무 이해관계 없는 사람들이야 '대단한 분'이라고 칭찬을 하겠죠. 그러나, 막상 그사람이 책임지고 보호해주어야할 사람들의 입장, 혹은 그 '자신'은 매양 그것이 좋을까요? 순수한 꿈을 안고 산다........... '순수'라는 두글자에 너무 막대한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는지..? 그것이 희생을 수반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과대평가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왜 순수하면 궁핍이란 글자도 같이 오버랩 되는지요? 여러분 주변에 실상을 보십시오. ..국민교육헌장...요즘은 거의 안쓰지요? 거기에 이런말이 있읍니다. ~ 나의 발전이 국가의 융성의 근본임을 깨달아~. 내가 궁핍하고 허탈하고 암담한데 무슨 국가? 학문의 열정? ..... 요

  • 배성원 ()

      즘 공대를 희망하는 실력되는 학생들은 허상을 쫓는 겁니다. 이상적으로 각자의 머리속에서 길러지고 다듬어진 이공계, 그속에서 제대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실력있는 자기자신을 상상하며 거기에 도취되지요. 선배로서 충고하건데.... 당신의 머리속에 든 '이공계'는 우리나라엔 없습니다.

  • 가치창조 ()

      ssong님,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으신 후 결국 결정은 본인이 하셔야 겠죠. 만약 천문우주쪽으로 공부하시기로 결정을 하셨다면, 두가지를 항상 염두에 두실 것을 추천합니다. 첫째: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외국의 좋은 연구소에서 일하시는 것. 둘째: 젊을 때부터 경제관념과 재테크를 공부해서 돈의 흐름에도 도가 트는 것.        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정문식 ()

      배성원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공계를 떠난다 하더라도 마땅히 갈 만한 진로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겠져... 소위 '잘 나간다는' 아니 '어느 정도 먹고 사는 것이 보장된' 분야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겠져... 결국 선배라는 사람들이 ssong님께 별로 희망을 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만,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직면한 현실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아마 이대로 가다가 머지 않은 시기에 전 세계적인 어떤 끔찍한 비극을 겪고 나서야 끝날 것 같습니다. 슬프게도 그 때까지는 아무리 좋은 대안도 무용지물이 되겠져... 결국 님께서 '현재' 하실 일은 당장 '적지만 꾸준히 먹고 살 수 있는 방도'를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이성과 원칙이 존중되고 고르게 풍요를 구가할

  • 정문식 ()

      수 있는 사회라면 누가 님의 그런 꿈에 대해 태클을 걸겠습니까? 그러나 현실이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태클을 걸 수 없을 수밖에 된 것을 다시 한 번 사과하며, 현재는 자신의 이상 실현보다는 사회의 흐름을 냉철한 시각으로 보며, 먼저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고, 그 다음에는 현재의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데 미력이나마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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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 고3입니다.. 자연과학(물리)쪽으로 좋은대학엔 어디가 있나요?? 댓글 3 moy 05-31 439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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