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日 신제품 에어컨 작업복, 빅 히트

글쓴이
이민주
등록일
2004-08-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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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신제품 에어컨 작업복, 빅 히트
더위도 벌벌 떠는 겁나게 썰렁한 옷

박란희 주간조선 기자 rhpark@chosun.com

입력 : 2004.08.21 10:39 11' / 수정 : 2004.08.21 10:39 56'

10년 만에 찾아온 폭염이 한ㆍ중ㆍ일 3국을 강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 8월 10일 10년 만의 최고 기온인 36.2도까지 올라갔고, 일본 도쿄도 지난달 39.5도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도쿄는 지난 8월 11일까지 37일 연속 30도를 넘는 찜통 더위가 이어졌고 ‘눈의 도시’로 유명한 삿포로에도 30도가 넘는 고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기업체에서는 저마다 기발한 폭염대책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이 와중에 일본에서 올 6월부터 시판돼 인기를 끌고 있는 ‘공조복(空調服)’, 일명 통풍복이 눈길을 끈다. “에어컨이 전혀 필요없고 입으면 아주 쾌적하다” “벗고 있는 것보다 시원하다”는 등의 과감한 캐치프레이즈도 내걸고 있다.

내년에 가동할 예정인 대만 신칸센 등 국내외의 철로를 만드는 일본 효고현(兵庫縣) 히로시(姬路市)의 한 제조회사. 공장 직원의 절반이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

“여름이면 늘 고민이었습니다. 철강을 절단하는 불꽃이 흩날리기 때문에 넓은 시설 전체를 냉방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야 했습니다. 또 접착제를 사용하는 공정을 할 때에는 먼지를 일으키면 안되기 때문에 선풍기를 켤 수도 없었고요.”

모리카와 센난(森川善男ㆍ57) 제조부장은 “하지만 올해 폭염대책은 통풍복 덕분에 해결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가토 고지(加藤孝二ㆍ30)씨는 “긴소매 옷이라 더워 보이지만 입으면 바람이 몸 한가운데를 돌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시원하다”고 말했다. 마치 나무그늘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이 옷이 바로 통풍복이다. 등 뒤에 소형 선풍기 2대가 달린 모양이 특이하다. 사이타마현(埼玉縣) 도다시(戶田市)의 ‘피시쓰비’사가 처음 제작해 판매한 것으로, 가격은 1벌에 9900엔(9만9000원)이다.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아사히 신문과 시사잡지 ‘아에라’ 등 일본 언론에서는 앞다투어 이 통풍복에 관한 기사를 다루고 있다.

나일론 소재의 긴소매 옷

와이셔츠 타입의 통풍복을 입고 내부 주머니 안에 있는 전기 박스의 스위치를 누른다. ‘윙’ 하는 조용한 전동음이 들린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깨닫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리다. 잠시 후면 어깨와 허리 사이에 있는 2개의 냉각용 팬(직경 6.5cm)에서 차가운 바람이 만들어져 와이셔츠의 아래에서부터 불어오기 시작한다. 소매나 목덜미로 차가운 바람이 이동해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자세를 바꾸면 공기의 움직임이 바뀌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와이셔츠 전체가 공기로 팽창해 ‘인간 풍선’ 상태가 되는 것이다.

축축한 피부는 물론 나쁜 땀냄새도 없애준다. 피시쓰비사의 이치가야 히로시(市ケ谷弘司ㆍ56) 사장은 “땀이 장시간 옷에 배어있으면 잡균이 번식하는데, 이 때문에 냄새가 나는 것”이라며 “땀이 증발해버리면 냄새는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조는 단순하다. 등 양쪽에 부착된 2개의 냉각기팬(알칼리전지 4개로 작동하는데 10시간 지속된다)이 돌면 내부에 공기가 들어온다. 옷은 마치 돛처럼 팽창하고 옷과 몸 사이를 통하는 바람이 땀을 증발시킨다. 쉽게 말하면 통풍복과 인간이 합체돼 ‘인간 에어컨화’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공기가 덜 새고 통기성이 나쁜 합성섬유인 ‘나일론’을 소재로 하고 있다. 팬을 떼어내면 세탁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치가야 사장은 “기온 33도, 습도 50%의 조건에서도 약 0.58㎾의 냉방력을 갖춘다”며 “효과는 땀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어컨의 냉방력과 비교해도 4분의 1 정도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치가야 사장은 소니사(社)에서 TV 브라운관 개발과 관련된 일을 하다 14년 전 독립했다. 현재 이 회사는 독자 개발한 브라운관 측정기를 대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발명을 좋아하는 이치가야 사장이 6년에 걸쳐 개발해 성공한 것이 바로 이 통풍복이다.

