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잘못된 이공계 정책

글쓴이
준형
등록일
2002-09-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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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yhchoi@mmlab.snu.ac.kr)
  
2003년부터 이공계대학 출신 유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1명당 2만∼3만달러의 유학경비가 지원된다고 기획예산처가 발표했다. 유학대상자 선발은 대학·지역별로 쿼터제를 마련해 중·하위권 대학과 지방대학 출신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차단하고 국내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수연구인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보이나 잘 보면 너무나 한심한 처방이다.
 
이 정책은 여러 면에서 잘못됐다. 이공계 키우기 정책을 교육부와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국방부 등 관련 부처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수없이 논의해왔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난데없이 기획예산처에서 벼락치듯 국비유학정책을 발표한 것은 대한민국에 인력양성 정책수립시스템이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놓은 꼴이다. 이 문제는 관련 부처와 산업계·대학·연구기관이 함께 다시 검토해야 한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는 주력기간산업(반도체·가전·자동차·조선·석유화학·철강 등)의 경우 앞으로 심각한 인력부족이 예상되는데도 이공계 지원이 급속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 진학 시 우수한 학생들이 안정된 고소득 직업이 보장되는 법대와 의대로 몰리면서 상위권 이공계 지망자의 질이 해마다 크게 떨어지고 있다. 왜 그런가. 이공계를 나와서 취직을 하면 연봉도 낮고, IMF 같은 위기가 오면 제일 먼저 퇴출당하고, 직장에서 승진할 기회도 적기 때문이다. 또 근무지도 교육·문화시설이 낙후한 지방이 많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존경은 고사하고 인정받기도 어렵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공계 기피는 막을 수 없다. 발표된 정책은 유학을 보내준다는 당근으로 상위권 학생을 이공계에 붙잡아둘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여러 면에서 잘못된 판단이다.
 
첫째로 유학에서 돌아왔을 때 높은 연봉과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평생 직장이 없다면 과연 우수학생들이 이공계를 선택하고 유학길에 오를까. 유학 후 이들이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 남아 있더라도 우리에게 큰 이익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억지다. 어느 외국업체가 자기 회사보다 한국에 더 협조하는 직원을 용납할 것인가. 이공계 기피를 해결하는 원천적인 방안은 사회에서 이공계 출신을 정당하게 대접하는 것이다. 국내 많은 기업, 첨단기업까지도 직원들이 연공서열에 따라 연봉을 받는다. 능력급이 있어도 차이가 심하지 않다. 이공계 직원이 사무직과 같은 수준으로 연봉을 받는다면 과연 힘들여 이공계 전공을 택하려고 할까. 전문직을 우대해야 한다.

한편 이번에 발표된 정책이 우수인력을 이공계로 유치하자는 목적보다 주어진 이공계 학생을 어떻게 유학을 보내서 더 잘 교육할 것인가에 치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유학대상자 선발에서 지역이나 대학별로 쿼터를 준다는 발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정책을 고안한 사람은 한국 이공계 대학원의 수준을 한심하다고 보는 모양이다.
 
홍콩의 아시아위크가 매년 시행하는 아시아 대학평가를 보면 종합대학 순위에서 서울대학이 3위, 고려대와 연세대가 20위 이내며, 전문공과대학에서 카이스트와 포항공대가 1, 2위를 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이 정책에 따르면 아시아의 모든 나라는 이공계 대학원 교육을 미국에 맡기라는 말인데 SCI급 연구실적을 볼 때 물리학·전기컴퓨터공학 등은 몇몇 한국 대학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의문이다. 한국 이공계 대학원의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올리는 정책이 우선돼야 산업기술인력의 수급이 안정된다. 유학생 지원에 300억원을 투입한다면 국내 이공계 대학원의 수준을 높이는 데 그 몇 배를 투자해야 한다. 또 실력있는 이공계 학생은 유학을 가면 대개 현지 장학금을 받는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현재 거의 전무한 국내 이공계 대학원 재학생에 대한 장학금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

이공계 대학원 교육에서 군복무는 참으로 어려운 이슈다. 빠르게 변하는 전공의 특성상 교육 도중 2∼3년의 단절이 있으면 교육이나 연구의 질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시행 중인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제도는 3년 혹은 5년을 산업체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병역의무를 대체하는 것인데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법무관이나 군의관처럼 선발된 이공계 출신을 군에서 전문직에 배치해 전공실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겠다. 또 이번 정책에서 유학생 선발기준을 군필자로 제한하면 이를 지망하는 많은 이공계 대학 재학생이 대학 재학 시 미리 군복무를 마쳐놔야 할 것이고, 미필자도 허용하면 유학 도중 군복무를 위해 귀국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을 수 있다. 우리 모두 무엇이 과연 바람직한 방안인가를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자신문5면)

  • 박상욱 ()

      구구절절히 옳은 말씀입니다.

  • 준형 ()

      어쩌면 높은 분들이 이공인들의 의견 분열을 기대 하고서 이런 정책을 던져 본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준형 ()

      그러다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라는 식으로 말이죠.

  • zecks ()

      제발 이런 글들이 정책 입안자들한테 먹혀야 될텐데..쩝..

  • 관전평 ()

      재청입니다.  한 10분만 앉아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을 전혀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황당한 사람들이 정책을 입안하고,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이 참 안타까운 일이군요.

  • 백수 ()

      뭐, 두말하기도 귀찮은데 말이죠. 이 궁민의 정부의 정책입안자들이 적들과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해요. 우수한 인력들을 해외로 빼내감으로, 대한민국의 식민지화를 가속화 하자는 속셈이 다 드러나죠. 적들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한반도를 19 세기에 머무르게 하고, 백성들을 어리석게 만들어 착취를 용이하게 한후, 그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죠. 당근 미국시민으로 군림하려는 의도이죠. 궁민의 정부가 진행해온 다양한 정책들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를 되새겨 보세요. 재외국민법, 외환거래자유화, 그리고 빅딜등의 월스트리트에 퍼다주기식 경제정책, 교육, 부동산 대책등등.....

  • 백수 ()

      궁민의 정부들어서 말만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은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열린정부를 만들겠다는 공약입니다. 소위 전자정부를 만드려는 기획은 권력의 분산과 견제라는 매우 효과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잘 알려진 아이디어 였어요. 하지만, 그들은 실행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밀실 정치, 측근  정치를 고집하고 있죠. 전자정부의 실현은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굳이 네트워크의 효용은 사용자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낡은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두요.

  • 이공계2 ()

      오랜만에 글 하나 달아봅니다. ... 정말 현재 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들처럼 국가나 사회에 대한 애정어린 시각이 결핍된 사람들을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늘 국민들에게 자신들은 욕먹지 않으려는 의도의 꽃놀이패나 고스톱 쇼당같은 정책을 쓰기만 하는군요. 정치나 국가경제 라는 것이 한낱 노름이 아닐진대.. 그거 아십니까? 현재의 민주세력이라는 데에 대한 실망감과 그들의 무능력,무책임은 결국 일반인들에게 건전한 보수를 찾게하고 있다는것을.. 안타깝습니다. 하나 덧붙이면 이런 정책은 미국의 대학도 망치고 유학생들의 실력향상에 독이 될것입니다. 미국대학을 망치면 우리가 이득이라는 그런 궤변은 사절입니다. 누가 펀드를 따려 연구를 열심히 할까요? 한국학생만 받으면 되는데..

  • 박상욱 ()

      논의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 사안을 극렬저지해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 센 성명을 내던지... 안그래도 국내 대학원의 위기상황인데 이제 완전 폭파해버린다는 점도 부각시켜야합니다.

  • 배성원 ()

      별 생각없이 툭 내뱉은 말한마디에 너무 호들갑 떨 필요는 없겟지요. 그 정책 수준이 그정도 밖에 안돼니 발표한 쪽에서도 대충 덮고 유야무야 넘어갈 겁니다.

  • 트리비어드 ()

      정부 관계들도 쓴 맛을 다시며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좀만 더 알아보고 더 어중간한 대책을 낼 걸... 유학시켜 준다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에이 일 꼬이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 트리비어드 ()

      제 생각에도 배성원님 말대로 신중한 협의, 검토 어쩌구 하면서 유야 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대신 괜찮은 게 나올 것 같지도 않네요. 대선을 남기고 줄서기에 바쁠건데,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고 넘어가겠죠. 그런 고로 더 센 성명을 내자는 의견에 강력 찬성합니다.

  • 사색자 ()

      즉흥적인 반짝 아이디어성 정책이 흐지부지됨이 예상되지만, 이왕이면 양신규님이 걱정하시는 바를 불식시킬겸 유학지원정책을 위해 사용될 예산은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00+알파 억은 일단 확보해달라!!!

  • 사색자 ()

      양신규님의 의견이 이곳 게시판에서 많은 비평을 받는데, 실상 양교수님도 좋은 의도를 가지시고 의견을 개진하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현재의 국내현실과는 괴리가 있었다는 것이지, 최교수님의 의견같이 미국에 남아있는 한국과학기술자/경제인/동포 네트워크가 국익에 별반 도움안된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 7 ()

      네 그렇습니다. 먼저 예산은 확보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식한 입안자들 욕하면서 몰아세우면 지 못난 것 모르고 성낼 것 뻔하니 살살 달래서 해야 않되겠습니까?

  • 임호랑 ()

      근데, '소탐대실'이라고. 이공계 문제해결을 근본적으로 해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지, '작은 돈'을 눈독들였다가는 큰 우를 범할 수도 있기에 이공인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예산의 속성상 목적이 정해져 있는 것인데, 300억원이 이공계에 쓰라고 '일반적인 용도'로 정해지진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 돈을 쓸 타당성이 없어지면, 그 돈은 그냥 없어지는 것이지, '이왕 그 돈 쓰려고 작정한 것이니까 일단 이공계용으로 놔두라'는 식으로는 정부의 예산 배정원칙상 어렵습니다. 300억원은 '금도금된 나무막대' 정도로 생각하고 미련을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견입니다.

  • 사색자 ()

      김대통령이 정책회의자리에서 "이공계활성화를 위해 유학생 지원책을 생각해보지."라고 해서 긴급 책정된 300억이라면 처음부터 일반회계나 추경예산에 포함되어 국회승인된 정식예산은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수해복구와 같이 정부가 긴급한 일을 대비해 어느정도 버퍼용으로 마련해둔 예비금에서 각출된 예산이라면, 용도를 변경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300억원+알파의 근원지는 지금 집행될 예산이 아니라 내년에 정식으로 예산에 배정되어 집행될 안건 즉 서류상의 예산이었습니까?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 배성원 ()

      곧있을 정기국회에서 다룰 의제중 추가경정예산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이 추경에 직권으로 어느정도 추가가 가능한 권한이 있는것으로 압니다. 물론 삭감할 권한도요. 국회에서도 대통령이 발의한 추경엔 손을 잘 안댄다고요. 그래서 김대통령이 이번참에 뭐하나 해보자고 비서들한테 아이디어 내 보라고 했겠죠. 즉, 구체적 실행계획이 안세워지면 자동적으로 없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식 예산이 되려면 지금부터라도 세부계획과 지침이 세워져서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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