“동남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전 가정에 에어컨이 보급된다면, 지구온난화는 점점 심각해지지 않겠습니까. 때문에 이 통풍복을 구상했습니다. 흔히 더위를 막는 옷이라고 하면 최대한 나체에 가깝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그 발상을 거꾸로 뒤집어보았습니다.”

작업복도 내년에 시판 예정

시행착오도 겪었다. 1999년에는 물탱크를 옷 내부에 매단 물냉각식(水冷式)의 통풍복 ‘0호’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물이 증발되면서 몸은 차가워지지만 땀을 흘릴 때의 불쾌함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후 2001년에는 전동 팬(fan)이 돌면서 바람의 힘으로 땀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전환한 배기식(排氣式) 통풍복 ‘1호’를 제작했다. 1호를 토대로 풍량은 세고 소비전력은 적은 팬을 개발, 올 4월에 완성했다. 6월부터 정식 판매에 돌입, 시판된 지 1개월여 만에 준비된 옷(6500벌) 중 절반이 넘는 3500여벌이 팔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통풍복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품은 바로 사무실에서 사용하기에 좋은 와이셔츠형이다. 이치가야 사장은 “와이셔츠에 부착되었기 때문에 팬을 크게 할 수 없었다”며 “한여름 더위에 밖에 나가서 걸을 때면 이 팬으로는 다소 약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통풍복을 입고 외출하면 선풍기 팬의 파워 부족으로 땀이 배어나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좀더 얇게 가볍고 강력한 냉각팬으로 개량할 필요가 있습니다. 와이셔츠의 디자인에도 좀더 주의를 기울일 것이고요. 가까운 시일 내에 대기업 관계자와 의논해 개선할 예정입니다.”

사실 피시쓰비사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와이셔츠형보다 점퍼형의 작업복이다. 체감온도 40∼50도가 넘는 노동현장에서 땀을 많이 흘릴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옷이다. 이 옷으로 과연 여름을 극복할 수 있을까. M사이즈의 점퍼를 입고 전지박스의 스위치를 눌러본다. 직경 9㎝, 파워는 와이셔츠형의 2.5배라고 하는 냉각팬이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윙’ 하는 소리를 내면서 돌아간다. 눈깜짝할 사이에 불어오는 공기로 점퍼는 빵빵해진다. 냉기가 점퍼의 가운데를 돌면서 순식간에 몸은 차가워진다.

아직 시험제작 단계로 현재는 M사이즈의 점퍼 제품밖에 없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냉각효과가 있는지 조사 단계에 있다. 개선을 거쳐 내년 5월에는 사이즈를 모두 갖춰 정식 판매할 계획이다.

와이셔츠형과 점퍼형 모두 등쪽 좌우에 냉각팬이 부착된 모습은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더위 대책으로 이만한 제품도 없을 듯하다. 얇은 옷과 냉방이 상식이었던 폭염 대책이 이 옷의 출연으로 바뀌게 될지 일본 전역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 대박의 주인공인 이치가야 사장은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보다 다양한 제품을 갖춰 개발도상국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풍복은 현재 인터넷 쇼핑몰 ‘낙천(樂天)시장’(www.rakuten.co.jp/pc2b)에서 판매되고 있다.

* 이 기사는 주간조선의 허락을 얻어 게재한 것입니다.

http://www.rakuten.co.jp/pc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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